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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표시해도 대부분 표절·중복게재에 해당
출처 표시해도 대부분 표절·중복게재에 해당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4.09.01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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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연구윤리 매뉴얼 주요 내용은?
인문사회와 달리 번역출판도 중복게재

표절이나 중복게재를 판정할 기준이 학문분야별로 마련됐다. 한국연구재단은 최근 정책연구보고서 형태로 『인문사회 분야 연구윤리 매뉴얼』(교수신문 2014.8.25일자 기사 참고)과 『이공계 연구윤리 및 출판윤리 매뉴얼』(이하 이공계 연구윤리 매뉴얼)을 잇달아 발간했다. 학문분야에 따라 상세한 연구윤리 매뉴얼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문사회 계열은 한국인문학총연합회, 이공계는 한국과학기술지편집인협의회(이하 과편협)가 정책연구에 함께 참여했다. 현재까지 학계에 통용되는 전반적인 의견이자 기준으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이공계 연구윤리 매뉴얼』 발간 책임을 맡은 황은성 서울시립대 교수(생명과학과)는 “과편협에서 여러 차례 워크숍을 거치면서 어느 정도 공론화된 내용을 종합한 것으로 보면 된다”며 “기존 매뉴얼은 해외 기준을 번역하거나 전달하는 수준이었는데 사례를 보고 직접 판단할 수 있도록 이해를 돕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특히 “표절에서 말 바꾸어 쓰기는 처음으로 다뤘고, 가장 많은 실수가 일어나는 전문인용 부분도 반드시 읽어야 한다”며 “자기표절이나 중복게재에 대해 새로 규정한 부분도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부정행위의 판정기준뿐 아니라 연구부정행위가 발견됐을 때 처리 절차, 그동안 소홀히 다뤘던 이해충돌, 출판윤리, 생명윤리 등 연구윤리와 관련해 가능한 여러 분야를 다뤘다는 점도 이번 매뉴얼의 장점이다. 황 교수는 “얼마 전 아시아 과학학술지 편집인 협의회(이하 아편협)를 창립했는데, 매뉴얼을 영어로 번역해 아편협에서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라며 “학술대회 발표 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할 때 중복게재로 보는 것 등 이공계에서 아직 확실히 정착이 안 된 부분에 대해서는 2~3년 뒤 다시 보완작업을 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공계 연구윤리 매뉴얼』에서 표절· 중복게재에 관해 연구자들이 꼭 알아야 할 내용을 발췌했다. 『인문사회 분야 연구윤리 매뉴얼』과 『이공계 연구윤리 매뉴얼』은 한국연구재단(www.nrf.re.kr)이나 연구윤리정보센터(www.cre.or.kr)에서 내려 받을 수 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 표절의 정의

교육부 훈령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2014)은 표절을 “타인의 아이디어, 연구내용, 결과 등을 적절한 인용 없이 사용하는 행위”로 규정한다.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 구윤리지침(2012)에서도 “타인의 저작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적절한 출처표시 없이 그대로 사용하거나 다른 형태로 바꿔 사용한 경우”를 표절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는 매우 부정확한 정의다. 타인의 저작물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출처표시를 하면 괜찮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표시를 하면서 타인의 저작물을 그대로 사용할 때도 대부분의 경우는 표절에 해당된다. 다른 사람의 글을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있는 한계는 1개 문장 정도, 그것도 출처표시를 하는 경우까지로 본다는 WAME(국제의학편집인협의회) 편집인들의 의견이 있다. 국제적 학술지의 경험 많은 편집자들이 제시한 공통된 의견인 만큼 학계의 전반적인 의견이자 기준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 말 바꾸어 쓰기 표절

다른 사람의 주장을 내 글에 소개할 때는 단어를 비롯해 글의 구조를 바꾸면서 그 뜻만을 살려 표현하는 말 바꾸어 쓰기(parapharasing)나 그 내용을 압축해 기술하는 요약(summarizing)을 활용해야 한다. 그래야만 다른 사람의 글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닌 아이디어를 가져와 소개하는 것이 된다. 이 경우에도 해당 부분에 출처를 표시해 줘야 한다.

