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30 00:25 (토)
여행의 꿈
여행의 꿈
  • 김병무 공주대
  • 승인 2002.10.1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學而思
김병무 / 공주대·사회교육

'세계문화탐방’ 이것은 유년시절부터 꿈꾸어오던 소망이었다. 그 꿈은 교육계에 발을 드려놓은 후부터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동남아의 풍물기행을 시작으로 캄보디아의 앙코르왓트, 미얀마의 불탑의 세계, 보르네오의 이반족의 정글생활, 호주의 복지문화, 뉴질랜드의 자연경관과 정복자와 원주민의 혼합문화, 스리랑카의 불교문화, 아시아의 유교문화, 유럽의 전통문화, 러시아의 슬라브문화, 아프리카 킬리만자로산 기슭의 마사이족의 초원문화, 북미의 개척문화, 남미 페루의 불가사의 잉카문화 그리고 중미 과테말라의 마야문화 등의 탐방으로 지금에 이르렀다.

강단에서 사회와 문화를 강의할 때면 항상 머리 속에는 그 사회와 문화의 현장이 연상됐다. 그래서 방학이 되면 짐을 꾸려서 문화 현장의 탐방 길에 나서곤 했다. 그렇게 하기를 벌써 여러 해, 이제는 자칭 타칭 준 여행전문가가 돼버린 셈이다. 가끔 주변으로부터 여행지로 어디가 좋으냐는 질문을 받을 때에는 서론을 부치면서 좀 길게 대답을 해준다. 순수한 자연경관으로는 뉴질랜드, 합리적인 생활과 전통으로는 유럽, 불가사의 문화유산으로는 캄보디아의 앙코르왓트, 페루의 마추피추와 나스카라인, 콰테마라의 마야유적, 거대 문화로는 중국의 북경지역, 자연의 생생함으로는 아프리카의 마사이마라초원, 보르네오의 사라왁, 인간다운 삶을 접해보려면 호주나 뉴질랜드 등과 같이 대답을 해준다.

여행은 인생을 살찌게 한다. 특히 세계여행은 세계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체험하게 되기 때문에 삶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지게 된다. 자연에 묻혀서 생활하고 있는 순박한 원주민들의 생활에 접할 때에는 아! 이것이 정말 인간의 삶의 모습이구나 하는 느낌이 가슴에 와 닿는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부드럽게 마음에서 마음으로 의사 전달이 될 때에는 마음이 저절로 순수해진다. 며칠의 생활에도 헤어짐이 아쉬워 눈시울을 붉히고, 손을 흔들며 교환하는 미소 속에서 진정한 인간의 정을 느끼게 된다. 페루의 낯선 시골 역에서 음료수에 젖은 옷을 닦아주려고 짐 보따리 속에서 두루말이 휴지를 꺼내 옷을 닦아주던 시골아주머니의 그 잔잔한 미소와 인정은 지금도 가슴이 저리도록 그리워진다. 케냐의 어느 휴양도시의 호텔 식당에서 일하던 흑인 할아버지의 인정 어린 미소도 세월이 흐른 지금도 아름다운 추억의 장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헤어짐이 아쉬워 다시 오겠다고 약속한 적은 많지만, 영원을 향해서 걸어가는 인생의 길은 멀기만 해서, 그 약속을 지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정말 가슴 속 깊이 스며드는 그리움에 견디기가 어려운 때에는 다시 찾은 곳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아주 특별한 경우이고, 대개는 인생행로의 아름다운 추억의 장 속에 마음의 안식처로 자리잡게 된다.

세계문화탐방에서 만나는 경이로움은 인류발자취의 신비로움이다. 불가사의의 인류문화의 신비에 접할 때에는 거드름을 피우면서 오만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부끄러워질 때가 많다. 천지가 개벽될 정도의 화산이 폭발돼 세상을 덮어버렸던 마야문명의 발굴현장에서는 자연에 대한 두려움과 경이로움이 우리를 숙연케 했다. 캄보디아의 밀림 속에서 오랜 세월 동안 숨어 있다가 신비스러운 모습을 드러낸 앙코르왓트 사원은 사라져간 앙코르제국의 베일에 감춰진 영화를 상상케 했다. 열대의 광활한 밀림 속에서 이 거대한 사원들을 짖기 위한 엄청난 석조자재들은 어디서 또 어떻게 왔는지, 또 현대 건축가들도 혀를 내두르는 그 건축기법은 과연 어느 정도였는지, 기나긴 세월동안 나무뿌리에 휘감긴 돌담과 건물들을 보면서 움츠러드는 자신을 실감했다.

페루의 잉카문명, 공중도시 마추피추와 지상그림 나스카라인, 긴긴 세월 하늘아래 산 중턱에 숨어 있던 하늘의 도시 마추피추, 사막의 거센 바람에도 꿋꿋이 지켜온 사막에 그려진 거대한 지상그림, 그 긴긴 세월 속에서도 본연의 자태들을 간직한채 지금도 잉카의 고고한 숨결을 내뿜고 있다. 마추피추의 열두 구비 내리막길을 구비마다 먼저 와서 굳바이를 외치던 ‘굳바이소년’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세계문화탐방은 오만에 가득찬 오늘의 우리를 반성하게 해주면서 인간의 진정한 삶을 배우게 해 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