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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K21사업,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BK21사업,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 이병택 전남대 대학원장
  • 승인 2014.10.1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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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_ 이병택 전남대 대학원장

이병택 전남대 대학원장/신소재공학부
BK21 사업이 올해로 15년을 맞았다. IMF로 온 나라가 어두웠던 1999년에 시작해 3단계 사업인 BK21 플러스 사업이 2013년부터 7년간 지원될 예정이니 국가 연구개발 및 인력 양성 사업 중 최장수 프로젝트다.

이 사업의 가장 큰 성과는 대학원생을 위한 재정지원이 제도화돼 학업에 전념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지원이 제도화, 일상화된 것은 대학의 연구역량 강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 SCI 논문 순위가 크게 상승하고 세계적인 연구결과들이 발표되는 등 질적, 양적 연구성과도 크고, 대학원생의 국제학술 대회 참가 지원과 장단기 연수 등을 통해 학생들이 국제화된 것도 매우 큰 변화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BK21 시행 초기 국제학회에 처음 참가한 필자의 학생들이 외국인 학자들을 피해 구석에 숨고 필자는 그들을 찾아다니던 기억과 요즘 학생들의 당당한 발표 태도에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이러한 과정과 성과를 통해 BK21 사업은 이제 연구중심대학을 지원하고 선도하는 대표 프로그램이 됐다. 사업 초기에 일부의 반대가 심했지만 이제는 대학마다 BK사업단을 유치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BK21 평가에 도입한 연구실적 기준을 여러 대학이 교수 평가에 활용하고 있는 것 등이 이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작금의 달라진 위상만큼 BK21 사업도 이제는 새로운 흐름에 맞는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연구의 질적인 향상에 보다 더 큰 비중을 두고 평가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필자는 1단계 BK21 사업의 사업단장들과 토론하면서 “우리나라 일부 학과의 SCI 실적은 이미 선진국의 해당 학과들을 추월했는데 왜 그에 상응하는 인정을 받지 못하는가?” 하는 화두를 던진 적이 있었는데, 같이 도출한 결론은 소위 ‘field breaking research’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10년여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우리 대학들과 BK21 사업이 지향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된다.

둘째로 학생 교육 및 진로 지도 등 대학원 시스템에 대한 평가를 강화해야 한다. 우리 대학들의 대학원 운영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고는 하나, 아직도 대학의 지원과 노력은 미미한 수준이고 학부의 곁다리 정도 위상에 머무르고 있다. 최소한 연구중심대학의 경우에는 대학원이 대학 정책의 중심에 자리 잡도록 할 필요가 있다.

셋째로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사업을 평가하고 선도해 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BK21 사업이 정량적 기준에 의한 연차평가를 실시하고 성적이 저조한 사업단을 중간 단계에 퇴출하는 구조이다 보니 각 사업단은 단기성과에 매달리게 되고 여러 가지 편법까지 동원하게 된다는 우려가 많다.

넷째로 사업 예산의 증액이 필수적이다. 3단계 BK21 플러스 사업의 예산은 다소 다른 성격의 글로벌 인재양성 사업을 포함해 2단계 예산과 거의 같은 수준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그간의 물가와 등록금, 학생 인건비 상승 등을 고려하면 현저한 사업비 증액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야만 핵심 인재를 양성하고 연구, 산학협력 성과를 도출함으로써 대학이 창조경제의 주역으로 역할하기 위한 선도 프로그램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관적 정성평가의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것은 항상 논의되면서도 평가의 공정성, 투명성 측면에서 논란이 많은 이슈이기는 하지만 정성평가를 도입하지 않고서는 질적 성과에 대한 평가나 시스템에 대한 평가 등 앞서 제안한 문제들이 해결되는 것은 요원하다는 측면이 고려돼야 한다.

다행히 교육부와 연구재단이 2015년 예정돼 있는 BK21 플러스 사업 중간평가와 관련해 질적 지표를 강화하고 교육과정 내실화를 꾀하는 등 발전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앞으로 세부 사항들과 평가 방안을 확정해 가는 단계에서 큰 틀에서 BK21 사업과 대학원 정책이 지향하는 방향이 제대로 충분히 반영돼 세계적 대학원 육성을 위한 새로운 틀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이병택 전남대 대학원장/ 신소재공학부
미국 버클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제저명학술지에 14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위원회 위원(2011~2013),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2005~2006)으로 활동했다. 과학기술훈장 웅비장(2006)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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