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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K21플러스 중간평가에 ‘정원 감축’ 반영 안 하나?
BK21플러스 중간평가에 ‘정원 감축’ 반영 안 하나?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4.10.14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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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과 학부 정원감축 연계 안 돼” vs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 연계해야”

교육부가 조만간 내년에 있을 BK21플러스 사업의 중간평가 방안을 최종 확정하기로 하면서 대학 구조개혁과의 연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학문분야별 평가지표 개선안을 마련하고, 지난달 17일에는 ‘평가 개선 방향을 위한 공청회’까지 열었다. 내년 중간평가에 구조개혁 실적을 반영할지는 빠져 있었다. 정책연구에 참여한 한 교수는 “한 번도 논의한 적 없다. 그건 교육부가 정책적으로 결정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청회는 물론 이후에도 구조개혁 연계 방안은 전혀 언급하지 않아 교육부가 BK21플러스 중간평가와 구조개혁을 연계하지 않겠다는 방향을 잡은 것 아니냐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평가지표가 확정이 돼야 논의를 할 텐데, 내부에서도 본격적으로 논의할 기회가 없었다”며 “15일쯤 평가지표를 확정한 이후 전체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BK21플러스 사업의 취지를 생각한다면 학부 구조개혁과 중간평가를 연계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비판 여론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1단계 때부터 BK21사업에 참여해온 서은경 전북대 교수는 “BK21사업은 연구 잘하는 교수들을 수월성을 기준으로 찾아내 대학원생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학부 정원을 줄이는 것과 좋은 연구자 양성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구조조정은 학부 사업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연구인력을 양성하는 사업에까지 연계한다고 하면 어떤 교수라도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1단계 BK21사업부터 관여한 또 다른 지방대 교수 역시 “과거처럼 학부 정원을 줄이면 대학원을 늘려도 좋다는 방식도 아니고 일률적으로 학부만 줄이라는 것”이라며 “(중간평가와 구조개혁을 연계하는 것은) BK21사업을 죽이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민경찬 연세대 교수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가 재정지원을 할 때마다 다른 정책 목표를 연결시키는 것은 사업의 본질에 맞지 않다. 국내 대학원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BK21사업이 성공하는 것이 중요한데, 본부가 정원을 안 줄였다고 해서 잘하고 있는 사업단에 지원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대학본부의 생각은 조금 다른 듯하다. 기획처장들도 대부분 “기본적으로는 대학원 육성과 학부 정원 감축은 연계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본다. 하지만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 구조개혁 연계 기조는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 더 우세하다. 과거 1·2단계 BK21사업에서는 학부 정원감축을 평가지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사업 참여조건으로 반영했다.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난다면, 정원 감축과 연계하지 않은 BK21플러스가 오히려 예외적이다.

교육부가 구조개혁 연계를 쉽게 결론내리지 못하는 데는 지난 1월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밝힌 대목이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측면도 있다. 당시 교육부는 ‘모든’ 재정지원사업 평가에 구조개혁 계획(실적)을 반영하되 ‘구체적인’ 구조개혁 ‘연계 방법’은 사업별 추진계획에서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BK21플러스 중간평가도 ‘주요 재정지원사업 개요’에 포함했다. 한 수도권 사립대 기획처장은 “특성화 사업이나 LINC사업뿐 아니라 대학원도 BK21플러스 중간평가 때 재진입을 노리고 있다. 당시 거의 모든 재정지원사업에 구조개혁을 연계하겠다고 교육부가 엄포를 놓으면서 BK21사업도 강하게 언급해 정원을 줄인 것”이라고 말했다.

송성진 성균관대 기획처장은 “정원 감축은 쉬운 일이 아니라 고민을 많이 했지만 전체 고등교육 생태계가 살아남으려면 어느 정도 고통을 분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여러 측면을 종합해 결단을 내렸다”며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는 연계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 처장은 “구조조정이 단순히 학부정원 감축만 얘기해서는 안 되고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체질 개선 측면에서, 연구중심을 표방하는 대학은 학부를 줄이는 대신 대학원을 늘릴 수 있게 하는 식의 정책적 유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순진 대구대 기획처장은 “연구 중심이라는 게 대학원 교육에 중점을 두겠다는 의미인데, 교원 확보가 그만큼 되지 않는 상황에서 손이 많이 가는 학부교육을 함께 맡으면서 대학원 교육까지 내실화하기는 힘들다”며 “국가 인력양성 측면에서 볼 때 연구 잘하는 대학은 연구중심으로 육성해야 하고, 대학원 육성과 학부 구조조정은 연동해서 가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민경찬 교수는 “국내 대학원의 질이 얼마나 떨어졌나. 대학원 오려는 사람이 없다. 대학원 육성은 숫자(정원 확대)의 문제가 아니다”며 “학부 교육이 튼튼해야 대학원이 산다”고 강조했다.

기획처장을 지낸 한 수도권 대학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교수들의 가장 큰 불만 가운데 하나는 정권이 바뀌고 장관이 바뀌면 정책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큰 틀에서 정책 기조는 유지하되 우수한 사업단은 연계를 안 한다든지,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단이 참여하는 대학만 연계한다든지 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 들어 ‘교육부가 돈으로 대학을 흔든다’는 비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미 구조개혁이라는 칼을 빼들었는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도로 집어넣기도 애매하다. 이래저래 교육부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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