UPDATED. 2024-04-20 17:55 (토)
“절대평가는 절대 아니다” … ‘기존 평가보다 후퇴’ 의견도
“절대평가는 절대 아니다” … ‘기존 평가보다 후퇴’ 의견도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4.11.17 14: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 구조개혁 평가 달라진 것 맞나?

지난 11일 한밭대에서 열린 대학 구조개혁 평가방안 마련을 위한 2차 공청회는 몇 가지 점에서 시사적이다. 이날 공청회에는 박대림 교육부 대학학사평가과장이 직접 나와 ‘현장 의견 수렴을 위한 대학 구조개혁 평가방안’을 발표했다. 정책연구진이 발표를 맡은 지난 9월의 1차 공청회 때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이날 발표한 방안이 교육부 초안이라는 점을 밝힌 셈이다.

더 이상 시간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교육부는 ‘공청회 이후에도 18일까지 대학 의견을 청취해 보다 더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면서도 ‘11월 중으로 최종 평가방안을 마련해 대학에 안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육부가 정한 일정대로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못 박은 셈이다.

교육부가 이날 발표한 단계별 평가방식과 세부 평가지표, 지표별 배점을 보면 지난 1차 공청회 때와는 크게 달라졌다.

우선 단계평가를 도입했다. 교육부는 정량·상대평가 중심의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와도 다르다고 강조했다. 정량평가에서 상대평가가 아니라 절대평가를 도입하고, 정성평가를 가미했다는 것이다. 대학의 설립주체, 소재지 등 특성을 반영했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지표 개선을 위한 노력도도 3% 반영한다.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와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일부는 기존 평가보다 후퇴한 면도 보인다.” 대학현장의 반응은 다르다. 단계평가는 교육역량강화사업이나 경영부실대학 지정에서 이미 적용해오던 방식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에서 정량지표로 줄 세운 후 일정 점수 이하의 대학은 현장평가를 실시해 최종적으로 경영부실대학을 가렸다. 정원을 평균 이상 대폭 감축해야 하는 ‘미흡 이하의 대학을 걸러내는 데 효과적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취업률이나 충원율 등의 지표 배점이 이전보다 낮아지긴 했지만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에서 사용했던 정량지표가 대부분 1단계 평가에 포함됐다.

대학 소재지에 따른 특성은 취업률 정도에만 반영됐다. 한 지방 4년제 대학은 수도권으로 일부 캠퍼스를 옮긴 후 올해 수시모집 경쟁률에서 대박을 터트렸다. 충원율 또한 대학이 어디에 있느냐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공청회에서 세명대 관계자는 “서울, 수도권은 100% 충원이 가능하지만 지역대학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수도권은 무조건 만점을 받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절대평가는 절대 아니다.” 교육부는 절대평가라는 점을 앞세웠지만 정량평가에서 말 그대로 절대 기준을 정한 지표는 교사확보율밖에 없다. 나머지는 평균값 이상이면 만점을 주는 식이다. 삼육대 관계자는 “절대평가인 것 같지만 결국 상대평가다. 기준을 사전에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성평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정성평가라고는 하지만 정량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한 수도권 대학 교수는 “나는 시간이 아까워서 출석을 잘 안 부르는 편이다. ‘출결관리의 엄정성’이 평가지표에 들어가면 아마 교무처에서 출석 잘 부르라고 공문이 내려올 것이다. 그게 교육에서 중요한 요소인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박순진 대구대 기획처장은 “법령에 나와 있는 4대 요건 가운데 수도권이 불리하지 않은 교사 확보율은 포함하고 지방대가 유리한 교지 확보율은 제외했다. 전임교원 확보율은 대학설립운영규정에 기준이 나와 있는데도 전국 평균을 적용한다. 법령에 나와 있는 지표도 편의적으로 일부만 반영하고 그것조차 점수 산출 방식이 자의적”이라고 말했다. 박 처장은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는 최소한 5%는 수도권과 지방을 분리해 평가했는데, 그런 면에서는 오히려 후퇴한 측면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수도권 대학 교수는 “교육부가 제시한 평가방안대로라면 결국 지표 경쟁으로 갈 확률이 높다. 후발주자가 부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처음에 비해 줄었다”라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