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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가치 창출’을 위한 협업 시스템 구축할 때다
‘공유가치 창출’을 위한 협업 시스템 구축할 때다
  • 최 선 한양사이버대·경영학부(한국환경경영학회장)
  • 승인 2014.10.0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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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경영

전환기 한국 종합진단, 지속가능발전 탐색

최근 우리 사회는 경제, 사회, 환경 등 사회 전반에 걸쳐서 구조적 리모델링을 요구하는 전환기에 들어섰다. 근대화 50년 경제 성장은 긍정적 측면 못지않게 그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되고 있으며, 해결하지 못했던 난제들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더욱이 이것들이 전방위적으로 구조화돼 가고 있어 대한민국의 지속가능발전에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는 이 시점에 ‘전환기 한국 종합진단, 지속가능발전 탐색’을 주제로 기획연재를 마련, 한국사회의 지속가능발전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유엔 등 국내외 관련기관의 지식과 경험을 참조해 과학기술, 교육, 정치, 재정, 경제, 경영, 문화, 역사문화, 보건, 안전, 고령화, 여성, 중소기업, 농촌, 국토환경, 주거, 생태, 수자원, 기후변화, 원자력, 도시건축, 디자인, 통일 등 23개의 주제를 선정했다. 집필진은 관련 분야의 대표적 학자와 국책연구원 원장 등으로 구성했다. 이 연재를 통해 구석구석(facts)을 파헤쳐보고 우리에게 필요한 과제(needs)를 통합적(integral)으로 해결하고, 나아가 환경권을 보호하면서 삶의 질(well-being)을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한국형 지속가능발전 모델 개발에 일조하기를 기대한다.

 

업들이 착해지고 있다. 아름다운 동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사회의 아픔’ 한복판으로 뛰어들어 사회적 약자를 어루만져주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공헌을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의 핵심으로 볼 수 있다.
기업들의 사회 공헌 활동 지출 규모는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의하면 지난 2012년 한 해 동안 225개 국내 주요 기업이 지출한 각종 사회 공헌 금액은 전년 대비 5.2% 증가한 3조2천459억 원에 달했다. 기업 한 곳 당 매출액 대비 약 0.22%, 세전 이익 대비 3.58%에 달한다. 일본 기업들의 매출세전 이익 대비 사회 공헌 지출 비중이 각각 0.08%와 1.71%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사회 공헌 활동의 종류 역시 다양해졌다. 성금만 내고 생색내기보다는 사회문제 근본 해결까지 고민하고 직접 사회 공헌 활동에 참가하는 ‘사회문제 해결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 지원도 적극적인 사회문제 해결형 활동이다. 사회적 기업이란 저소득자·고령자·장애인·장기 실업자 같은 취약자들을 고용해 기업활동을 한 다음 여기서 번 수익금 대부분을 다시 사회에 환원하는 방식의 기업을 말한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할 것이 있다. 사회공헌 주체에 대한 논의다. 기업의 사회적 공헌과 기업인의 그것은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물론 수혜를 입는 입장에서는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경영학에서 대두되는 지속가능경영 차원에서는 달라야 한다. 대리인(Agent)으로서의 최고경영자가 회사 돈인 공금을 사회 공헌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주주(Principle)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어떤 연유에서건 개인의 영달이나 회사의 검은 이미지 전환을 위해 사회 공헌이 활용돼서는 지속가능경영이 될 수 없다. 이것을 우리는 무늬만 녹색인 그린 워싱(Green Washing)처럼 블루 워싱(Blue Washing)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렇게 무늬만 ‘착한’ 기업이 없는 사회가 진정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논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건전한 기업을 의미한다. 법과 시장질서를 존중하고 소비자를 비롯한 모든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사랑받고 신뢰받는 기업활동이 전제돼야 한다. 경영 현장은 검은 바탕인데 거기에 사회 공헌이라는 달콤한 미끼로 청색 칠을 한다면 결코 지속가능하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사회 공헌은 CSR을 위한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다.
1990년대 초반 패스트푸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집중포화가 쏟아지자 맥도널드는 이에 대응해 ‘어린이 비만 퇴치 운동’ 등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마케팅을 선보였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역효과였다. 소비자들은 맥도날드의 이런 행위가 자사 이미지를 바꾸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맹비난했다.


