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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연구의 가치 존중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공동연구의 가치 존중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 홍성주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박사과정
  • 승인 2014.10.0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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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홍성주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박사과정

홍성주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박사과정
2011년부터 2년 동안 미국 펜실베이니아대를 방문해 국제공동연구에 참여하면서 영어 적응력을 키우고 타 분야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다. 돌이켜 보면 특히 공동연구의 가치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생긴 것이 가장 값진 경험이었다.

협력연구가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같은 실험실의 박사과정 학생 및 옆 실험실의 포닥과 한 팀이 돼 그래핀 나노 리본을 제작하고 전기적 특성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됐다. 공동연구 기간 동안 내가 전공하던 시료 합성 및 소자 제작에 대해 더 깊이 배울 수 있었을 뿐 아니라 관심 밖이었던 투과전자현미경을 이용한 시료 특성 분석 같은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연구 내용과 더불어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한 포닥의 가치관이나 자세는 신선했고, 인상 깊게 남았다. 투과전자현미경을 전공한 멕시코인이었는데 전문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자부심을 가지며 일하는 것이 느껴졌다. 우연히 세계 유수의 저널에 출간한 논문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알고 보니 소위 제1저자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논문이라고 인식하기에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공동연구 초기에는 내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마음에 시료 준비에 쏟는 정성이 부족했다. 하지만 연구를 진행하면서 세 명이 함께 결과를 논의하고, 각자 맡은 영역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나도 적극적으로 연구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내 것이 아닌 일에 쏟는 시간과 정성이 아깝다는 생각이 변해 점차 그 프로젝트에 나도 모를 애정을 쏟게 돼서야 포닥이 한 말의 의미가 와 닿았다. 그 포닥은 논문에 있는 본인 이름의 위치보다는 스스로 얼마나 전문가로서 최선의 노력을 쏟았는지에 따라 자신의 논문이라고 당당하게 소개할 수 있었던 것이다.

동료들과 함께 노력한 일이 결실을 맺어 최근에 출간됐다. 비록 제1저자는 아니지만 뿌듯하고, 만족스럽다. 나 또한 다른 사람에게 당당히 내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프로젝트가 나에게 주어졌는지 여부보다는 프로젝트에 임하는 내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알게 된 것이다.

혼자 연구를 수행하는 경우에는 종종 외로움이나 막막함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공동연구를 통하면 높은 성취도의 연구 결과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로 의지가 돼 더 큰 힘이 나게 되며, 또한 협동과정 속에는 단독연구에서는 느낄 수 없는 고유한 즐거움이 있다. 지금의 연구는 100년, 200년 전과는 달리 고도로 정교화된 학제 간의 공동연구가 대부분을 차지하므로 공동연구는 불가피한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동연구를 즐길 줄 아는 마음가짐 없이 협동과정에 임한다면 괴로운 업무를 수행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사회제도 및 연구자의 인식적 측면에서 공동연구의 가치를 존중해 줄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으면 좋겠다. 현실적으로 공동연구가 필요한 반면 평가의 측면에서는 공동연구자 모두에게 가치가 부여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러한 바탕에서는 참된 공동연구가 이뤄질 수 없어 연구자가 느끼는 행복감이나 연구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다. 앞으로 연구자 모두가 공동연구의 참맛을 느껴 활발한 공동연구 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해 본다.

홍성주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박사과정
서울대 물리학과에서 석·박사 통합과정에 재학 중이며, 탄소 기반 나노 구조물의 전기적 특성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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