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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양명학의 저변 확대를 위한 제언
한국양명학의 저변 확대를 위한 제언
  • 김민재 성신여대 강사
  • 승인 2014.10.2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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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김민재 성신여대 강사

학계에서 하곡 정제두(1649~1736)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양명학에 대한 인식은 어떠할까? 1990년대 초, 박연수의 「하곡 정제두의 사상에 있어서 인간이해에 관한 연구」와 김교빈의「하곡철학사상에 관한 연구」라는 두 편의 박사학위논문이 발표된 이래 양적인 측면만 놓고 보면 한국양명학에 대한 인식은 분명 심화, 확장돼 왔다.

그러나 이와 같은 평가가‘한국양명학의 저변 확대가 제대로 이뤄졌는가?’라는 질문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필자가 이렇게 냉정하게 판단하는 첫 번째 이유는, 필자를 포함해 정제두의 사상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학자가 10여명에 이르는 지금까지도『하곡집』은 부분 번역만 이뤄졌을 뿐 완역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1970년대 초, 한국고전번역원의 전신인‘민족문화추진회’에서『하곡집』의 내용 가운데 일부를 엄선해 번역한『국역 하곡집 Ⅰ~Ⅲ』은 정제두의 양명학적 특징들을 잘 보여줬고, 후학양성에도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불충분한 역주와 적지 않은 비문·오역은, 최초 국역이 이뤄진 이후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거의 수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정제두의『하곡집』도 충실하게 교감, 완역되지 못했으니 강화학파에 속하는 여타 문인들의 문집이야 다시 말할 필요가 있을까?

두 번째 이유는, 정제두의 사상에 대한 교육학계의 관심부족에 있다. 현대인들이 겪는 수많은 스트레스의 해소법 중 하나는 자신의‘마음’을 성찰하는 데 있다. 그래서 대중적으로도 마음의 고통을 덜어준다는 구호를 내걸고 있는 프로그램이나 서적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인간의 마음에 천착해 논의를 전개했던 정제두의 사상은 교육학적으로도 살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그러나 정제두를 위시한 한국양명학에 대한 교육학계의 관심은 그리 크지 않다. 대한민국 사람으로 이황이나 이이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그 사상의 고유성과 필요성을 알려주는 것이야말로 한국양명학의 저변 확대를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 아닐까?

『하곡집』도 완역되지 않았고, 한국양명학에 대해서도 전문 학자들이나 관심을 기울이는 이 때,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파생했다. 첫째는, 정제두라는 인물 자체에 대한 이해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전히 번역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는『하곡집』의 많은 書와 疏들은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국역이 시급하다.

둘째는 정제두의 사상적 측면에 대한 해석의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정제두를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 生理와 眞理의 관계 및 良知에 대한 부분들은 아직도 하나의 합의가 나오지 않고 있다.

셋째는 한국양명학 자체가 생소하다보니 이 사상에 접근하려는 후학들의 관심도 크지 않거니와 일차적인 통로 역시 제대로 준비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국양명학을 공부하려면 정제두의 사상을 필히 거쳐야 하는데, 성장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배울 기회도 없었고 문집은 완역되지 못했으므로, 관심을 학문으로 연결시키기도 전에 열정이 사그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한국양명학의 저변 확대를 위해 기본서인『하곡집』의 충실한 교감과 풍부한 역주에 기반을 둔 완역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제언한다. 그리고 한국양명학에 대해, 응용학문인 교육학계의 관심이 좀 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제언한다.

 

김민재 성신여대 강사
한국교원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통 사상과 현대 도덕교육의 연결 및 근대계몽기 수신교육 등에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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