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22:50 (금)
학술화제 : ‘다시 맑스로!’ 표방한 맑스코뮤날레 조직위원회 결성
학술화제 : ‘다시 맑스로!’ 표방한 맑스코뮤날레 조직위원회 결성
  • 이지영 기자
  • 승인 2002.10.1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2-10-12 12:27:31
 큰 사진 보기
진보, 강단 좌파, 맑시스트 등으로 호명되던 한국 지식인 사회의 한 축이 새로운 연대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진보이론이 다시 맑스이론을 패러다임으로 삼을 것을 주장한다. 인류사가 ‘야만으로서의 전락’과 ‘새로운 희망 창출’의 기로에 접어든 오늘, ‘맑스의 현재성’은 어느 때보다 크다 할 것이다….” 민중화가 신학철씨가 ‘맑스코뮤날레’ 조직위원회 결성취지문을 낭독하는 순간 회의장은 숙연해졌다. 지난달 29일, 숭실대 사회봉사관에서의 한 풍경이다.

‘맑스코뮤날레’ 조직위원회 결성대회식의 첫 표정은 다소 들뜬 듯 보였다. 늦은 시각까지 한두 명씩 계속 모여들었다. 60여명의 이른바 ‘좌파’ 지식인들이 잇따라 삼삼오오 자리 잡으면서 행사장의 분위기는 ‘축제’의 밤처럼 무르익었다.

‘코뮤니즘’과 축제를 의미하는 ‘날레’를 합성해서 만든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맑스코뮤날레는 단순한 학술행사가 아니라 축제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축제라니! 그 동안 한국사회의 경직된 시선은 이들 좌파 지식인 사회에 대해 ‘불편함’을 보여왔다. 역동적이며, 대중적이면서 모든 것이 전복되는 ‘카니발’의 요소를 생각한다면, 축제적 성격, 축제의 의미로 외연을 확장하고자하는 이들의 의중도 짐작할 수 있다. 이들 조직위원회가 학술대회 말고도 전시회나 각종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국순옥 인하대 교수(법학), 김진균 서울대 교수(사회학), 민중화가 신학철씨, 오세철 연세대 교수(경영학), 윤구병 전 충북대 교수(철학), 이규환 전 이화여대 교수(교육학), 홍근수 목사 등 10명이 공동대표를, 김수행 서울대 교수(경제학)가 코뮤날레 상임대표를 맡았다. 이날 출범한 조직위원회는 내년 5월 노동절 이전에 사흘 동안 학술문화행사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주제는 ‘(지구화시대) 맑스의 현재성’. 김수행 상임대표는 “이 주제는 앞으로도 계속 제시될 주제”라며 많은 학자들의 참여를 부탁했다.

또한 전시회와 영상제, 웹페스티발을 구상하고 있는 심광현 공연팀장(영상원 교수)은 “학자들만의 행사가 아니라 일반인들과도 함께 하는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성민 집행위원(단국대 철학과 교수)은 “2년에 한번씩 맑스코뮤날레를 개최할 계획이지만, 가능하다면 매년 개최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이들이 맑스쿄뮤날레를 구상한 것은 올해 5월, 다섯 달 만에 조직위원회를 꾸렸으니 발 빠른 행보랄 수 있다. 김세균 서울대 교수(정치학)와 이성백 서울시립대 교수(철학), 김성민 교수, 심광현 교수가 논의의 단초를 마련했다. 이것은 대표적인 진보 단체인 한국노동이론정책 연구소, 진보평론, 한국철학사상연구회, 문화과학의 연대를 의미하기도 했다. 그 이후 경남대 사회과학연구원, 문예미학, 산업사회학회, 역사학연구소 등의 학술단체들이 함께 할 의사를 밝혔고, 조직위원도 2백47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1천여 명 규모의 대형 코뮤날레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980년대 전통적인 마르크스주의를 비롯해 마르크스주의적 변혁이론은 주요 사회이론이었지만, 국가권력의 탈취를 중심 과제로 설정하는 급진성과 지적 폐쇄성 때문에 현실적 입지를 확장하는데 곤란을 겪었다. 동구 사회주의의 몰락과 함께 이들 진영은 서로 다른 노선을 향해 조금씩, 그러나 눈에 띄는 ‘역사 선택’을 감행했다. 이론의 내면화와 현실 변화의 낙차는 결국 ‘새로운 좌표’의 天秤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던졌다.

그렇다면 ‘맑스코뮤날레’는 이 물음에 대한 진지한 응답인가. 마르크스가 공산당선언을 발표했던 때로부터 154년이 지난 지금, 천변만화하는 21세기 격랑의 ‘한국’에서 마르크스의 세례를 받은 좌파 지식인들이 벌이는 ‘복원’ 작업은 ‘要注意’ 작업이 아닐 수 없다. 대중 속에서, 문화적 공간에서 어떤 모습으로 ‘맑스’가 돌아올지 궁금하다.
이지영 기자 jiyoung@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