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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 우리 시대 명강의의 조건들
테마 : 우리 시대 명강의의 조건들
  • 전미영 기자
  • 승인 2002.10.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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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12 12:09:09

외국의 한 교육학 박사는 ‘대학교육개혁저해요인’이라는 항목에서 다음과 같은 사항을 대표적인 대학교육의 저해요인으로 꼽았다. ‘교수들이 좀더 효과적인 강의를 하는 데 흥미를 갖지 않는 것’, ‘교수들이 자신이 배웠던 선생들의 교수법을 따르는 것’, ‘강의할 때 매일 같은 방법을 되풀이하는 것’ 등인데, 이 모두가 강의와 관련된 항목들이다. 이렇듯, 강의는 대학교육의 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연구업적에 목매던 교수들이 점차 수업에 눈 돌리고 있는 것도 이런 깨달음과 무관하지 않다. 강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교수 강의법 연구 센터를 만드는 대학이 점점 늘고 있다. 현재까지 서울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인하대, 조선대, 포항공대 등이 강의법 연구센터를 만들어서 효과적인 강의법을 연구하고 있다.

연구업적에서 강의로, 본질 깨닫는 대학들
교수법 컨설팅 서비스, 교수사이버 강의 컨설팅, 온라인 컨텐츠 개발 등을 하고 있는 숙명여대 ‘교수학습센터’의 이은실 콘텐츠개발위원은 “신임교수와 강사들에게 매년 워크숍을 실시하고 있고, 만족도는 굉장히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워크숍에서는 ‘마이크로 티칭’ 등의 프로그램이 실시되는데, 강의하는 장면을 촬영하고 토론하면서 교육을 실시한다. 교수들의 참여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라는 것이 숙명여대 측의 설명이다.

조선대는 ‘교육지원센터’를 운영하는데, 우수콘텐츠개발 발표회를 열어서 좋은 강의법을 교수들에게 보급하고 있다. 조선대 담당자는 “좋은 프로그램에 비해 아직까지 교수들의 참여가 적다. 홍보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적극적으로 강의평가제를 운영하는 대학도 늘고 있다. 이화여대는 2000년부터 ‘강의우수교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매 학기가 끝날 때마다 학생들이 매긴 ‘점수’를 바탕으로 가장 훌륭한 강의를 한 교수들을 뽑는 제도다. 2002년 1학기에는 김수진 교수(정치외교학과), 모해연 교수(중어중문학과), 박성연 교수(소비자인간발달학과), 박종훈 교수(경영학과), 송덕수 교수(법학과), 이혜순 교수(국어국문학과), 정대현 교수(철학과), 최경희(과학교육과) 등 8명의 교수가 강의우수교수로 뽑혔다. 이들 우수교수에게는 단순한 명예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포상’도 따른다. 담당자인 교무과 이희진 씨는 “강의우수교수에게는 포상금을 지급한다. 포상위원회가 따로 있고, 엄격한 원칙이 있어서 잡음 없이 이뤄진다”라고 밝혔다. 강의우수교수제의 목적은 분명하다. ‘정체돼있는 교수사회를 자극하기 위’한 것. 학생들의 평가항목도 매년 바뀌는데, 올해 평가항목은 ‘강의는 체계적이었나’, ‘강의는 열의가 있었나’, ‘시험과 과제물은 학습에 도움이 됐나’, ‘학습량이 많았나’, ‘이 강의는 지식습득에 도움이 됐나’ 등 모두 9개였다.

강의우수교수에 뽑힌 김수진 교수는 “뜻밖의 결과”라고 소감을 밝혔다. “첨단 기법이나 화려한 이벤트 없이 오로지 분필 하나로만 진행하는 구식 강의를 계속하고 있다. 달변도 아닌 데다 강의도 중구난방이라 약점이 굉장히 많은데, 뽑힌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자극’이 아닐까 싶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학생들이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대해 지적 흥미와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는 자극을 주기 위해 고심한다. 또 정치외교라는 학문 특성상 현실변화와 학계 변화에 따라 매번 다른 강의를 준비한다”라는 것이 김 교수가 고심 끝에 찾아낸 이유이다.

