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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 이과 교과과정 통합의 목표
문 · 이과 교과과정 통합의 목표
  • 김환규 서평위원/전북대·생명과학과
  • 승인 2014.09.2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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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itamus 우리는 생각한다]

▲ 김환규 서평위원
학교는 교과과정을 통해 인적·사회적 자본을 창출하는 곳이다. 교육은 인적 자원을 개발하는 중요한 열쇠로 경제뿐 아니라 사회적·문화적 삶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학생들이 역사, 철학, 경제의 작동방식에 대해 무관심하다면 우리 사회는 건전하게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학생들에게 과학, 기술, 문학과 예술을 가르치지 않으면 우리사회는 물질적·정신적으로 빈곤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진정한 민주 시민은 모든 학문 분야에서 깊은 지식과 행동방식의 정수를 가르칠 때 배출될 것이다.

‘교과과정’, 즉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는 교육 전문가들의 적절한 논의과정과 일선학교와 교육청 또는 자치단체 차원에서 함께 결정해야 할 문제다. 학생들은 사회의 문화적 성취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문화의 발전에 기여해야하며 우리 사회의 민주적 유산을 이해하고 강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학생들이 포괄적인 교양을 쌓지 못하면 민주사회에서 책임 있는 시민으로 자랄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지식을 쌓고 식견을 갖춘 토론을 할 수 있어야 하며 이성에 기초한 의사결정을 내릴 능력도 갖춰야 한다.

위의 주장은 미국 부시 행정부에서 교육차관보를 역임하면서 학업성취도 검사를 주관하는 ‘국가 학업성취도검사 운영위원회’에서 위원으로 활동한 다이앤 래비치(Diane Ravitch)가 그의 저서 『미국의 공교육 개혁, 그 빛과 그림자』에서 지적한 것이다. 래비치의 주장에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을 대비시켜보면 우리 학생들에게 정치적 이슈, 과학적 현상, 역사적 사건 및 문학적 해석 등 우리가 사는 세계를 아는데 필요한 지식과 이해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현재처럼 국·영·수 등의 과목에만 치중한다면 우리 학생들이 열어갈 미래의 모습은 암울할 것이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모든 학습의 토대가 되는 연산능력을 함양시켜야 하며 스스로 생각하고 건전한 인성을 함양하고 자신의 일과 삶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교육시켜야 한다. 문학이 어떻게 우리의 삶에 연관돼 있는지를 이해시켜야 하며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친절과 연민의 정을 느끼고 정의감과 공명정대함을 갖추도록 지도해야 한다. 사회와 국가가 당면한 과제를 이해해 적극적이고 책임감 있는 시민으로 성장하고 특정 사안에 대해 신중하게 사고하며 자신과 다른 견해를 경청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미국 공교육의 명암에 대한 래비치의 반성적 견해는 우리나라의 현실에도 그대로 적용될 듯싶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교과교육을 통해서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이해하고 해결책을 찾도록 교육하고 우리나라와 세계 여러 사회의 풍부한 문화예술 유산을 향유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최근 정부는 문·이과 통합 교과과정을 도입한다고 밝힌바 있다. 인간의 대뇌는 좌우 반구로 구성돼 있다. 사람의 창의적 능력은 좌반구와 우반구 사이의 정보교환과 관련이 있다. 즉 대뇌반구는 뇌량이라는 구조물을 통해 좌우 양쪽에서 받는 각각의 정보를 교환하고 통합하기 때문에 수학을 잘하는 사람의 뇌와 언어적 구사능력이 뛰어난 사람의 뇌에 차이가 있다는 식의 설명은 옳지 않다. 뇌과학 측면에서도 문·이과 구별에 의한 학습방법은 비과학적이다.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갖춘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교육부의 방침은 환영할 일이다. 다만 수학과 과학의 비중이 과거보다 축소됐다는 점은 우려할 만하다. 이미 7차 교육과정 개정 이후 수학과 과학 교육이 축소돼왔는데, 수학과 과학 과목의 시수감축은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창조경제’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우리는 학교교육을 통해 스트레스에 직면했을 때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과 용기, 집중도, 타인에 대한 배려, 공공의 선을 증진하려는 헌신적인 마음을 함양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문·이과 통합시도는 매우 적절하며 사회적 합의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과학교육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이번 교육과정 개편안은 과학교육을 축소해 과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양성에 역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 사회에서 과학은 절대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과학 교육은 경제활동 활성화와 성장 같은 경제적 목적 외에 논리적 사고 능력 배양을 통해 인간의 품위를 높일 수 있는 본연의 역할을 갖고 있다. 이런 면에서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차원에서 수학과 과학의 수준과 교육 범위를 낮추겠다”는 방식은 지양돼야 하며 과학계의 폭넓은 의견수렴이 필요한 부분이다.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은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의 교과목은 개별과목의 단순한 통합이 아닌 내용 자체를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화학적 융합’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김환규 서평위원/전북대·생명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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