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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총장 직선제 폐지한 이유 따로 있었나?
국립대 총장 직선제 폐지한 이유 따로 있었나?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4.10.27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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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국립대 총장 임명 제청 줄줄이 거부에 의혹 … 법원도 제동

교육부가 뚜렷한 이유 없이 국립대 총장 임명 제청을 잇달아 거부하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김 아무개 공주대 교수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총장 임용제청 거부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공주대 총장 임용제청 거부 처분을 취소한다”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김 교수는 지난 3월 최 아무개 교수와 함께 공주대 총장 후보로 추천됐으나 교육부는 지난 7월 아무런 사유도 밝히지 않고 “인사위원회 심의 결과 1순위 및 2순위 모두 국립대 총장으로 부적합해 임용 제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통보했다. 그러자 1순위 총장 후보자였던 김 교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판결문에서 “헌법 제25조의 공무담임권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공직 취임의 기회가 박탈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며 “처분의 이유와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 절차상 위법이 있을 뿐 아니라 사전통지 및 의견청취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은 절차상 위법도 있다”고 밝혔다.

올 들어 교육부가 국립대 총장 임명 제청을 거부한 것은 공주대만이 아니다. 교육부는 한국방송통신대와 한국체대가 추천한 1, 2순위 총장 후보자도 임명 제청을 거부하면서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지 않았다. 한국체대는 네 번 연속 총장 임명 제청을 거부당해 김종욱 총장 퇴임 이후 19개월째 총장 공석 사태를 맞고 있다. 본인에게도 사유를 밝히지 않으면서 방통대의 경우 1, 2순위 후보자가 진보성향이라는 이유로 임명 제청을 거부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도는 실정이다. 한 국립대 교수는 “한국체대 전임교원 100명 정도인데 8명이나 임명 제청을 거부했다는 것은 사실상 정부가 한국체대 교수들은 총장 자격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국립대 총장 임명 제청이 줄줄이 거부당하면서 지난 2011년 총장 직선제 폐지를 밀어붙였던 교육부가 국립대 길들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공주대 교수협의회는 지난 17일 성명을 내고 “반복적으로 총장 임용 제청을 거부하는 교육부의 행위가 대학 예산 지원과 행정 규제라는 칼을 쥐고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고 도입한 간선 방식의 총장 공모제를 통해 대학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국립대를 길들이려는 속칭 교피아의 전횡을 위한 수단이 아니길 바란다”라고 지적한 것은 이런 우려에서다.

이병운 전국국공립대교수회연합회 상임회장(부산대)는 “교육부가 강압적으로 총장 직선제를 폐지할 때 우려했던 것처럼 대학을 통제하고 관리하기 위해 자기들 마음에 드는 총장을 임명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재홍 방통대 교수는 “교육부 정책을 대학에 관철하기 위해서는 임명제 총장이 필요한데, 중간 단계인 총장임용추천위원회 방식을 가져가면서도 임명제 효과를 누리려는 의도가 보인다”라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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