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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부 통폐합’? … 전문성 확대가 먼저다
‘출판부 통폐합’? … 전문성 확대가 먼저다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4.10.2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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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출판부, 어떤 변화의 기로에 서 있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수익성이 전부가 아니라,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전문 학술 전초기지라는 역할도 함께 제고하는 대학 리더십이 아쉽다.


(사)한국대학출판협회(회장 권원순 한국외대 출판부장)가 서평집 <시선과 시각> 창간호를 들고 나온 지 1년 4개월이 지났다. <시선과 시각> 3호가 내달쯤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서평집을 창간할 당시 ‘문제의식’이 어떤 활로를 찾았는지는 아직 답을 내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학출판부를 수익 창출부서가 아니라 교육 및 연구지원 기관으로 이해하는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2009년 6월에 있었던 미국대학출판부협회(Association of American University Presses, AAUP)의 연차회의 논의 사항은, 장차 한국 대학출판부에 어떤 ‘바람’이 불어 닥칠지 앞서 보여준 사례다. 2009 AAUP 연차회의는 출판부 폐지 위기, 예산·인원·타이틀 수 삭감, 매출 감소, 인쇄형에서 전자형으로 이용 형태 변화, 출판부(국)의 통폐합 등 미국의 대학출판부를 둘러싼 환경 변화를 심각하게 논의했다.


서평집 <시선과 시각>을 한국대학출판협회가 내놓았을 때, 발등 위에는 이런 급박한 사정이 닥쳐 있었다. 그리고 그 해법은 인식의 대전환이라는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방향에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발로 뛰고 있는 대학출판부 관계자들은 ‘인식의 대전환’ 쪽으로 변화가 진행되는 게 아니라, 대학출판부를 보는 부정적 인식의 확대 쪽으로 물결이 흘러가고 있다고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가 표출되는 것은, 출판부를 특정 기구(신문·방송사)나 도서관으로 통폐합하는가 하면, 특정인이 대학출판부 시스템을 뒤바꿔 혼란을 키우거나, 대학 본부측에서 과다한 ‘시장논리’를 내세워 출판부를 압박하는 일이 잦아지는 것과 관련된다. 한 마디로 ‘경쟁력’ 제일주의라는 척도가 학술출판의 최전선이라 할 수 있는 대학출판부에도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시선과 시각>의 이종백 편찬위원장(영남대출판부)은 “<시선과 시각> 창간호를 발행할 때, 대학의 인식 변화를 주문했다. 수익이라는 잣대로 대학출판부를 평가한다면, 학술 출판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는 이뤄질 수 없다. 대학출판부가 수익 창출부서가 아니라 교육 및 연구지원 기관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거듭 지적한다.


물론 ‘인식의 전환’과 함께 대학출판부의 적극적인 변화 의지와 새로운 활로 모색이 필요하다. 출판부 관계자들도 이 점을 인식, 다양한 모색을 시도하고 있다. 경북대출판부의 경우, 기획·번역 자유공모제 방식으로 좋은 책과 저자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용훈 기획편집실장은 “기획번역 공모는 학술적 바탕 위에 대중성을 쉽게 풀어낸다는 취지다. 특히 지정공모제에 비해 자유공모제 방식의 출판은 손이 많이 가고 까다로운데도 이를 고집하는 건 더 좋은 기획·번역서를 찾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한다. 그러다보니 ‘저자’를 경북대 안에서만 고집하지 않는다. 내외부에 모두 오픈하고 있다. 2004년 대학출판부로서는 처음으로 종합브랜드 ‘지식의 날개’를 선보인 한국방송통신대 출판문화원은 세분화된 출판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예컨대 학술서는 ‘에피스테메’, 교양서는 ‘지식의 날개’, 문고본은 ‘아로리총서’라는 브랜드로 출판하고 있다. 역량 있는 필자들에게는 언제나 문을 열어 놓고 있다. “브랜드별로 특화된 출판을 지향하고 있는 게 방송대의 특징”이라고 말하는 김정규 기획팀장은 교양도서 부문 사업에 좀 더 역량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귀띔한다. 기획출판에 좀 더 공을 들이는 곳도 있다. 성균관대출판부는 내년 출판부 설립 40주년을 앞두고 ‘새로운 문화의 융화로’를 모토로 ‘출판부 설립 40주년 기념 기획도서 원고 공모’라는 새로운 실험을 모색하고 있다. 출판부의 현상철 기획팀장은 “목적적·실험적 형태의 이번 원고 공모 사업은 기획된 콘셉트 아래 수상작들을 시리즈로 출간함으로써 새로운 콘텐츠 이니셔티브를 타진함은 물론, 대외적으로 잠재력 있는 신진 저술가들을 발굴·육성하고, 대학출판부의 활력을 ‘문화의 장’에 적극적으로 소개하려는 데 목표가 있다”라고 설명한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기획공모 방식이란 점도 흥미롭다. 그렇다면 조금 특화된 대학출판부의 경우라면 사정은 어떨까. 가톨릭대출판부는 현재 3개 교정 통합 출판부라는 독특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교내 교수들의 연구 업적 중심으로 학술 도서를 펴내고 있지만, 신학대학이라는 특수성을 반영해 ‘신학과 철학서’에 집중한다. 전민규 과장은 “교계출판사들이 펴내기에는 부담이 되는 ‘신학, 철학’ 관련 전문 학술서를 펴내는 ‘창구’ 역할을 한다”라고 가톨릭대출판부의 특성을 설명한다. 이것은 대학출판부 고유의 성격과 방향을 정확히 읽어낸 자기인식으로 볼 수 있다.


기획도서, 브랜드 출판 등 다소 상업적 요소가 함축된 다각적인 시도를 모색하고 있긴 하지만 한국 대학출판부는 두 가지 내적 과제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외부의 입김을 거뜬히 막아낼 수 있는 자체 전문성 제고다. 김정규 한국방송통신대 출판문화원 기획팀장의 말처럼 ‘출판 전문성’은 거듭 강조될 필요가 있다. 특정인에 의해 대학출판부가 좌지우지 되지 않고, 독자적인 길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체적인 전문 인력 확보가 필수다. 둘째는, 급변하는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력 확보다. 고려대출판부의 사례를 조심스럽게 검토해볼 수 있다.

고려대출판부는 최근 ‘영문도서’ 출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영문도서 발간에 눈을 돌렸는데, ‘세계시장’을 겨냥하겠다는 포석이다. 김철 편집장은 “활로가 불투명한 전자책 출판보다는 ‘영문도서’ 출간을 통해 세계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세계화시대라는 조건을 최대한 활용한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내적 과제에 충실한다 하더라도 본질적인 요소, 즉 대학출판부의 고유 역할을 대학당국이 어떻게 인식하느냐는 문제가 정상 궤도에 오르지 않는다면, 대학출판부는 ‘시장논리’가 투영된 또 하나의 수익기구로 머물게 될지 모른다. 수익성이 전부가 아니라,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전문 학술 전초기지라는 역할도 함께 제고하는 대학 리더십이 아쉬운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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