문장의 틀은 원문 그대로 유지하면서 몇 개의 단어만 비슷한 것으로 바꿔 놓으면 부적절한 말 바꾸어 쓰기가 된다. 이른바 ‘cut-and-paste’를 통해서 다른 사람의 글을 가져오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다른 사람의 글과 생각을 자신의 표현으로 바꾸는 작업을 제대로 하지 못해 일어난 일이다.

제대로 된 말 바꾸어 쓰기의 경우 단어뿐 아니라 문장 구조가 완전히 바뀐 것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다른 사람의 글과 생각을 소개할 때는 이를 완전히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으로 전환해 기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거쳐야만 다른 사람의 생각과 글을 인용하면서도 내 글을 창작할 수 있는 것이다. 논문의 서론을 작성하면서 다른 논문의 결과나 주장을 소개하게 되는데, 이때는 그 내용을 이해해서 내 표현으로 바꿔 글을 쓰는 말 바꾸어 쓰기 작업을 해야 한다.

■ 잘못된 전문인용

다른 사람의 글을 소개할 때 출처만 표시하면 그 글을 문단 그대로 옮겨 써도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런 글쓰기는 대부분 표절이다. 위 사례에서 오른쪽 글(굵게 강조한 부분)은 왼쪽 논문에서 상당 부분을 그대로 옮겨와 실은 후 그 끝에 각주 형식으로 출처를 밝혔다. 출처를 밝혔으므로 표절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글을 그대로 옮겨와 내 문서에 채워 넣는 일은 그 자체로 매우 부적절한 행위다. 다른 사람이 만든 창작물은 단지 일부일지라도 수정 없이 가져오면 안 된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런 글쓰기는 표절이다. 그 이유는, 각주 처리가 실제로 가져와 쓴 부분을 정확히 표시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 논문을 읽는 사람은 가져온 글이 각주 번호가 붙은 마지막 문단만인지, 아니면 그 위의 문단들도 포함되는지 알 수가 없다. 독자가 위의 문단들이 이 저자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는 “남의 글을 내 글인양 쓴” 것이 된다.

내 글에 다른 사람의 글을 가져와 소개하는 전문인용 방법을 제대로 알아둘 필요가 있다. 아래 예에서 가져온 다른 사람(로버트 캐스터바움)의 글은 저자의 글과 들여쓰기나 따옴표로 구분돼 가시적으로 확실히 구분된다. 이 때문에 독자는 가져온 글과 현 저자의 글을 혼동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가져온 글의 끝에 출처표시를 해줘야 한다. 전문인용은 원 저자의 글의 뉘앙스를 살리면서 인용하는 것이 필요할 때 활용된다. 인문사회학 분야에서는 많이 사용되지만 과학논문에서는 전문인용이 거의 나오지는 않는다.

■ 포괄적 인용

텍스트에서 인용한 글 각각에 대해 일일이 출처표시를 하지 않고, 글의 맨 앞 또는 맨 뒤에서 “이 글은 주로 김대표(2008)의 글을 참고해 작성됐다”와 같은 식으로 한번 포괄적으로 출처를 표시하는 것을 포괄적 인용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기술적으로 표절을 범하는 것이 된다. 잘못된 전문인용의 경우와 같이 텍스트의 어느 부분이 가져온 글인지, 저자 고유의 글인지를 독자가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글에 대해서 따로 포괄적 인용을 해 주더라도, 본문에서 가져온 부분을 일일이 따로 인용해 줘야 한다.

■ 자기표절 또는 중복게재

자기표절이란 자신이 발표했던 저작물에 이미 기술한 적 있는 적은 범위의 내용을 새로운 논문 또는 서적에 재사용하는 것이다. 자기표절이란 용어는 중복게재를 지칭할 수도 있는 표현이기 때문에 ‘문장 재사용(text recycling)’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중복게재(이중게재, 중복출판)는 자신이 발표했던 저작물과 유사하거나 실질적으로 동일한 것을 다시 출판하는 행위, 즉 거의 같은 논문을 반복해서 출판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적은 범위의 내용을 재사용한 자기표절에 비해 훨씬 큰 범위에서 동일한 내용을 재사용한 경우라 할 수 있다. 특히 연구의 목적, 방법, 결론, 그리고 이를 다룬 논리의 전개가 동일한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 연구윤리지침 제4항에서는 중복게재에 대해 “자신의 이전 연구결과와 동일 또는 실질적으로 유사한 학술적 저작물을 …… 적절한 출처표시 없이 다른 학술지나 저작물에 사용하는 행위”라고 기술하고 있는데, 이는 정확한 정의가 아니다. 과거의 글을 과다하게 다시 사용하면 비록 출처를 표시했다 해도 부적절한 글쓰기다.

