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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9호 새로나온 책
749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4.09.2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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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에 비친 사회, 사회를 읽는 공간: 사회지리학으로의 초대,
질 밸런타인 지음, 박경환 옮김, 한울, 509쪽, 49,500원
전통적으로 사회지리학의 기본 골격은 공간적 문제보다는 빈곤, 주택, 범죄와 같은 사회문제로 이뤄졌는데, 이는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지적 유산을 세습한 결과이다. 이 책은 사회이론과 인문지리학의 경계 위에서 혼성성, 주변성, 사이성, 양면성을 깊이 들여다본다. 그리고 정신과 육체의 경계, 가족과 사회의 경계, 마을과 마을 사이의 경계, 도시와 농촌 사이의 경계, 민족과 민족 사이의 경계 등 다양한 스케일에서 그물처럼 펼쳐지는 경계들을 문제시하고 질문함으로써 전통적인 사회지리학을 넘서고자 한다.

■ 공부하는 보수: 위기의 보수, 책에서 길을 묻다, 이상돈 지음, 책세상, 704쪽, 28,000원
저자의 방대한 독서와 세밀한 분석은 몇몇 인기 지식인들의 저서에 편중된 국내 사회과학도서 번역의 균형을 회복하면서 다른 곳에서는 얻기 힘든 최신 정보와 연구 성과, 폭넓은 식견과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국가와 공동체,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등에 대한 진정한 의미의 보수주의자로서의 철학과 통찰을 보여줌으로써 ‘보수는 사상이 빈곤하다’는 통념을 넘어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지적 자산을 더하고 있다. 특히 ‘진영 논리’가 아니라 ‘팩트’를 중심으로 사태를 파악하고 평가하는 ‘합리적 보수주의자’의 태도와 시각이 잘 드러나 있다.

■ 니체 귀족적 급진주의, 기오 브란데스 지음, 김성균 옮김, 까만양, 268쪽, 15,000원
덴마크 코펜하겐 출신의 평론가 브란데스가 니체와 서로 주고받은 편지들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니체를 최초로 예찬한 비 독일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추종자는 아니었으되, 니체의 가르침에 공감한 탁월한 니체 해석자라는 평을 받고 있다. 4부로 구성된 이 책을 일관하는 서술 관점은 니체의 저작들이 유래한 원천, 그것을 잉태한 독일과 유럽의 여건, 니체와 다른 작가들의 친연관계를 상세히 해설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어 니체 철학의 토대가 무엇인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또한 ‘귀족적 급진주의’의 면모가 무엇인지도 엿볼 수 있다.

■ 동호문답: 조선의 군주론, 왕도정치를 말하다, 이이 지음, 정재훈 해제, 아카넷, 192쪽, 18,000원
‘규장각 새로 읽는 우리 고전’ 시리즈의 여덟 번째 책, 『동호문답』은 홍문관 교리였던 이이가 ‘사가독서제’의 혜택을 받아 동호독서당에 머물면서 왕에게 月課로 지어올린 일종의 보고서다. 조선의 『군주론』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에서는, 임금은 어진 신하를 구해 귀히 쓰고, 어진 신하는 백성의 어려움을 두루 살펴 바른 정치를 펴는 것을 으뜸으로 적고 있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임금의 역할, 신하의 역할, 이것이 이뤄지기 어려움 등을 나열하며 그 현실적 가능성을 모색한다. 정치는 임금의 自意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임금과 신하가 함께하는 것이라는 이이의 정치사상이 잘 드러나 있다.

 

■ 선택이라는 이데올로기, 레나타 살레츨 지음, 박광호 옮김, 후마니타스, 254쪽, 16,000원
오늘날 우리는 삶을 수많은 선택지로 보게끔 권고 받고 있다. 대형 마트 선반의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정체성들도 선택의 대상으로 보인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자유는 불안, 죄책감, 부족감을 낳을 수 있다. 슬로베니아 출신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이며, 마르크스주의적 라캉주의 계열의 철학자인 저자 살레츨은 이 책에서 ‘너만의 모습을 찾아라’라고 말하는 후기 자본주의의 권고가 어떻게 사람들을 동요시키고 불안하게 하는지 탐구한다. 선택은 순전히 개인의 문제라고 주장하는 후기 자본주의의 논리가 어떻게 사회 변화를 막는지에 대한 예리한 통찰이 돋보인다.

■ 이스라엘에는 누가 사는가, 다나미 아오에 지음, 송태욱 옮김, 현암사, 372쪽, 18,000원
이 책의 원제는 ‘부재자들의 이스라엘 -점령 문화와 팔레스타인(不在者たちのイスラエル―占領文化とパレスチナ)’이다. ‘부재자’는 누구인가. 엄연히 ‘그곳에 있음’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되는 사람들, 부재라는 방식으로만 이 세계에 존재할 수 있도록 강제된 존재. 원래 팔레스타인 땅에 살았지만 이스라엘이 건국함으로써 그곳에서 추방된 난민들인 아랍인이다. 르포르타주인 이 책은 바로 핍진하게 관찰한 이스라엘 사회 문화의 실체와 점령 문화 속에서 소수자로 살아가는 인간의 목소리를 타전하는 뜨거운 기록이다.

■ 현재를 보는 역사, 조선과 명청: 일국사를 넘어선 동아시아 읽기, 기미모토 미오·미야지마 히로시 지음, 김현영·문순실 옮김, 너머북스, 568쪽, 27,000원
‘일국사를 넘어선 동아시아 읽기’를 표방하는 만큼 이 책은 국제관계에 대해 중요한 비중을 두고 있다. 특히 눈이 띄는 대목이 ‘은 무역’이다. 이는 종래에 다른 조선시대 개설서와 차이점이기도 하다. 16세기 초 조선에서 새로운 채광법의 개발로 은의 수출이 급증하고, 일본에서도 많은 은이 유입돼 중국으로 흡수됐다. 은 수출을 둘러싼 새로운 사태는 일본으로의 면포 대량 유출, 사치 풍조, 밀무역 등 여러 문제를 야기했는데 사림파 정권은 이러한 변화를 억눌렀다. 사림파의 정치적 관심은 어디까지나 국내 지향적이었다. 그리고 저자는 이러한 사림파의 국내지향성과 국제정세에 대한 무관심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원인이었다고 본다.

■ 21세기에 만난 한국 노년소설 연구, 최명숙 지음, 푸른사상, 304쪽, 23,000원
이 책은 노인 문제에 사회적 관심이 쏠리기 시작한 1970년부터 2004년까지 발표된, 노인을 주인공으로 하거나, 노인의 삶을 반영하며 노인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소설 120편을 대상으로 한 연구서다. 저자는 노년소설의 개념을 정립하고, 노년의 삶을 탐색하는 방법을 통해 노년소설의 서사적 특징, 갈등구조 그리고 사회 적응 양상 등을 짚어나갔다. 초점 화자, 임종 공간, 그리고 노인의 언어를 중심에 놓고 접근한 저자는 노년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긍정적이어야 할 필요성을 발견했다고 결론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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