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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와 인간
바이러스와 인간
  • 김환규 서평위원/전북대·생명과학과
  • 승인 2014.11.1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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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itamus 우리는 생각한다] 김환규 서평위원/전북대·생명과학과

▲ 김환규 서평위원
수천 년 전부터 바이러스는 인간을 포함한 동식물에 여러 질병을 유발했다. 바이러스라는 용어는‘독소’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바이러스는 인간에게 수많은 질병을 일으켜왔다. 바이러스는 질병을 일으킨다는 면에서뿐만 아니라 생명현상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실험재료로 사용돼 왔다. 우두 바이러스와 광견병 바이러스를 통해 백신개발이 가능했고 DNA가 유전물질임을 증명하는데 사용된 재료도 T2박테리오파지였다.

바이러스는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물체에 감염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식물 바이러스는 농작물의 수확감소를 일으키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연구될 수 있었다. 의사들은 돼지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할 경우 돼지의 레트로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파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자궁경부암과 카포시육종 같은 다양한 암을 유발하기도 한다.

기원을 알 수 없지만 바이러스도 다른 유전체와 마찬가지로 진화한다. 바이러스 진화의 예는 토끼의 점액종 바이러스를 들 수 있다. 점액종 바이러스는 1950년에 호주에서 농작물에 해를 끼치는 야생토끼를 없애기 위해 도입됐다. 이 사업은 초기에는 성공적이었으나 불과 2년 만에 이 바이러스는 더 이상 작용하지 못하게 됐다. 최초의 바이러스와 2년 뒤에 감염된 야생토끼에서 분리한 바이러스를 비교한 결과 두 바이러스 사이에 큰 차이점이 존재했던 것이다.

최초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토끼의 99% 이상이 2주안에 죽었으나 2년 뒤에 분리된 바이러스의 80%는 치사율이 70~95%로 감소했고, 감염된 토끼의 생존기간 역시 2배로 증가했다. 즉 점액성 바이러스 집단이 독성이 약한 형태로 진화된 사례다.

인간의 후천성 면역결핍증 바이러스(HIV)가 발견된 이후 지난 30여 년간 2천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죽었고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거의 두 배에 이른다. 아프리카는 바이러스의 폭발적인 증가로 인구가 격감하기도 했다. HIV에 대한 항바이러스제 개발로 감염된 사람들의 수명이 연장되고 생활의 질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완전한 치료법이나 백신은 없는 형편이다. 에볼라(Evola) 바이러스는 그 동안 HIV에 견줄 정도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지만 최근에 서아프리카에서의 창궐은 HIV 보다 더 위력을 떨치고 있으며 그 증상이 처참하고 전염성이 강해 책과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1989년에 리처드 프레스톤(Richard Preston)이 저술한『열구역(The Hot Zone)』에서 저자는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중심으로 공상과학 소설처럼 에볼라 전염병에 관해 서술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혈액, 조직과 체액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될 수 있고 출혈열을 일으킨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50% 이상의 치사율을 보일 정도로 공포스럽다. 치료방법이 없기 때문에 발병되면 격리공간에서 생사의 갈림길을 운명에 맡길 뿐이다. 최근 <뉴욕 타임즈>에 실린 에볼라 관련 기사의 제목이「에볼라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두렵다」라는 표현에서 이 질병의 심각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연관돼 있는 한 감염성 질병을 공유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감염성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균은 결코 박멸시킬 수 없다. 단지 조절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인간은 백신과 다른 방법들을 이용해 감염성 질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자취를 감춘 천연두 같이 질병 박멸에 대한 인간의 꿈은 人獸공통 질병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다른 동물 종에 살고 있는 질병 매개체는 그 동물을 박멸시키지 않는 한 공존할 수밖에 없다.

많은 전염성 바이러스가 박쥐에게서 감염되고 있으며 인간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박쥐는 생태계에서 엄청난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박쥐로부터 비롯되는 질병이 많다고 해서 박쥐를 박멸시킬 수는 없다. 해결책은 이러한 질병의 실체를 이해하고 잘 다루는 수밖에 없다.

한편, 인간에 감염된 병원체도 다른 동물을 감염시킬 수 있다.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고릴라, 침팬지와 원숭이 등은 과학자나 관광객이 옮긴 병원균에 의해 감염됐다. 세균이나 원생동물 병원균과 함께 홍역, 소아마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이 동물에서 검출되고 있다.

김환규 서평위원/전북대·생명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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