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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강타한 호흡기 바이러스 … 그것이 위험한 이유
미국 강타한 호흡기 바이러스 … 그것이 위험한 이유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4.09.22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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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 73. 엔테로바이러스68


 

호흡기 바이러스가 미국을 강타했다. 이 바이러스는 ‘엔테로바이러스68’(또는 EV-D68이나 Enterovirus D68)로 불리며 주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확산 중이다. 최근 CNN의 「엔테로바이러스가 미국의 아이들을 병들게 하다(Enterovirus sickens hundreds of U.S. children)」 기사에 따르면, 미국의 한 지역병원에서 900명의 아이가 EV-D68 때문에 치료를 받았고, 그 중 86명이 입원했다. 또 다른 병원에선 400명 이상의 아이들이 EV-D68 때문에 입원했고, 60명이 중환자실로 옮겼다.


이미 지난 8일 <워싱턴포스트>는 「수백 명의 아이들에게 기이한 병을 유발한, 엔테로바이러스68은 무엇인가?」라는 기사로 사람들의 주의를 끌었다. ABC 뉴스에서도 「엔테로바이러스 발병에 대해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ABC 뉴스는 일반 시민들이 다함께 바이러스의 확산을 줄이기 위해 동참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현재(9월 8일 기준) 미국 11개 주에서 1천명의 아이들이 감염됐다.

EV-D68의 확산되는 불안
엔테로바이러스는 양성가닥 RNA 바이러스이며 Picornavirus과(family) Enterovirus속(genus) Poliovirus종(strain)에 속한다(『바이러스학』 제3판, 류왕식, 라이프사이언스, 2013. 이하 관련 내용 참조). 피코나바이러스(Picornavirus)는 ‘작다’는 의미의 ‘pico’와 RNA 유전체를 나타내는 ‘rna’의 합성어다. 피코나바이러스는 소화기, 호흡기, 신경계, 근육 등 다양한 조직에 발병하며 이 중 인간과 다른 포유동물들의 장(gut)에 감염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들은 엔테로바이러스 속으로 분류한다. 이들 바이러스는 유전체 분자 자체에 감염력이 있다. 또한 바이러스의 모든 생활사가 세포질에서 수행되며 증식을 위해 숙주 핵의 기능에는 의존하지 않는다. 바이러스 게놈 RNA가 직접 mRNA(유전정보를 리보솜에 전달하는 RNA)로 작용하기 때문에 유전체 복제도 세포질에서 수행되는 것이다.


엔테로바이러스는 주로 대변-경구 경로로 전파된다. EV-D68의 숫자는 그 바이러스가 발견된 순서에 따른 것이다. 첫 번째 사례는 1962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기관지염과 폐렴을 가진 4명의 아이들에게서 확인됐다. 미국 질병통제 예방센터(이하 CDC)에 따르면, 이후 2005년 26건의 감염이 보고됐다. 이 외에 엔테로바이러스71은 사람의 장 조직에 감염해 수족구병을 일으킨다. 엔테로바이러스70은 사람의 결막조직에 감염해 출혈성 결막염을 일으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감기로 상대방에게 엔테로바이러스를 전파한다. EV-D68의 확산은 감기와 같다. 기침, 재채기하는 사람, 그리고 이들이 코와 입을 만진 후 다른 사람들과 접촉할 경우 감염된다. 감기는 엔테로바이러스뿐만 아니라 리노바이러스(rhinovirus)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EV-D68은 감기를 일으키는 리노바이러스와 유사해 발병 때 기침, 오한, 고열 등 감기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며, 천명과 같은 심각한 증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ABC 뉴스의 의학·건강 담당 수석 편집자 리차드 베서(Richard Besser) 박사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와 형제자매들과 함께하는 지금이야말로 감염 확산의 적기”라며 “엔테로바이러스68은 주로 여름에 발생했지만 올해는 왜 나타났는지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EV-D68는 1962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처음 발견돼 2000년대 후반 확산이 빈번해졌다. 천식이나 호흡기 질환을 앓은 적이 있으면 더욱 EV-D68을 조심해야 한다. 5세 이하 어린이와 천식이 있는 아이들에게 주로 감염되지만 어른들도 예외는 아니다. 천식을 앓거나 면역력이 없는 경우 성인에게 감염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천식이 있는 아이들에게 더욱 위험
지금까지 CDC가 보고한 EV-D68 감염 사례는 모두 아이들에 관한 것이었다. 호흡기 증상이 어른보다 아이들 사이에서 더 극심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EV-D68은 어른에게도 영향을 준다. CDC에 따르면 2005년 이전 EV-D68에 의해 발생한 질병의 약 4분의 1은 어른에게 발생했다. 미국 컬럼비아대 감염 및 면역 센터에서 EV-D68의 전염력을 연구하는 과학자 라팔 토카즈(Rafal Tokarz)는 “어른들은 이러한 증상이 심각하지 않다. 경우에 따라 증상이 사라지기도 한다”고 말한다.
EV-D68의 전파는 올해 8월 말부터 9월 초 사이 학교에 있는 아이들로부터 시작됐으며, 현재 질병의 확산 속도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다. CDC와 국립 면역 호흡기 질환 센터의 보조 외과 의사이자 일반이사인 앤 슈차트(Anne Schuchat)은 “올해 이 시점이 엔테로바이러스 감염 기간이지만 잠재적인 케이스의 수는 생각보다 높다”고 말했다.


비록 과학자들은 EV-D68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진 않지만 전염성이 높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고 믿는다. 1960년대 바이러스가 발견된 이래 바이러스는 진화를 거듭해 전파되는 방식도 변했다. 토카즈는 “이 바이러스는 10년에서 15년 전 다른 아형으로 진화해 더 광범위하게 유행하게 됐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바이러스가 더 쉽게 전염되도록 변이됐을 경우는 잘 몰라도, 확실히 가능성은 있다”고 주장했다.

성인들에게서도 감염 사례 나타나
EV-D68은 오직 산발적 감염만 할 것으로 생각돼 왔다. 그러나 2008년에서 2010년까지 미국 조지아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광범위하게 퍼졌음이 보고돼 있다. 현재도 EV-D68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미주리와 일리노이에서만 확인됐지만, 유사한 증상이 콜로라도, 조지아, 아이오와, 캔자스, 켄터키, 노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주와 오클라호마주에서도 보고됐다. EV-D68이 드물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여전히 감염과 확산에 대해 연구 중이다.
EV-D68에 대한 특정 치료는 없으며 항바이러스제 또한 없다. EV-D68는 상당히 드문 바이러스 감염으로 기침, 천명, 저산소혈증 등의 증상을 불러온다. 특히 천식이나 다른 호흡기 문제로 고통 받고 있는 아이들은 EV-D68 감염 때 심각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호흡기 보조 치료를 할 수 있는 응급실로 가게 된다. 베서 박사는 “호흡기 질환이 의심되는 징후를 포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다행히 대부분의 경우 바이러스는 치명적이지 않다. 2008년부터 2010년 사이 EV-D68에 감염된 환자들이 병원에서 머문 평균 기간은 1.5일에서 5일 사이였다.
현재로선 EV-D68에 감염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미국 질병센터는 침과 가래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염되기 때문에 감염환자와의 접촉을 피하라고 권고한다.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은 손 씻기이며, 환자의 경우, 재채기나 기침을 할 때 코와 입을 가리는 게 필요하다.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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