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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교육과 ‘분배’ 논리
영어교육과 ‘분배’ 논리
  • 조영교 경남대·영어교육과
  • 승인 2014.11.0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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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교수 칼럼] 조영교 경남대·영어교육과

“우리 영어교육이 이뤄내야 할 성취의 내용과 평가기준, 교육현장이 실현해야 할 교육목표 등에 대한 고려는 소외돼 있다.”

조영교 경남대·영어교육과
필자는 미국유학시절 제2언어 학습자들의 학습동기에 관한 연구를 하면서 영어를 배우는 한국의 학생들과 한국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미국인 학습자들에게 같은 내용으로 외국어 학습동기에 대한 설문을 실시한 바있다. 두 집단의 외국어 학습동기에서 유사성과 차이점, 그리고 그 변인들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절대 다수의 미국인 응답자들은 한국어학습 이유를‘한국문화에 대해 더 잘 알기 위해서’혹은‘한국어로 의사소통을 잘하기 위해서’라고 답을 했다. 낯설지 않은 결과였다. 그리고 한국 학생들의 응답 내용과 대조해 봤다. ‘수능 고득점’그리고‘토익 고득점’이 한국 학생들의 영어학습의 절대적 목표였다. 이러한 극명한 대조 뒤에는 우리 사회 영어교육의 현 주소가 적혀있다.

국제화의 흐름을 타고 한국의 영어교육정책이‘의사소통 중심 교육’을 국가적 공론으로 정한 지 십수 년이 지났다. 분명 우리에게도 교육목표로서의 의사소통의 중요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시험준비 일변도를 달려온 우리 교육현장은‘의사소통’이라는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에는 많은 현실적 난관들이 있었다.

시험 준비와 의사소통이라는 이원화된 영어학습구조는 사교육 의존도의 증폭 및 영어양극화 현상을 가져왔고, 정부는 여러 정책들을 내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을 해왔다.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은 이런 사회 정치적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NEAT는 수능시험 대체를 통해 영어 사교육비를 경감하고 의사소통능력을 학교교육을 통해서 실현한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2013년 정부는 NEAT의 수능시험과의 연계 및 대체를 사실상 백지화했다. 사교육을 더욱 조장한다는 이유에서다.

다시 우리의 교육계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영어과목의 평가방식에 대한 논의로 한층 뜨겁다. 지난 7월에는 서울의 한 대학에서 한국중등영어교육학회 주관으로‘학교 영어교육 정상화를 위한 수능 영어평가제도의 개선방안’을 주제로 한 전문가들의 토론이 있었고, 교육부에서도 수능 영어 절대평가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공청회를 전국적으로 개최하는 등 수능 영어의 절대평가로의 전환은 이미 확정된 사실인 듯 보인다. 이번 절대평가로의 전환도 궁극적으로는 막대한 영어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차원이라고 한다.

이렇듯 정책이 바뀌고 새로운 정책이 나올 때면 항상‘사교육비 감소’,‘ 소득계층 간 격차 해소’가 정치적 결정의 최우선적 고려사항이 된다. 그러나 교육의 문제를 이러한‘분배’논리로만 해결할 수 있을까. 우리 영어교육이 이뤄내야 할 구체적 성취의 내용과 평가기준, 그리고 교육현장이 실현해야 할 교육목표 등 교육의 본질적인 문제와 해결방안에 대한 고려는 소외돼 있는 것 같다.

사교육비 경감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정치적 과제임에는 이의가 없을 것이지만 교육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고찰 없이 소득계층 간 격차 해소라는 논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다. 이는‘의사소통 중심영어교육’을 국가 사회의 교육목표로 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가 가장 취약한 부분 또한 ‘의사소통’능력이라는 점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학교 영어교육의 정상화는 학생들의 영어소통능력을 학교교육을 통해 실현해내는 데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말하기, 쓰기의 교육 및 평가도 수반돼야 한다. 이러한, 영어교육의 내용과 교수 방법론적 보완에 대한 검토가 수반되지 않은 상태에서 평가의 틀만을 수정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다.

아울러 최근 EF(Education First)가 발표한 EPI지수(English Proficiency Index)에서 한국은 60개 평가대상국 중 24위(moderate proficiency)라는 평가사례에서 보듯이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영어능력이 그리 높지 않음을 고려한다면, 이번 수능 영어의 절대평가 도입에 따라 유발될 수 있는 영어 능력의 전체적 하향평준화는 우리 사회의 큰 손실일 수밖에 없다. 우리의 교실에는 글로벌 시대의 한국을 이끌어 갈‘영어인재들’또한 많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조영교 경남대·영어교육과
미국 뉴욕주립대(버팔로)에서 영어교육학으로 박사를 했다. ‘영어 학습자의 학습동기와 학습성취도와의 인과관계 분석’으로 2014년 한국영어교육학회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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