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12:05 (수)
뇌에서 작동하는 GPS 시스템을 찾아서
뇌에서 작동하는 GPS 시스템을 찾아서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4.10.20 17:5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 77. 2014년 노벨생리의학상

▲ 2014년 노벨생리의학상의 수상자는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의 신경과학자 존 오키프, 노르웨이 과학기술대에 근무하는 부부 과학자 마이 브리트 모서와 에드바드 모서다(사진 왼쪽부터). 이들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뇌가 어떤 방식으로 길을 찾게 도와주는지를 발견했다. 사진 출처= 노벨재단
매년 10월이면 전 세계 사람들은 노벨상에 주목한다. 인류와 자연을 위해 이룩한 빛나는 연구 성과가 발표되는 달이기 때문이다. 노벨재단은 지난 6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7일), 화학상(8일), 문학상(9일), 평화상(10일), 경제학상(13일)을 발표했다.
2014년 노벨생리의학상은 세 명이 공동수상했다. 스웨덴 카롤린의학연구소 노벨위원회는 “뇌세포 내에서 ‘몸 안의 GPS’라고 할 수 있는 위치정보 처리 시스템을 발견해 사람들이 자신의 위치와 방향을 파악할 수 있는 원리를 규명한 세 과학자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네이처>는 「뇌 위치 결정 시스템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이 수상되다(Brain positioning system wins medicine Nobel)」라는 제목으로 관련 내용을 대서특필했다. 세 명의 수상자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신경과학자인 존 오키프(John O´Keefe) 박사와 노르웨이 트론헤임의 과학기술대 연구실에서 근무하는 부부 과학자 노르웨이 마이 브리트 모서(May-Britt Moser)와 에드바드 모서(Edvard I. Moser)다.

우리는 어떻게 환경을 체험하는가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떻게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까지 찾아갈 수 있을까. 공간과 길 찾기에 관한 질문들은 오랜 시간 철학자와 과학자들의 관심대상이었다. 공간 감각과 길을 찾는 능력은 우리의 생활에 기초한다. 공간 감각은 우리가 존재하고 있는 환경에 대한 지각을 제공한다. 또한 거리 감각은 움직임과 이전 위치에 대한 지식에 기초하는데, 길을 찾는 동안 공간 감각과 서로 연결된다.
200년보다 더 오래 전,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는 어떤 정신 능력들은 경험과 상관없이 선험적 지식(학습 이전에 존재하는 지식이나 반응)으로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칸트는 공간을 마음에 내재된 직관의 형식이라는 개념으로 봤고 이를 통해 세상이 인지된다고 생각했다. 20세기 중반 행동심리학의 출현과 함께 이러한 질문들은 실험적으로 해결될 수 있었다. 에드워드 톨먼(Edward Tolman)은 쥐가 미로를 따라 움직이는 실험을 했다. 그는 쥐가 길 찾는 방법을 학습할 수 있으며 이는 뇌에서 ‘인지도(cognitive map)’ 형태로 제시되 길을 찾게 해준다고 제안했다. 질문은 계속 이어져 뇌에서 이러한 지도가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남겼다.


존 오키프는 1939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으며, 미국과 영국 시민권을 소지했다. 그는 1967년 캐나다의 맥길대에서 생리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0년대 후반, 존 오키프는 뇌가 행동을 통제하고 결정하는 문제에 매료됐다. 오키프는 이 질문에 다가가기 위해 신경생리학적 방법을 썼다. 1971년 존 오키프는 이러한 위치 결정 시스템의 첫 번째 구성요소를 발견했다. 그는 방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쥐 각각으로부터 뇌의 해마에 있는 신경세포들의 신호를 녹음했다. 그리고 동물이 환경에서 특정 장소를 추정할 때 특정 신경세포들이 항상 활성화됨을 발견했다. 그는 이들 ‘장소 세포(place cell)’가 단순히 시각적 입력을 등록하기보다는 환경의 내부 지도를 만든다고 봤다. 또 다른 신경세포들은 쥐가 다른 장소로 이동할 때 활성화됐다. 오키프는 이러한 장소세포들이 방의 지도를 형성한다고 결론지었다. 오키프는 해마가 수많은 지도를 생성하며, 이는 다른 환경에서 활성화된 장소세포의 집합적 활성으로 나타난다고 봤다. 즉, 환경에 대한 기억은 해마에서 활성화하는 장소세포의 특정 조합으로 저장될 수 있는 것이다.


