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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교수'를 더 뽑아야 하는 이유
'여교수'를 더 뽑아야 하는 이유
  • 김귀옥 한성대·사회학
  • 승인 2014.09.29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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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교수 칼럼]

대학생으로 시작한 대학생활이 30년을 넘겼다. 처음 10년은 대학원을 포함한 학생시절이었다. 다음 10년은 대학원생과 강사로서 보낸 시간이었다. 현재까지 10년은 교수로서 보내고 있다.

처음 10년. 남녀공학을 다녔던 나에게 혼란스러웠던 것은 남녀공학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였다. 어떤 남학생은 남녀공학이란, 남자학교에 여성 몇 명을 끼워 넣은 학교라고 정의 내렸다. 동의하기가 어려웠지만, 현실은 얼추 그랬다. 여자대학의 여학생은 총학생회장으로부터 일반학생에 이르기까지 멋진 일, 궂은 일, 모두를 스스로 감당했다. 그러나 남녀공학의 여학생들은 충분히 제구실을 하기는 어려웠다. 거울에 비춰진 모습은 남자 교수와 남학생들이었다. 그런 사회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정립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졸업 후 취업하는 여성들보다 결혼하는 여성이 훨씬 많았다.

다음 10년. 1990년대에는 일정 정도 정치적 민주화가 달성되면서 사회적 분위기는 참 달라졌다. 양성평등의식의 확산과 함께, 페미니즘 학문, 페미니스트 문학과 영화가 대세를 이뤘고, 페미니스트 카페도 곳곳에 생겼다. 학문적 경향상 페미니즘을 모르면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러나  양성평등의 문화가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1997년 IMF 외환위기가 왔고, 여성 해고 ‘0’순위, 여성의 비정규직화, 여성의 빈곤화가 뚜렷해졌다.

최근 10년, 대학과 사회에 조금 희망이 커졌다. 여성부가 출범하면서 정부 주도로 여교수 할당제도 생겼고, 1995년 5·31교육조치 이래로 대학정원이 급증했다. 최근 대학에서 여학생의 비율이 43% 정도이니 명실상부한 남녀공학이라고 할 수 있게 됐다. 과거 대학에 비해 활기가 찼다. 이러한 대학 현실은 머지않아 남성 편향의 사회적 분위기도 바꿔 양성평등 사회로 될 것이며, 가정에서도 협업적인 분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실제로 대학에서 여학생들의 활동도 두드러졌다. 또한 행정시험, 사법시험을 포함한 각종 국가고시에서 여성들의 합격률이 높아졌다. 한 예로 1963년부터 2003년까지 40년간 사법시험에서 여성 합격자 수 1천491명보다 2004년부터 10년간의 여성 합격자 수가 3배 가까이 급증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분위기가 사회 전반적인 양성평등을 의미하는 걸까?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대 남녀별 경제활동 참가율을 보면 여성이 남성에 2.6% 앞섰다고 해 “20대 여성이 20대 남성에게 완승”했다는 말마저 나왔다. 전혀 체감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4년제 대학 졸업생의 남성 취업률이 55.6%라면, 여성은 51.3%이고, 학력이 높아질수록 차이는 더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20대 여성들이 같은 남성에 비해 스펙이 뛰어나도 임금 면에서 평균 79% 정도에 불과하다.

이러한 사회적 양성불평등은 대학에도 직결돼 있다. 대학 전체에서 여교수의 비율은 2013년 기준 23.1%에 불과하다. 단과대학에 따라서는 여교수의 비율이 10% 미만인 경우도 적지 않다. 대학생의 롤모델이자 멘토 중 하나가 교수라는 점을 생각할 때, 여성 부재 또는 부족의 대학에서는 여학생들에게는 롤모델의 부재 또는 부족과도 연결될 수 있다.

이 문제는 여학생들이 대학 생활에서의 방황과도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여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진로를 잘 계발하고 취업을 잘할까 고민해 수많은 비용과 시간, 열정을 스펙에 쏟지만 그러다 보면 정작 대학생에게 학문적,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다양하면서도 심도 깊은 경험을 하거나 사유를 할 시간이 없어지게 된다. 여학생들은 리더십을 경험하거나 공동체를 경험하는 폭도 좁고, 사회적 미션마저 협소하기까지 하다.

모름지기 대학생이라면 성인이므로 스스로의 인생은 스스로 책임지라고 말하고 싶지만, 가정과 사회는 그들을 그렇게 키우지 못했다. 10대 때 부모 의존적이었던 청소년을 20대 청년이 돼서도 사회 의존적으로 살도록 하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가 양성 평등한 조건을 제공해야만 한다. 그 조건의 하나가 대학에서의 여교수의 수를 늘리고, 여대생들에게 진취적인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다.

김귀옥 한성대·사회학

서울대에서 박사를 했다. 한국사회학회 이사, 한국구술학회 부회장, 재외동포재단 부회장, 한성대 전쟁과평화연구소장 등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 『구술사연구: 방법과 실천』, 『월남민의 생활경험과 정체성』, 『이산가족 반공전사도 빨갱이도 아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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