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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만능주의의 폐해
평가 만능주의의 폐해
  • 김 영 논설위원/인하대·한문학
  • 승인 2014.11.03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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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김 영 논설위원/인하대·한문학

▲ 김 영 논설위원
2018년부터 대학 입학정원이 고교 졸업생 수를 초과해 2023년에는 16만명을 초과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교육부는 대학정원을 감축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회에는‘대학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이 제출돼 있다. 이 법률안은 구조조정을 평가에 의해 시행하며, 그것을 위해 평가위원회와 구조조정위원회를 설치하고, 교육부 장관이 정원 조정에 대한 권한을 갖는다는 것을 핵심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법률안에 대해서는 국립대학교수회연합회와 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와 교수노동조합, 그리고 대학교육학회 같은 교수단체와 학회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교수단체와 학회도 그 동안 정권의 필요에 따라 무분별하게 설립돼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대학들에 대한 합리적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학령인구 감소가 충분히 예견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실대학을 무분별하게 허가해 오늘날의 사태를 초래하게 한 교육부가 지난 잘못에 대한 일말의 반성이나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또다시 평가와 구조조정의 권한을 독점하려는 것을 문제 삼는 것이다.

평가는 평가자의 도덕성, 평가 목표의 정당성, 평가 기준의 합리성, 평가 이후의 후속 대책 등이 담보될 때 구성원의 동의를 얻을 수 있고 그 평가가 현실적 의미를 지닐 것이다. 그런 면에서 교육부의 일방적 평가와 구조조정은 목표는 정당하다고 할 수 있으나 몇 가지 대목에서 우려스럽다.

즉, 문제를 야기한 당사자인 교육부가 이를 주도하고 있고, 평가 기준이 수도권 대학과 대형 국립대학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돼 있어 개성 있는 중소 규모의 대학과 지방 대학의 소멸을 가져올 위험성이 있다. 또한 구조조정 후 파생되는 교수와 학생들에 대한 후속 대책이 없이 사학재단에게 일방적인 이익을 안겨줄 독소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부 밖에서 공정한 대학평가와 합리적 구조조정 문제를 독립적으로 다룰 수 있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요즘 대학 사회는 이러한 교육부의 일방적인 평가에 의한 구조조정 문제로만 진통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학의 총장들은 언론사들의 대학순위평가에 휘둘리고 있고, 교수들은 대학순위평가의 핵심지표인 연구업적 상향 압박 때문에 좋아하는 연구는 하지 못하고 점수가 되는 논문을 제작하느라 바쁘고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에 서울의 한 사립대학 경영학과 교수였던 A교수는 임용된 지 3년만에 날아온 해임 통보에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해임 사유는 논문 부족 때문이었다. 임용 당시보다 훨씬 엄격해진 재임용 기준에 맞추느라 SSCI(사회과학논문 인용색인)급 저널에 논문을 준비했는데, 게재 결정까지 2년 가까이 걸리는 바람에 결국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했다. A교수가 해임 처분을 받은 날로부터 정확히 2주 뒤, 그렇게 기다리던‘논문 게재 확정’연락이 왔다. 하지만 되돌릴 수는 없었다. 그는 “너무 억울했지만 규정이 엄격해 별수가 없었다”면서“요즘 SSCI급 논문게재 실적을 내세워 다른 대학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한다.

이게 요즘 우리 대학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대학의 자율성에 대한 고려없는 일방적인 평가에 의한 구조조정이나 교수의 지적 호기심을 유발하는 창의적인 연구 대신에 단기간에 많은 논문 제작을 강요하는 연구업적평가시스템은 폭력이다. 학문은 근본적으로 진리와 도를 향한 협력이지 같은 연구자끼리 경쟁을 시켜 순위를 매기는 게임이 아니며, 대학은 나름대로의 창학 이념과 교육철학에 따른 다양하고 개성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장소이지 비교우위를 위해 경쟁심을
부추기는 곳이 아니다.


김 영 논설위원/인하대·한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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