마이 브리트 모서는 1963년 노르웨이의 Fosnavag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오슬로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으며, 1995년 신경생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에드바드 모서는 1962년 노르웨이 올레순(Alesund)에서 태어났다. 그는 오슬로대에서 신경생리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아내와 함께 연수과정을 거쳤다. 2005년 모서 부부는 뇌의 위치 결정 시스템의 또 다른 주요 구성요소로 ‘격자 세포(grid cell)’라 불리는 다른 유형의 신경 세포를 찾았다.

장소세포들이 지도를 형성한다
모서 부부는 방에서 움직이는 쥐 해마의 연결 지도를 작성하던 중, 뇌 부근에 위치한 내후각 피질(entorhinal cortex)에서 놀라운 패턴이 활성화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쥐가 복합적인 장소를 지날 때 내후각 피질의 특정 세포가 6각형 격자무늬로 정렬된 것이었다. 이들 격자세포들 각각은 독특한 공간 패턴으로 활성화했으며 공간 내비게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좌표 시스템이 됐다. 격자세포들은 내후각 피질의 다른 세포들(방향의 위치와 방의 경계를 인지), 그리고 장소세포들과 함께 해마에서 회로를 형성해 소통했다. 회로망은 뇌에서 광범위한 위치 결정 시스템 즉, 내부 GPS로 작용했다.
오키프와 모서 부부의 발견으로 인해 수세기 동안 철학자와 과학자들이 지니고 있던 문제인 ‘뇌가 우리 주위의 공간을 지도로 간직하는 것과 우리가 복잡한 환경 속에서 길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의 실마리를 해결하게 됐다.

뇌의 위치 결정 시스템으로 환자 치료
최근 뇌 영상화 기술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환자가 겪고 있는 신경외과 수술에 대한 연구는 장소세포와 격자세포가 인간에게도 존재한다는 증거를 제공한다. 초기 단계에서 해마와 내후각 피질에 영향을 받은 알츠하이머병 환자 개개인은 종종 길을 잃거나 환경을 인지할 수 없다. 따라서 뇌의 위치 결정 시스템에 대한 지식은 뇌 질환으로 인해 대단히 파괴적인 공간 기억 상실이 발생하는 메커니즘의 이해를 도와주는 토대가 된다. 또한 뇌의 위치 결정 시스템의 발견은, 특화된 세포 총체가 고도의 인지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함께 작용한다는 이해를 줘 우리의 인식체계 변화를 야기한다. 기억과 같은 다른 인지 과정과 생각하기, 계획하기를 이해하는 데 새로운 길을 열어 준 셈이다. 뇌는 종종 소우주로 비유된다.

데카르트의 명언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도 결국 ‘나는 생각한다. 고로 뇌는 존재한다’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뇌는 한 인격을 구성한다. 바쁜 사회와 무수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사상을 정립하지 못하고 휩쓸리고 만다. 그 결과 정체성의 혼란과 고독, 무기력을 느끼고 진정한 생각도 하지 못해 뇌가 퇴화될 지경이 됐다. 뇌 연구의 발전은 뇌 질환을 지닌 사람들이 훈련을 통해 뇌 신경세포를 늘리기보단 인위적으로 늘릴 가능성이 커진다는 문제점을 주지만,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제공한다는 장점도 있다. 추상적인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뇌의 모든 것들이 결국은 물질 간 상호작용의 결과인 것일까. 아직도 나아갈 방향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노벨위원회는 1970년대 오키프가 수행했던 연구와 그로부터 30년 후에 모서 부부가 수행한 연구를 인정했다. 그들의 오랜 연구는 존경할 만하다. 12월 10일,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노벨상 수상식이 열린다. 스웨덴 국왕이 수상자들에게 직접 수여장과 메달을 증정할 예정이다. 조만간 세 명의 수상자는 스톡홀름의 콘서트홀에서 빛나는 자리를 차지할 주인공이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영화 2014-10-22 20:40:00
인간의 상상력은 놀라워 결국 눈으로 보면서도 믿지 않는 인간들 노둔같은 치매환자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