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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그것은 우울증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도대체 그것은 우울증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4.08.2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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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 70. 파킨슨병

▲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명연기를 선보였던 로빈 윌리암스가파킨슨병을 앓다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파킨슨병과 우울증은 과연 어떤 상관 관계가 있을까.
미국의 전설적인 영화배우 로빈 윌리엄스(Robin Williams)가 지난 11일 캘리포니아에 있는 그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원인은 질식에 의한 자살로 밝혀졌다. 윌리엄스의 대변인은 그가 파킨슨병 초기 단계를 지니고 있었고, 오랫동안 우울증으로 힘들어했다고 주장했다.


파킨슨 증후군에 정신 장애가 흔히 동반된다는 것은 이전부터 알려져 왔다(「파킨슨 증후군에서 우울증에 영향을 주는 임상요소들」, 이준홍, 연세대대학원 의학과 학위논문, 1995. 이하 관련 내용 참조). 과학자들은 파킨슨 증후군 환자들이 정상인보다 우울증의 유병률이 높다는 공통된 의견을 갖고 있다. 로빈 윌리엄스의 우울증 역시 파킨슨 증후군과 관련 있다고 추정된다. 파킨슨 증후군은 최근 노인 인구 증가와 더불어 나타난 퇴행성 질환 중 하나다. 보통 50세 이상에서 시작된다고 알려져 있다. 성인 인구 100명 당 1명 이상의 유병률로 신경변성 질환 중 가장 빈도가 높은 증후군 중의 하나이다. 파킨슨병이 파킨슨 증후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도파민 소실에 따른 임상증상의 발현
정신 건강 연구소 소장이자 정신과 의사인 헤럴드 코플리위즈(Harold Koplewicz)는 파킨슨병에 대해 “뇌 세포 간 의사소통에 중요한 화학물질인 도파민(Dopamine)이 점점 줄어들고,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뇌에서 축적되는 퇴행성 신경계 이상”이라고 정의했다(ABC뉴스 등 외신 기사 참조).


『신경전달물질과 뇌질환』(오세관 지음, 신일상사, 2005)에 따르면, 파킨슨 증후군은 영장류에 한해 발생한다. 하등 포유류는 신경멜라닌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지 않는다. 뇌 속의 흑질(substantia nigra, 중뇌 기저 핵을 구성하는 한 부분으로 근육 긴장에 관여함)은 멜라닌을 많이 함유한 신경멜라닌세포들이 있어서 색이 짙다. 뇌의 신경멜라닌세포들은 도파민을 분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도파민은 세포 간 신호 전달을 가능하게 하는 신경전달물질들 중 하나이며 중뇌신경계에 존재하고 정신, 운동기능을 담당한다.


도파민은 시냅스 앞부분에서 방출돼 시냅스 틈으로 확산된 후 시냅스 뒷부분 막 표면의 수용체에 결합하는 방식으로 뉴런을 활성화한다. 그런데 뇌 흑질에 있는 신경멜라닌세포의 약 50% 또는 뇌 선조체(striatum, 기저핵에서 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영역) 도파민의 70~80%가 소실돼 확산이 잘 이뤄지지 않게 되면, 정신분열병이나 파킨슨병과 같은 임상증상이 발현된다.


1817년 4월 11일 영국의 의사 제임스 파킨슨(James Parkinson)이 6명의 환자로부터 관찰한 새로운 임상증상에 관해 기술한 「진전 마비에 관한보고(essay on the shaking palsy)」에서 처음 파킨슨 질환의 특징이 소개됐다. 제임스 파킨슨은 환자 뇌에 있는 흑질의 암(black)색의 색소 결핍을 관찰했다.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여러 증상 중 ‘진전(환자 75%에서 나타남)’을 눈으로 가장 뚜렷하게 본 파킨슨은 처음에 이병을 ‘진전마비’라고 표현했지만, 이후 파킨슨 증후군으로 불리게 됐다(『파킨슨병과 파킨슨 증후군』, 이애영 지음, 군자출판사, 2000. 이하 관련 내용 참조).


