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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구조조정과 학과 폐과
대학 구조조정과 학과 폐과
  • 교수신문
  • 승인 2014.11.17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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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교수 칼럼] 김미숙 청주대·사회학과

6년간의 해외유학생활을 마감하고 1984년 여름 귀국했으므로 개인적으로 올해는 직업으로서 학문생활에 접어든 지 만 30년이 되는 기념비적 해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불행스럽게도 30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경과한 오늘의 현실은 지극히 파행적이거나 투쟁 지향적 경험과 시간들로 채워지고 있음을 고백해야 한다. 청마의 해 갑오년 1학기에 밑도 끝도 없이 몸담고 있는 사회학과의 폐과라는 날벼락이 학교당국으로부터 떨어졌기 때문이다. 또 2학기에는 교육부로부터 부실대학의 상징인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지목된 이래 학교 전체가 하루 앞을 예측할 수 없는 거대한 파국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즉 2학기 들어서 학교당국을 제외한 모든 교내외 세력들이 하나가 돼 13년째 장기집권 중인 총장 사퇴 요구→교직원 및 총동창회의 대안 제시→총장 측의 무반응·거부→(학생들의) 수업거부라는 최악의 사태로 치닫고 있다. 이 글을 쓰는 13일 현재, 수업 거부는 9일째를 맞이하고 있는 실정이며 난마와 같이 얽혀있는 교내 사태는 앞으로 언제쯤 어떻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그 누구도 예단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학과의 행정적 살림을 맡고 있는 학과장의 입장에서 하나 자신 있게 언급할 수 있는 것은 있다. 특정학과의 일방적 폐과 결정과 학교 전체의 부실대학 지정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 아니라 오히려 형태만 다를 뿐 그 본질은 동일한,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점이다. 밀실행정으로 단행된 특정학과 폐과의 확대판이 외부로부터의 부실대학 지목이고, 부실대학 지목의 축소판이 특정학과의 일방적 폐과 결정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밀실행정으로 단행된 특정학과 폐과의 확대판이 부실대학 지목이고,
부실대학 지목의 축소판이 일방적 폐과다."

주지하듯이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 대학인들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 구조조정 작업에 대한 인식 및 그 필요성을 진작에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학기에 일방적으로 단행된 학과 폐과 과정 및 그 파괴력은 일찍이 그 유래를 찾기 힘든 특성이 있다. 그것은 교수신분 보장에 대한 일체의 언급 없이 문자 그대로 학과의 공중분해로 특징지어진다는 것이다. 동시에 2015학년도 신입생 충원은 더 이상 없으며, 올 2학기 들어 1학년 재학생은 총 7명으로(그 중 1명은 교내 사정을 전혀 알지 못한 채 2학기에 등록한 제대 복학생이다), 이는 폐과 선언 이후 3차에 걸친 학교당국의 무제한 전과 독려의 결과물인 것이다. 한마디로 특정학과의 궤멸을 체계적이고 집요하게 기도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학과 폐과 선언 당시 항의하는 학과 학생들을 향해 해당 보직교수는“청주대 전체가 살아남기 위해서 사회학과가 희생돼야 한다”는 논리를 전개했다고 한다. 이 자리를 빌려 학교당국은 그들의 설명과 논리대로“과연, 청주대는 살아남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변해야만 한다. 적어도 학생정원 축소로 대변되는 대학구조조정을 이러저러한 이유로 미운털 박힌 특정학과(교수진) 제거에 이용하고 있다는 가설을 반박하려면 말이다.

또 하나 기억해야 할 대목이 있다. 학과 폐과 이후 주변 동료들이 보여준 다양한 형태의 반응양식이다. 첫째는‘모르쇠·무시’형이다. 학과 침몰이라는 위기상황에 즈음해 취해야 할 모든 책임과 저항·투쟁은 와병 후 8년 만에 맡게 된 학과장 1인의 두 어깨에 고스란히 남겨졌다. 학과 동료를 포함해 학장, 그리고 졸업생 대표 등은 해당 정보나 현황 파악에 대한 안내나 힌트를 제공할 수 있는 위치의 인물들이었다(해당 교내인사들은 (비)공식 채널을 통해 이미 숙지하고 있었음을 나중에 알았다).

두 번째는‘기회주의’형이다. 일명 총장구사대로 불리는 이른바 어용교수회(‘교련’으로 불린다)의 지부장이 뜬금없이 또 다른 입장을 취하는‘교수회’모임에 너무도 당당하고 의젓하게 최근 들어 얼굴을 내밀어 주변을 놀라게 했다. 이 밖에 현실에 실존하는 인물들은 이 두 타입을 합친, 비열하기까지 한 경우도 드물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물론 폐과라는 모진 현실에도 헌신적으로 근무해 준 학과 조교, 그리고 교외에서 피와 살이 되는 중요한 자료와 정보, 그리고 주요 관련 인물들을 소개해 준 사회학과 졸업생 및 다른 대학에 재직 중인 동기생들도 잊어서는 안 될 인물임을 지적하고 싶다.

 

 

김미숙 청주대·사회학과

미국 조지아대에서 박사를 했다. 한국사회학회 이사를 지냈고 한국인구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 『21세기 지역사회의 갈 길』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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