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06:35 (토)
콘텐츠 디지털화는 대세 … 전문서적의 대중화 더 필요하다
콘텐츠 디지털화는 대세 … 전문서적의 대중화 더 필요하다
  • 박찬익 박이정출판사 대표
  • 승인 2014.10.20 10: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학술출판협회-교수신문 공동기획‘책 읽는 대학이 미래다’⑥ 인터넷과 출판, 위기인가 기회인가?

우리나라에서 개인용 컴퓨터가 상용화된 시기는 불과 30년 전의 일이다. 컴퓨터의 보급은 인터넷 문화를 생성했으며 인터넷문화는 우리사회와 문화를 급격하게 변화시켰다. 그중의 하나가 지식정보의 대중적 확산을 들 수 있다. 옛날에는 고급정보나 지식은 특정 계층의 공유물이었으며 그들은 이를 활용해 부를 축적하거나, 지식층으로서 무지한 사람을 부리거나 교육시킴으로써 사회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향유했다. 그러나 지금은 정보가 공유돼 넘쳐흐르는 시대다. 정보의 부족이 아니라 정보의 과다한 공급으로 정보혼란의 시대에 살고 있다.

대학은 학문을 연구하는 장으로 그동안 우리 교육의 중추 역할을 해왔다. 특히 교육열이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 초등학교 때부터 경쟁이 심화되고 학생들은 10년 이상을 입시위주 교육에 시달리고 있다. 학부모들은 수익의 상당부분을 교육비로 지출함으로써 가정경제가 위기에 처하고 있다.

교육의 3요소를 교실, 교사, 교재라고 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교재는 교육에 있어 필수 요소다. 대학교육에 필요한 교재나 교수들의 연구 성과물을 출판하는 것을 우리는 통상 학술출판이라 한다. 대학교육에서 교재는 강좌에 따라 주교재, 부교재, 참고자료 등으로 나뉘는데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전까지의 교재는 고전적인 교재 즉 종이책이 주를 이뤘고 교수들이나 학생들은 한 학기에 교재 한 권을 충실히 익히는 것이 학교 수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학에서 주교재의 역할은 줄어들고, 더구나 부교재나 참고서는 교실에서 적극 활용되지 않는다. 거의 강의 시간표에만 올리는 교재가 되고 말았다.

한편 교수의 강의도 일정한 교재가 없는 강의 즉, 그때그때 필요한 강의록을 가지고 교육이 진행되며, 동영상과 파워포인트로 강의 자료를 만들어 강의 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또한 일부 대학에서는 외국어로 강의하는 강좌가 늘고 있지만 여기에도 영어로 된 대학전문 교재가 개발돼 활용되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대학교재는 점점 판매부수가 해마다 떨어지고 더구나 대학생 수의 절대수 감소에 따라 그 부정적 영향이 가속화 되고 있다.

또한 교수들도 연구평가, 대학평가로 본연의 연구활동에 집중하지 못하고 교수평가나 학교평가에 동원되는 교육 근로자로 전락하고 있다. 지금의 교수평가가 논문위주로 돼 있고 단기간에 연구 성과물을 제출해야 되니 교수들은 실적에 맞는 논문 쓰기에 급급하다. 학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교재개발은 연구실적으로 인정받기 힘들어 교재개발에 신경을 못 쓰고 더구나 본인의 학문의 깊이를 더하는 계획적인 저서출판은 점점 어려워진다. 즉 무게 있고 권위 있는 학술서적 출판을 위한 원고는 살아지고 그동안 연구 발표한 논문을 엮어서 출판하는 저서가 주를 이룬다.

이와 같이 인터넷 환경에 따라 대학교육 방법이 달라짐에 따라 학술출판은 예상보다 빠르게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 그럼 학술서적을 출판하는 출판사에서는 이러한 인터넷환경을 맞이해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할까. 현재 대학교재를 출판하는 출판사는 전공 교재나 전문서적은 초판 500부를 발행하고도 판매를 걱정하는 것이 현실이다. 교양교재도 연간 1천부 이상 나가는 교재가 많지 않다. 출판은 문화상품으로 책을 출판하기 위한 기초 비용이 많이 들고 증쇄를 함으로써 이익이 발생하는 사업인데 초판 발행부수는 물론 재판하는 책의 비중도 줄어들고 있어 학술출판사에서는 책을 출판하지 않는 것이 이익이라는 말이 떠돈 지 오래다.

인터넷환경은 정보의 자유로운 소통이 장점이다. 또한 고정적인 정보가 아니라 유동적이며 유연한 콘텐츠 출판을 원한다. 그러한 맥락으로 볼 때 학술서적은 첫째, 콘텐츠의 디지털화가 대세며 다양한 형태로 교육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살길이다. 전자책을 만들어 언제 어디서나 고급 전문정보를 제공하거나 콘텐츠를 데이터베이스화해 공급하는 일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 한국학술출판협회에서는 2013년부터 학술전자출판조합을 만들어 ‘아카디피아’라는 브랜드로 30여 개 출판사에서 1천800여 종의 전자책을 만들어 직접 유통하고 있다. 개별출판사들도 전자책이나 데이터베이스 제공에 나서고 있다.

둘째, 인터넷환경은 도서정보의 전달을 용이하게 했고 지역적 공간적 한계를 넘어서게 했다. 학술출판은 이러한 요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즉, 전문서적이 필요한 곳에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철저하게 제공해야 한다. 대학도서관이나 구립, 시립도서관에는 복본조사를 하거나 그때그때 출판되는 정보를 신속히 제공하고, 연구자들에게는 더욱 상세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연구에 필요한 자료를 공급하는 형태로 홍보방법이 바뀌어야 한다.

셋째, 세계시장의 개척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 우리의 우수한 학술 콘텐츠를 외국에 소개하는 범출판계적인 플랫폼 개발이 시급하다. 특히 최근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학이나 한국문화, 한국경제에 대한 콘텐츠를 요구하는 국가가 많아졌다. 우리는 이런 호기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넷째, 전문서적의 일반화, 대중화가 필요하다. 대학에서 연구된 연구 성과물은 연구 성과에 그치지 않고 출판사의 기획력을 통해 양질의 도서로 출간되고 대중화돼 독서층을 넓혀야 한다.

지금 사회는 급격한 변화와 무한 경쟁을 요구한다. 그동안 특성상 변화가 늦어진 대학교육도 새로운 교육으로 변모하지 못하면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비롯한 기업, 사회에서도 외면당해 생존의 위기가 올 것이다. 대학교육의 한 역할을 하는 학술출판도 시대의 요구에 따른 교재개발 및 새로운 지식창출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하겠다. 책이 있는 미래와 새로운 지식산업 창출을 위해서…….

박찬익 박이정출판사 대표·학술전자출판협회 이사장
필자는 대한출판문화협회 상무이사를 역임했으며, 한국출판학회 이사 등으로 있다. 한국출판학회 기획·편집 부문 학회상을 수상한 바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