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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부가 남긴 발언의 내용은 지금의 우리 사회에도 유용하다”
“범부가 남긴 발언의 내용은 지금의 우리 사회에도 유용하다”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4.09.22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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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_ 『김범부의 건국사상을 찾아서』 김범부 지음|김정근 풀어씀|산지니|248쪽|18,000원

먼저, 이 책의 두 가지 의미부터 간단히 말해야겠다.
첫째, 2000년대에 들어와 활동을 시작한 범부연구회(회장 최재목)가 펼치는 사업의 일환이라는 점. 그러니까 ‘범부’라는 문제적 인물을 놓고, 그가 전개한 사상의 전체 깊이를 측량하려는 후대 학자들의 과업이란 사실을 눈여겨볼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잊고 살아온 사상가를 발굴해, 그의 생애와 사상을 연구하고 그것을 체계적으로 정립하는 일은, 우리 학문의 정초가 될 수 있기에 강조할 필요가 있다.
둘째, ‘풀어씀’이라는 다소 낯선 서술 방식. 김정근 부산대 명예교수는 이미 2010년에 범부의 생애사를 밝힌 『김범부의 삶을 찾아서』를 내놓았으며, 2013년에는 범부의 풍류정신과 관련한 핵심 문헌의 일부를 오늘의 독자를 위해 쉬운 현대어로 ‘풀어쓰기’해 소개한 『김범부의 생각을 찾아서』를 펴낸 바 있다. ‘풀어쓰기’는 학문의 계속성과 후대 학문의 발전을 위한 주춧돌 작업이 될 수 있기에 이 역시 좀 더 권장될 필요가 있다. 원문 자체가 지닌 유장하고 심원한 사상의 매력, 어려운 주제 등을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해야 하기 때문인데, 김정근 교수의 위치라면 좀 더 밀고나가도 좋을 것 같다.
이 책 『김범부의 건국사상을 찾아서』는 제목 그대로 김범부의 ‘건국사상’에 방점을 치고 있다. 잘 알려져 있듯, 김범부는 민족재생의 동력을 찾기 위해 남들이 부러운 눈으로 서양을 바라볼 때, 우리 민족의 오랜 역사와 전통에서 근거를 구하려고 애쓴 사상가였다. 그는 그러한 작업의 일환으로 풍류정신을 규명하고 그것을 해석의 틀로 삼아 신생 대한민국의 국민윤리를 세우고자 했다. 일각에서 ‘나라만들기’를 강조하고, 그것의 의미를 천착하고 있지만, 이렇게 건국기의 국민윤리를 제시하고자 애쓴 사상가를 깊이 조명하는 작업에도 눈을 돌릴 수 있을 때, 대한민국 건국의 주춧돌, 나라의 방향성을 좀 더 세밀히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김정근 교수’가 이 작업을 하고 있는 걸까.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나는 지금 사람들이 범부에 관심을 가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호사가들이 옜일이 그리워 벌이는 한가로운 일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바쁜 연구자들이 그가 남긴 문헌을 발구하고 논문을 쓰고 책을 내어놓는 것은 단적으로 그의 지혜가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남긴 발언의 내용이 지금 우리 사회를 올바르게 경영하는 데 절실하게 요구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범부를 가리켜 “생각하고 사람들 앞에서 말하고 글 쓰는 것을 업으로 삼은 직업적인 사상가”라고 평가한다. 소설가 김동리나, 범부 생전의 제자였던 서정주, 그리고 시인 김지하 등은 그를 가리켜 ‘천재’라고 부르는 데 서슴지 않는다. 최재목 범부연구회장 역시 “범부는 근현대기 한국의 사상과 학술 면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였던 사상가”라고 정리한다.
책의 구성은 전 2부로 돼 있으며, 각 부마다 김정근 교수가문헌의 유래와 내용을 설명하는 해설을 붙였다. 신생국 정치의 방향과 국민운동의 준비과제라는 큰 구성 속에 「한국문화의 성격」, 「우리의 국가관과 화랑정신」, 「국민운동의 사례」, 「한국의 현실과 국민운동의 과제」, 「한국의 민주주의」 등 모두 12편의 글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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