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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여지책’과 ‘꼼수’ 사이 … 반발 산 이상한 계산법
‘궁여지책’과 ‘꼼수’ 사이 … 반발 산 이상한 계산법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4.09.22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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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기성회비+수업료’ 통합 징수 결정

교육부가 국립대 기성회비 반환 소송의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기성회비를 수업료에 통합하기로 해 교수단체와 야당이 반발하고 있다.

박백범 교육부 기획조정실장은 지난 18일 ‘2015년도 교육부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국립대 재정회계법이 연내에 제정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기성회비를 수업료로 일원화하겠다”고 밝혔다. 기성회비를 수업료에 통합 징수해 국고에 세입으로 넣고, 이를 각 대학에 운영경비로 배분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대법원도 국립대가 기성회비를 징수할 권한이 없다고 판결할 경우를 대비해서다. 국립대 등록금에서 기성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75%에 달해 별도 재원을 확보하지 않으면 대학 운영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전체 국·공립대 기성회비 규모는 1조3천억원이다. 박 실장은 “1999년 사립대가 기성회비를 없애면서 수업료 하나로 일원화하고 2012년도에 서울대가 법인으로 전환하면서도 기성회비를 수업료로 편성했다”라고 설명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무책임할 뿐만 아니라 초법적인 발상”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야당 교문위원 13명은 이튿날 성명서를 내 “기성회비 불법 관련 소송은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고, 이를 법률 개정으로 해결하기 위한 국회의 노력 역시 진행 중에 있다”며 “입법부나 사법부의 결정에 앞서 행정부가 위법한 정책을 결정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기성회비를 수업료로 전환하는 것은 등록금 인상률을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하지 못하게 규정한 고등교육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서울대 법인화를 예로 들지만 등록금 인상률에 제한을 둔 고등교육법 관련 규정은 2011년 9월 개정됐다. 서울대 법인화법은 고등교육법 개정 이전인 2010년 12월 국회를 통과했다.

현재 국회에는 여당이 발의한 ‘국립대 재정회계법안’과 야당이 발의한 ‘기성회회계 처리에 관한 특례법안’이 계류 중이다. 국립대 재정회계법안은 수업료와 기성회비를 통합하는 게 골자다. 야당 법안의 핵심은 국고 부담 비율을 점진적으로 높여 궁극적으로 국가가 기성회비를 책임지라는 것이다. 야당 교문위원들은 “기성회비를 전액 수업료로 전환하는 불법적 정책을 즉각 철회하고, 기성회비 불법 판결에 따른 장기적인 국립대학 재정 확보 방안을 마련해 국회와 협의하라”라고 요구했다.

국립대 기성회비 반환 소송에서 학생들 손을 들어준 1·2심 판결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이병운 전국 국공립대 교수회 연합회 상임회장(부산대)은 “학생들이 기성회비 반환 소송을 제기한 것은 국립대 운영에 필요한 경비는 정부가 책임을 지라는 뜻인데, 이렇게 되면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은 전혀 줄지 않는다”며 “당연히 정부가 지원해야 하는데 ‘꼼수’를 부려 사립대처럼 수업료에 통합하면 법원 판결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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