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思考의 훈련은 어떻게 단련돼야 하는가?
思考의 훈련은 어떻게 단련돼야 하는가?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4.09.02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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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술출판협회-교수신문 공동기획 ‘책 읽는 대학이 미래다’① W의 시대, 대학 강의실이 변해야 한다


학술출판 환경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저작권자를 보호하는 제도는 강화되고 있지만, 학술서 수용의 최전선인 대학에서는 이해 부족과 오랜 관행들, 새로운 인터넷 환경에서의 지식 수용 양상이 변화하면서 책의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대학을 중심으로 지식의 수용 매개체로서 학술서와 대학 교재의 복권, 이와 함께 책 읽는 대학문화를 조성하고자 하는 기획이다. 강의실에서의 교재를 비롯한 자료 활용에서부터, 수업목적보상금 제도 시행에 따른 강의 윤리, 인터넷과 출판의 역학 관계, 전자책, 도서관의 역할, 학술서의 미래까지 짚어봄으로써 대학이 책 읽는 최전선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이를 위해 교수신문은 한국학술출판협회(회장 김진환 학지사 대표)와 공동기획한 ‘책 읽는 대학이 미래다’를 10회에 걸쳐 연재한다.


연재순서
1. W 시대, 대학 강의실이 변해야 한다
2. 저작권 보호와 강의
3. 대학강의, 교재활용 실태1
4. 대학강의, 교재활용 실태2
5. W 시대, 새로운 강의 윤리를 찾아서
6. 인터넷과 출판, 위기인가 기회인가
7. 전자책은 어디로?
8. 우리시대의 도서관1
9. 우리시대의 도서관2
10. 학술서는 살아남을 것인가

순히 대학생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말하는 건 정확한 지적이 아니다.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과연 대학생들이 책을 읽지 않는 걸까. 아니 과거에 비해 덜 읽고 있는 것일까. 서울대 중앙도서관이 제공하는 도서관 통계를 활용해보면, 일정한 흐름을 엿볼 수 있다. 강의를 위해서건, 아니면 자신의 교양과 지식 세계를 확장하기 위해서건 도서관의 책을 대출하는 건 오래전부터 대학생들의 주된 독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서울대 중앙도서관이 제공하는 ‘도서관 통계’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봤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3.1~8.29) ‘주제별 대출 현황’을 들여다봤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교수나 대학원생들이 학문공동체 구성원이란 점에서 일정하고 꾸준하게 책을 대출했다면, 대학생들의 경우는 조금 다를 수 있다. 철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문학, 역사 다섯 가지 분야의 주제별 대출 현황을 보면, 확실히 대학생들이 도서관의 책을 덜 빌려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 표를 보자.


서울대생들의 주제별 대출 현황 표를 보면 철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문학, 역사 모든 부문에서 줄어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학생들의 책읽기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는 역설적인 지표인 셈이다.
출판 관계자들은 책이 안 팔린다고 푸념한다.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스마트폰 때문에 책이 죽고 있다고 비판한다. 스마트폰이 지혜를 죽인다는 지적이다. 언제인가 <교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20년 뒤가 걱정이다. 책을 읽지 않는다는 건 생각의 훈련, 지혜의 탐구에 브레이크가 걸렸다는 뜻이다. 한 사회의 정신문화의 진수는 책을 통해 심화되는데, 책 읽지 않는 사회의 앞길은 훤한 게 아닌가.”(<교수신문>, 705호, 2013.10.28) 출판은 이제 스마트폰과 경쟁해야 하는 시대를 맞이했다.

‘온라인 공개강의’시대의 도래와 새로운 접근
그렇다. 확실히 지금은 W의 시대, ‘WWW’가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인터넷 디지털 시대다. 모든 실재가 인터넷 W속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러니 책이라고 옮겨가지 말란 법도 없다. 전자책 논의가 이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학 강의도 인터넷 속으로 속속 옮겨가고 있다. 세계 미래예측기관과 미래학자들이 2040년의 미래사회를 예측한 『유엔미래보고서 2040』이 ‘온라인 대중공개강의’가 대학교육의 형태만이 아니라 기본 개념조차 바꾸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온라인 대중공개강의’(Massive Open Online Course, MOOC) 즉, ‘무크(MOOC)’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는 것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그러나 사정이 그렇더라도, 근래 대학 강의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우려스럽다. 디지털 시대 책의 존재방식은 좀 더 탐구해야할 주제겠지만, 강의실을 비롯해 대학에서 일어나는 책의 존재 자체에 도전하는 행위는 성찰을 넘어 시급한 정상화가 필요한 부분이다. 강의계획서에 교재와 부교재, 참고문헌 등을 친절하게 안내해 놓았지만, 학기가 끝날 때까지 교재 없이 수업에 들어오는 학생들이 부지기수다. 천안 소재 대학에 적을 둔 ㅅ교수와 같은 묘책을 택하는 교수들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ㅅ교수는 학부 시절 지도교수의 방법을 그대로 활용했다. 즉 중간고사, 기말고사 모두 ‘오픈 북’ 형태로 시험을 보겠다고 공지했다. 책 없이 강의에 들어올 수 없게 했다. 그렇게 하더라도 4~5명 정도는 끝까지 책 없이 학기를 난다.

강의실이 살아나야 하는 이유
이 경우, 문제는 책을 준비해온 학생들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다. 어디에선가 감쪽같이 복사를 해 오기 때문이다. 요즘은 아예 ‘디지털 복제’라고 해서 ‘어둠의 경로’를 통해 콘텐츠를 내려받아 이를 복사 제본하기도 한다고 출판사은 귀띔한다. 한국저작권단체엽합회 저작권보호센터가 발행하는 「2014 저작권 보호 연차 보고서」의 불법복제물 유통실태 조사를 보면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콘텐츠별 불법복제물 이용경험률’이 그것이다. 다음 표를 보자.


위의 표는 ‘출판’ 분야에서의 불법복제물 이용 경험률을 보여준다. 2008년 이후 점점 비율이 낮아지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 통계가 그러하듯 진실은 저 너머에 있게 마련이다. 강의실에서부터 책이 다시 살아나야 한다. 강의를 위해 참고문헌에 명시된 책들을 도서관에서 빌려봐야 하고, 그것이 저작자에게 다시 피드백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지금 그 연결고리가 끊어지고 있다.


학자와 교수들의 연구 성과는 책으로 집약된다. 그리고 이 책이 강의에 활용되고, 다시 강의를 통해 새롭게 진화하는 과정을 밟는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학생들이 ‘교재’를 기피하기 시작했다. 교재라고 하지만 ‘불법복제’된 복사물을 교재처럼 들고 나온다. 강의실 풍경의 피폐함도 문제지만, 열정적으로 교재 제작에 나서려는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더 안타깝다. 게다가 ‘업적평가’로 논문 위주의 저술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그리고 ‘인터넷 디지털’ 시대다.


책은 한 사회의 정신문화를 응축한 아날로그 문화다. 수고로움과 번거로움이 겹쳐져 있는 곳에서 ‘思考의 훈련’이 발생한다. 더 늦기 전에 대학 강의실에서부터 이 사고의 훈련, 책의 문화가 형성한 긍정적 가능성을 재전유하고, 새롭게 지평을 확장하는 작업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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