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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읽기]『역사적 예수』(존 도미닉 크로산 지음, 한국기독교연구소 刊)
[깊이읽기]『역사적 예수』(존 도미닉 크로산 지음, 한국기독교연구소 刊)
  • 김진호 / 제3시대 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 승인 2001.01.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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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한 텍스트 해석으로 복원한‘사회혁명가’예수의 삶과 사상

‘역사의 예수’는 예수를 ‘오늘 우리’가 어떻게 재현할 수 있는지를 역사학적으로 다루는 연구 분야다. 그런 점에서 이 논의는, 발생론적으로, ‘탈교회적 기조’를 지닌다. 하지만 20세기 내내 이러한 기조는 서양의 주류 신학계에선 침묵을 지켜야했고, 겨우 세기말에 이르러 부활하고 있다. 이는 당대적 위기에 개입할 수 있는 신앙을 구성하는 데 있어 교회라는 ‘장벽’을 넘어서고자 함이며, 동시에 ‘교회적 신앙’을 실천 주체의 형성에 유의미한 요소로 재구성하고자 함이다(이에 관한 자세한 논의에 대하여는 나의 글 ‘’탈교회적 주체’의 신앙―’역사의 예수’ 담론의 정치성’ http://minjung. peacenet.or.kr/forum/f2000-9kjh.htm 참조). 크로산은 최근의 이러한 경향을 주도하는 연구자의 한 사람이다. 실제로 그는 비평적 사유의 자유를 찾아 사제직을 포기한 바 있으며, 이러한 기조의 연구를 주도하는 연구집단인 ‘예수 세미나’의 공동의장을 역임하였다.

무려 12권에 이르는 ‘역사의 예수’ 연구서

그가 저술한 ‘역사의 예수’ 관련 연구서가 무려 12권이나 되지만, ‘역사적 예수. 지중해 지역 유대 농부의 생애’(1991)는, 그 가운데 단연 돋보인다. 우선 이 책은 그를 일약 대중적 스타로 발돋움시켰다. ‘뉴욕타임즈’를 비롯한 많은 대중매체들이 주목한 가운데, 놀랍게도 매우 전문적인 책임에도 미국 종교부문 월간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더욱 주목할 것은, 그의 전 저작들의 연구 성과들이 이 한 권에 집대성되어 있을 뿐 아니라, 그간 북미 지역에서 시도된 학제간 연구성과들이 집약 재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들이 종종 범하는 ‘느슨한 텍스트 해석’의 한계를 그는 넘어서고 있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부록으로 첨부된 예수 전승에 대한 분류표는 그가 사용한 텍스트 비평 방법의 정교함과 포괄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편, 그의 연구 속에는, 시장의 세계화라는 지구적 위기에 저항하는 한 예수 연구자의 실천적 문제의식이 깊게 배어있다(이 점에서 번역자인 김준우 목사의 글 ‘예수의 반세계화 전략. 크로산의 ‘역사의 예수’에 대한 한 윤리적 해석’(‘세계의 신학’ 2000 겨울)은 그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그는 이것을 ‘민중의 눈’, 구체적으로 ‘농부’의 눈으로 조명된 고난과 꿈에 관한 논의로 접근하고 있다. 그가 고백하듯 여기엔 남부 아일랜드의 농촌 출신이라는 그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오버랩되어 있다.

한데, 많은 연구자들이 그렇듯, 그도 예수 시대 민중의 해방적 비전을 ‘궁핍화’라는 단순 현상만으로 보는 우를 범하고 있다. 그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테드 거어만 해도, 가치기대와 가치능력 간의 상관관계 속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조명하는 반면, 크로산에게선 주로 경제적 박탈에 기인한 궁핍의 심화만이 농민 저항의 맥락으로 고려될 뿐이다. 더욱이 그는 왜 예수 시대에는 기층대중 자신에 의한 민중적 저항이 상대적으로 더 많았으며, 저항운동의 규모가 왜 현저히 국지화 되었는지를 간과하고 있다.

방대한 학제간 연구, 정교한 텍스트 해석

아무튼 그가 결론적으로 예수의 대안으로 이야기하는 ‘사회적 혁명가로서의 예수’론은 최근의 예수 연구가들 사이의 일정한 합의를 반영하고 있다. 그것은 ‘정치적 혁명가로서의 예수’상의 대응 개념으로 제시된 것이다(특히 크로산에게선 아일랜드에서의 폭력의 악순환 현상에 대한 성찰적 기억이 잔영처럼 깔려있다). 여기에는 일상적 폭력까지를 해체하는 근본적인 변혁을 통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민족의 해방이란 없다는 성찰적 인식이 반영되어 있다. 예수의 윤리에서 근대적 의미의 해방과 탈근대적 의미의 해방이라는 두 차원을 읽어내려는 이러한 기획은 매우 야심찬 문제제기임에 분명하다.

다양한 학제적 연구 성과를 담고 있으면서도 정교한 텍스트 해석이 돋보이는, 그리고 엄청난 학술적 정보를 내장한 책을 발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한 서양의 그리스도교 문명사 전체를 비판적으로 되묻는 저서라고까지 한다면, 이 책을 한글로 읽을 수 있다는 건 우리에게 주어진 산타클로스의 소중한 선물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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