포항공대 ‘2001년 베스트티쳐’로 뽑힌 뒤 포항공대 교육개발센터장을 맡고 있는 강인석 교수(화학공학)는 명강의 교수로 뽑힌 이유에 대해서 “아마도 개념을 먼저 가르치려는 시도가 통한 듯 하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고등학교까지의 수학은 문제만 많이 풀게 하는 교육이다. 단순 수학에 길들여진 학생들을 위해 용어부터 차근차근 설명하고, 학기 첫날부터 끝날 때까지 강의가 일관된 흐름을 갖도록 노력했다. 교과서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개발한 수업방식을 활용한 것도 학생들에게 좀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던 이유인 듯 하다”라는 것이 강 교수가 밝힌 명강의 ‘비법’.

고독과 소통 속에서 탄생하는 품격
2년 전 한 시사주간지가 연재한 ‘명교수 명강의’ 시리즈에 등장하는 각 대학의 대표 명강의 교수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철저한 강의 준비, 끊임없이 노력하는 열정,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열린 사고와 자유분방함, 학생들의 눈과 귀를 잡아끌 수 있는 자신만의 감각 등이다. 신석호 중앙대 교수(신문방송학)는 “10년째 변함없이 맨발에 청바지 차림으로 강단에 서면서, 직설적인 화법과 솔직함으로 학생들에게 신뢰를 주는 강의내용”으로, 이두희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수업을 위해 세계 각국의 최신 자료와 논문을 수집하고, 풍부한 자료와 예증으로 어려운 이론들도 알기 쉽게 설명하는 성실함”으로 명강의에 뽑혔다. 김희준 서울대 교수(화학부)의 강의는 ‘이벤트’로 유명하다. 칠판 글씨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원소의 성질, 화학의 기초개념들을 자신이 개발한 이벤트로 알기쉽게 풀이하는 김 교수는 2000년 자연대 교육상을 받았다.

이렇듯, 시대에 따라 명강의의 개념은 점점 달라지고 있다. 진중하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눈빛으로 주고받는 것으로는 톡톡 튀는 세대들의 눈과 귀를 붙잡기 힘들어지면서 교수들의 고민도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세대가 바뀌고 시대가 달라져도 변하지 않는 명강의의 조건은 분명 있다. 그것은 학문에 대한 열정과 성실한 연구다.
우리나라보다 일찍 강의에 역점을 둔 외국에서는 명강의로 소문난 국내 학자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명강의 노하우’라는 책을 펴낸 조벽 미시건공대 교수는 대표적인 예. 얼마 전에는 윤성욱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 교수(경영학과)가 마케팅학회에서 선정한 올해의 최우수 명강의 교수에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뽑히기도 했다. 윤 교수의 명강의는 이미 정평 나있어, 97년 봄학기와 98, 99년 가을학기 강의에서 학생들로부터 최우수평가를 받은 바 있다.
전미영 기자 neruda73@kyosu.net

김윤식 명지대 석좌교수(국문학)가 뽑은 명강의의 첫째 조건은 ‘열정’이다. “비트겐슈타인처럼 학생들과 멱살잡고 싸우느라 함께 기진해지는 것도 명강의라고 할 수 있고, 시종일관 냉철하게 진행하는 강의도 명강의일 수 있다. 웃기거나, 싸우거나, 냉철하거나 교수마다 강의방법은 다를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전부를 다 바칠 수 있는 열정이다. 그 학문을 얼마나 사랑하는 지는 강의에서 드러난다.”
쭥박이문 포항공대 명예교수(철학)는 ‘자기내용’을 강의의 생명으로 꼽는다. “자기가 강의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 그 다음이 전달이다. 아무리 많이 알아도 그것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다. 그러나, 훌륭한 강의에서 전달하는 것은 신문기사와 같은 단편적이고 잡다한 ‘정보’가 아니라 ‘논리’이다. 명강의란 바로, 학생들에게 논리를 전달하고, 논리적 사고를 심어주고,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자극과 계기를 마련해주는 강의다.” 지식 전달과 아울러 생각하는 훈련을 시키고, 학생들이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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