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 일차적으로 기업은 경제성장의 견인차로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국민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는 것 자체가 사회적 책임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이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전부라고 한다면 문제가 되지만, 기업이론에서 강조하고 있는 부가가치 창출은 CSR의 뿌리가 되는 것이다.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가치 파괴 기업’이 사회 공헌에 일부 참여한다고 사람들은 ‘착한 기업’이라고 간주하지는 않는다.

‘백 투 베이직’으로서의 CSV

1970~80년대 경쟁이론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하버드대의 경영학 구루 마이클 포터가 21세기 공유가치 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로 또 다시 경영학계에 큰 화두를 던졌다. 기업이 수익 창출 이후에 사회 공헌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활동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동시에 경제적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지는 경영패러다임이 CSV의 핵심이다.


CSR과 CSV는 비슷하지만 가치 창출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CSR은 시민의식과 자선활동을 동기로 가지고 있으며, 가치사슬 상에 존재하는 사회문제와 이와 관련된 이해관계자 이슈에 대응하는 기업의 활동을 의미한다. 선행을 통해 사회에 기업의 이윤을 환원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기업의 수익 추구와는 무관하다. 반면 CSV는 기업의 비즈니스 기회와 지역사회의 니즈가 만나는 곳에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경제적·사회적 이익을 모두 추구하는 것이다. 비용으로 인식되는 CSR과는 다르게 CSV는 기업의 사회경제적 효용을 증가시키는 점에서 기업의 경쟁 우위를 위한 기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이클 포터는 공정무역의 사례를 통해 CSR과 CSV의 차이를 설명한다. 가난한 농부가 재배한 농작물에 제값을 쳐주는 공정무역은 CSR관점에서 빈곤을 해결하는 선행이라는 의미를 지니지만, 이는 현재의 파이를 재분배하는 것에서 그친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CSV는 농법을 개선하고 농부를 위한 지역 협력가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방법으로 접근해 농부들이 더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작물을 재배해 수확량과 품질을 개선하도록 도우면서 농가 소득에도 보탬이 된다.


CSV의 필요성은 자명하다.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에서 나오는 재원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충분하지 못하다. 따라서 기업은 수익 발생의 메커니즘으로 공유가치를 창출해야 사회 문제 해결에 지속적으로, 확장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업이 CSV를 하나의 경영전략으로 도입할 때,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진정성과 따뜻한 감성을 간과한다면 고객의 환심을 살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대변혁의 물결이 신자유주의 물결에서 신인본주의 물결로 바뀌고 있으며, 수직적 사회가 수평적 사회로, 분화의 시대가 융복합의 시대로, 두뇌 경제가 감성 경제로, 개별 경쟁이 생태계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는 시대적 흐름을 놓쳐서는 안 된다. 따라서 CSV의 핵심은 공유와 개방, 즉 문제를 가지고 있는 자와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의 協業을 통해서 공유가치가 달성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경쟁이론의 창시자가 공유가치이론을 들고 나온 까닭이라 할 수 있겠다.

새로운 협업의 가치
협업의 효과는 서로 이질적일수록 극대화된다. 같은 종류의 사람들이 모여서 협업한다면 1+1=2의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같은 가치사슬상에 존재하는 협력업체와의 협업시스템은 CSR 차원에서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시너지가 극대화돼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창조형 CSV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예를 들면 또봇으로 유명한 영실업로봇은 기아차와 협업해 변신자동차 또봇X를 출시해 2012년 매출이 전년대비 50%나 급등하며 글로벌 완구업체 레고를 압도했다. 변신자동차의 모델은 기아차의 뉴쏘울이며, 기아차는 일정 물량을 일괄 구입해서 가난한 어린이들에게 선물로 나눠주는 등 CSR차원에서도 기여하고 있지만 이를 통해 미래 고객들에게 자사 이미지를 제고하는 효과도 얻었다. 이질적인 업종끼리의 협업을 통한 성공사례다. 협업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조건들이 필요하다. 상대에 대한 역지사지, 포용력, 이해력 등 다양한 덕목을 갖추지 않고는 협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낼 수 없으며 이러한 덕목의 기저에는 기다림과 여유가 깔려있어야 한다. 마음만 급하면 협업의 당위성을 부르짖는 데만 시간을 낭비하고 정작 협업에 필요한 시간을 기다려주지 못한다. 창조경제 시대 공유가치 창출을 위한 협업시스템 구축은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기업의 새로운 경영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때다.

최 선 한양사이버대·경영학부(한국환경경영학회장)
필자는 독일 카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혁신창조경제포럼 사무총장으로 있으며, 지식경제부 산업환경정책자문위원, 환경부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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