서울대 연구윤리지침에서는 “연구의 독자성을 해할 정도로 이미 게재 출간된 자신의 연구 아이디어, 연구데이터 및 문장에 의존하는 행위(출처표시 또는 인용 표시 여부를 불문한다)”를 연구 부적절행위로 정하고 있는데, 이는 올바른 규정이다.

■ 번역출판

한글로 출간한 논문을 영어로 번역해 국제학술지에 발표하거나 영어로 발표한 논문을 한글로 번역해 국내 학술지에 발표하는 경우 하나의 연구 성과를 중복해서 발표하는 중복출판 행위가 된다.

■ 표절과 자기표절에서의 예외

이미 발표된 글에서 문장 빌려오기 과거 내가 발표했던 글에서 일부를 가져와 새 논문에 재사용하는 것은 자기표절의 비난을 받지 않고 어느 정도까지 허용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 공론화된 것은 없으나 상식적인 차원에서 정해볼 수는 있을 듯하다. 예를 들어 서울대 연구윤리지침에는 “연구의 독자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신의 연구결과물을 부분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제시돼 있다. 서울시립대 연구진실성위원회 규정에는 “이전에 발표한 논문이나 저서와 동일한 연구 아이디어, 연구데이터 및 문장을 사용해 동일한 언어 또는 다른 언어로 중복하여 게재 출간하는 것은 부적절한 행위다. 단, 이전에 발표한 글과 중복되는 부분이 많지 않아서 새 글의 신규성을 인정하기에 객관적으로 어려움이 없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고 제시돼 있다. 한편, 구체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정량적 기준에 대한 견해는 학문 분야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생명과학 계열의 학술지는 대체로 엄격한 편이어서 “1개의 문단이나 5개 이상의 문장을 …… 재사용하는 것은 출처표시를 하더라도 적절치 않다”고 보는 의견이 제시돼 있다.

다른 종류의 문건 사이의 중복게재 단행본 학술서적을 쓰면서 자신이 발표한 학술논문의 내용을 재사용하고자 할 때는 기본적으로 이차출판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즉 두 문건의 편집인과 출판인의 허가를 얻어야 하며, 원전에 대한 출처를 명시해야 한다. 이차출판 형식이 아니고 적은 분량을 가져다 쓰고자 할 때는 출처표시를 명확히 하고 이중출판이 되지 않도록 가능한 말 바꾸어 쓰기를 잘해야 한다.

이미 발표한 자신의 논문들을 모아서 저서로 출판하거나 다른 사람의 논문들과 함께 출판되는 선집(anthology 또는 논문집) 또는 학술지 특집호는 이차출판의 형식을 거쳐서 중복출판의 비난을 피해야 한다. 따라서 서문에 원전의 출처를 표기하고, 선집 또는 논문집임을 명기해 줘야 한다. 실적물로 제출해서는 안 된다. 논문 등 학술적 저작물의 내용을 일반서적이나 교양서, 비전문 소식지에 풀어서 쓰거나 많은 중복을 포함한 채 ㅂ라표하고자 할 때는 출처를 밝히면서 사용할 수 있는데, 이 때도 이차출판의 절차를 따르는 것이 좋다.

용역보고서를 묶어서 저서로 발간하는 경우 이미 제출한 용역보고서를 묶어서 학술서적으로 만들고 이에 ISBN 번호를 부여하거나 인터넷 공간에 등 재해 공개하면 이것은 하나의 저작물이 된다. 따라서 추후에 이 저작물을 보강해 학술지 논문으로 발표한다면 ‘이전에 발표된 적이 없는 새로운 내용을 발표’하는 약속을 어기는 것이 된다.

학위논문을 학술지 논문으로 발표하는 경우 학위논문은 국내외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이 읽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학위과정에서 생산된 정보는 동료평가(peer review)의 절차를 거쳐서 보다 정제되고 보강이 이뤄진 후 학계의 학자들에게 전파돼 그 중요성과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게끔 돼야 한다. 따라서 학위논문을 학술지 논문으로 발표하는 행위는 매우 장려해야 할 학자들의 중요한 학문 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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