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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별난 한국’ 기획 독특 … ‘경멸의 문화’ 등 진단
‘유별난 한국’ 기획 독특 … ‘경멸의 문화’ 등 진단
  • 교수신문
  • 승인 2014.11.1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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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술협의회 편 <지식의 지평> 17호 출간

 

기획특집 ‘유별난 한국’을 내세운 <지식의 지평> 17호가 나왔다. 한국학술협의회가 반년간으로 펴내는 학술지인 <지식의 지평>은 그간 한국 사회에 필요한 학문적, 사회적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최근의 학문 동향을 제공하는 데 무게를 실어 왔다.
다소 생뚱맞아 보이는 기획특집 ‘유별난 한국’은, ‘기적’을 만들어냈던 ‘빨리빨리’의 뒷모습을 주목한 시선이다. 사회학, 심리학, 정신건강의학 등 전공자들이 기획에 참여했다.


성연신 고려대 교수(심리학과)는 한국 사회에서 일상으로 자리잡은 잘못된 소비문화를 ‘타인의 인정에 목마른 과시 소비’라는 문제의식에서 살펴내면서, 과연 ‘행복한 소비’란 무엇인가를 점검했다. 같은 대학에 재직하고 있는 김문조 교수(사회학과)는 얼마전부터 우리 사회의 유별난 모습이 돼 버린 스마트폰 중독에 대해 서술하면서, 스마트폰의 기술적 속성, 현대 한국인의 의식 세계를 일별한 뒤, 스마트한 삶을 위한 스마트폰 사용법을 제시한다.


최보문 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미국정신의학회의 질병 분류인 「진단과 통계 요람」에 한국만의 질변으로 올랐던 화병을, 이현정 서울대 교수(인류학과)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욕망이 지배하는 삶의 억압성과 경멸의 문화 속에 죽음으로 내몰리는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이 있다고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장덕진 서울대 교수(사회학과)는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병폐인 패거리 문화를 ‘연줄사회’라는 개념으로 접근, 엘리트 집단 내 연줄의 현실, 연줄의 불평등 분포, 연줄사회의 부정적 결과 등에 관해 설득력 있는 분석을 제시했다. 김왕배 연세대 교수(사회학과)는 이미 잘 알려진 한국의 교육열을 진단했다. ‘구별짓기의 학력 자본’, ‘사회적 지위 상승의 욕망’, ‘불안으로부터의 탈출을 위한 교육열’, ‘핵가족주의와 교육열의 조우’라는 소제목 아래 이미 유아원부터 시작된다는 과도한 교육열에 경종을 울린다.


특히 이 가운데 이현정 교수의 글 「무엇이 한국인을 죽음으로 내모는가-타인 지향적 삶과 경멸의 문화」는 잇따르고 있는 자살 현상을 짚어볼 수 있는 글로 손색이 없다. 이 교수는 경쟁사회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강박된 ‘실패’를 가리켜 ‘사회적 죽음’으로 읽어내면서 이렇게 지적한다. “실패에 대한 회복의 가능성을 거의 제공하지 않으면서도, 한국 사회는 실패한 사람들에 대한 경멸에 있어서는 누구보다도 앞장서 있다. 권력이든 경제력이든 ‘가진 자’가 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태도는 끊임없이 ‘가지지 못한 자’들을 실패자로 규정하고 그들에 대한 경멸을 정당화한다. 한국사회에서 실패한 사람들은 자살하지 않더라도 이미 죽은 것과 같다. 뭇사람들의 경멸과 비웃음과 폭력의 대상이 될 뿐, 이들은 정상적인 공동체 성원으로 인정되지 않는 사회적 주검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우리가 다른 나라에서 배워야 할 게 있다면, “그것은 물질적 부유함과 더 나은 복지 제도가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타인이 아닌 나의 삶과 나눔의 공동체를 만들어 갈 줄 아는 태도와 능력”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지식과 지평>을 구성하는 훙미로운 꼭지 가운데 ‘地平 메모랜덤’과 ‘연속기획’을 빠트릴 수 없다. ‘地平 메모렌덤’은 이름 그대로 학문의 역사에서 기념할 만한 사건과 인물을 찾아 그 의미를 조망하는 자리다. 이번 호에서는 사망 1천200주기의 샤를마뉴 대제, 탄생 450주년을 맞은 셰익스피어, 사망 150주기의 최제우, 사망 450주기를 맞은 미켈란젤로, 탄생 500주년의 해부학자 베살리우스, 사망 100주기가 돌아오는 찰스 샌더스 퍼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출간 500여년이 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각각 조명했다. ‘연속기획: 우리 학문, 어디에 서 있는가?’는 ‘컴퓨터과학’의 현황과 위상, 그리고 개선 방안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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