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06:25 (금)
과연 대학은 예외일까?
과연 대학은 예외일까?
  • 문성훈 편집기획위원/ 서울여대·현대철학
  • 승인 2014.09.22 11: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딸깍발이]

문성훈 편집기획위원/ 서울여대·현대철학
정의에 대한 철학적 논의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나름대로 정의관을 갖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일한 만큼 대가를 받지 못했거나, 다른 사람과 똑같은 업적을 냈는데도 보상이 다를 때 감정적으로 억울해 하고, 도덕적으로 분노한다. 이런 일상적 반응이 함축하는 정의관이 있다면, 그것은 누구나 일한 만큼, 또한 자신의 업적만큼 보상받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사실 이런 원칙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현대 사회의 정의관이다. 현대 사회는 명실공히 업적사회 내지 실력사회임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 대학은 어떨까? 정말 고무적인 것은 한국 대학의 교훈 대부분이 ‘정의’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정의는 한국 대학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 중 하나다. 그런데 실제로 한국 대학은 정의를 실현하고 있을까?

한국 대학에서 강의의 30%를 차지하는 시간강사의 평균 강사료는 5만2천600원이며, 주당 9시간 강의를 담당할 경우 연봉은 1천500만원 수준이다. 그리고 적은 예산으로 전임교원 충원율 높이는 데 악용되고 있는 비정년트랙 전임교수의 연봉은 3천507만원으로써, 이는 정년트랙 전임교수의 51% 수준이라고 한다. 이러한 연봉 수준은 도시근로자 평균소득(4인 가구 월 515만원)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며, 시간강사의 경우 최저생계비(4인 가구 월 163만원) 이하다. 

어느 시간강사가 쓴 「교수와 강사의 연봉 차이. 최악의 불공정거래」란 글은 제목 그대로 교수와 강사의 연봉 차이가 최악의 불공정거래라고 비판하면서 시간강사를 ‘현대판 지식노예’로 규정한다. 그리고 이 글은 대학 강의마다 담당자가 시간강사인지 전임교원인지 직급을 표시해서 차라리 등록금을 차등 지불하도록 하라고 주장한다. 돈 적게 받는 시간강사의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은 등록금을 적게 내고, 돈 많이 받는 정년직 전임교수의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은 등록금을 많이 내게 해야 시장논리에 맞는다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교육이란 근본적으로 교육자가 담당하며, 교육의 질 역시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자에 달려있다. 기타 교육환경은 2차적인 조건일 뿐이다. 대학 건물을 호화롭게 치장하고, 도서관 장서를 확충하고, 강의실을 첨단화하고, 각종 기자재가 설비돼 있다고 해도 정작 교육의 핵심인 교육자들이 생활고에 시달린다면 무슨 좋은 교육을 기대할 수 있을까?

최근 현 정부의 경제부처에서는 노동시장 유연성, 비정규직 문제가 위험수위를 넘었다는 판단 하에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 격차를 해소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자는 주장이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개별 기업을 재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소득이 확대돼야 내수 진작이 가능하고, 내수가 살아야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대학은 예외일까? 대학에서도 시간강사의 강사료를 전임교원과 차별이 없도록 현실화해야 하고, 특별한 업무의 차이가 없는 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은 정년트랙으로 전환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정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재정적 지원책을 강구해야 하지 않을까? 정의는 대학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 중 하나다. 그런데도 대학이 정의를 저버린다면 이는 대학 스스로 자신의 정당성 기반을 허물어뜨리는 자가당착일 뿐이다.

문성훈 편집기획위원/ 서울여대·현대철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