이 외 파킨슨병 환자의 증상으로는 얼굴 표정이 없어지고, 입이 벌어져 침을 흘리게 되며, 보폭도 좁아지고 발을 질질 끌고, 방향전환을 어려워하는 것이 있다. 또한 팔을 내젓는 횟수가 감소하고, 근육이 뻣뻣해 지거나 약해진다. 시간이 더 지나면 경직으로 몸과 목이 앞으로 굽고 팔도 팔꿈치에서 굽힌 자세가 돼 잘 넘어져, 지팡이를 이용하거나 앉아서 생활하게 된다.


어떤 파킨슨병 환자들은 주요 운동증상 외에 △ 수면장애(환자의 74~98%) △ 자율신경계 이상(성기능 저하) △ 위장관증상(변비, 연하장애) △ 비뇨기계 이상(환자의 58~71%, 소변 자주 본다) △ 피부증상(지루성 피부염) △ 시각증상 △ 정신과적 증상(우울증, 불안) △ 인지기능 장애(치매) △ 통증 △ 후각기능 장애(운동 증상보다 선행하여 나타남)와 같은 이차적인 증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전설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의 손발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만든 것도 이러한 파킨슨병이었다.

약물 남용으로 인한 우울증 증상
파킨슨병 환자의 약 40%가 뇌의 화학적 변화로 정서이상 또는 가벼운 우울증을 겪는다. 도파민계는 인간의 감정, 기분과 밀접하게 연관되며 우리의 몸을 조정한다. 특히 무엇인가를 성취했을 때 행복과 만족을 느끼게 한다. 만약 도파민계가 적절하게 기능하지 못하면 ‘보상’을 느끼지 못해 우울증의 전형적인 기분을 느끼게 된다. 행복을 느끼게 하는 도파민계는 약물 중독과 연루돼 있다. 최근 사망한 로빈 윌리엄스도 한동안 약물 남용으로 이슈가 됐다. 약물을 남용하게 되면 뇌의 도파민 수준이 증가하지만 시간이 흘러 결국에는 도파민계를 둔감하게 만든다. 임상적 우울증에 걸린 많은 사람들은 뇌의 신경 전달물질과 중추신경계의 수준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약물을 이용해 스스로 치료를 시도한다. 그들은 뇌 기능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약을 찾게 되지만, 결국 이러한 자가 의료행위는 형편없는 결과를 야기하게 된다.


1982년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헤로인 약물 중독자들 사이에 심한 파킨슨 증후군이 집단적으로 발생했다. 헤로인과 같은 화합물을 합성하기 위해 불법적인 시도를 한 우연의 결과였다. 이러한 이유로 이들의 몸속에서는 MPTP(Piperidine 유도체로 색소성의 흑질-선조체 뉴런에 선택적인 독성을 나타내며, 노출 시 파킨슨 증후군과 같은 징후나 증상을 나타냄) 작용이 생긴 것이다.


파킨슨병에서 우울증의 정도는 보통 중등도 또는 경도이지만 자살은 드물기 때문에, 자살과 파킨슨병과의 관계를 별개로 보는 시각도 있다. 로체스터대 의료센터의 신경학자이자 정신의학 교수 아이린 리처드(Irene Richard)는 “자살은 파킨슨병에 걸린 환자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간에 더 이상 문제로 작용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치료제와 우울증 그리고 자살의 상관성
2001년 하워드대에서는 파킨슨병에 걸린 사람들이 보통 사람들에 비해 10배 정도 자살률이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파킨슨병 재단에 따르면 파킨슨병에 걸린 사람들의 절반이상이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환자의 약 30%는 병을 진단받기 전에 이미 우울증이 있었다. 이들 우울증은 항우울제로 치료가 가능하며, 심지어 파킨슨병 치료제에도 항우울제 효과가 있었다.


어떤 파킨슨병 치료제는 자살을 증가시키는 부정적인 효과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미국식품의약국은 “파킨슨병 치료에 사용돼 온 Levodopa(dopamine의 바로 전 단계 전구물질로 파킨슨병의 치료에 오랫동안 사용됨)와 SINEMET(levodopa+carbidopa. Levodopa가 뇌로 들어가기 전에 도파민으로 전환하는 것을 차단함)의 사용시 동반자살경향이 있는 우울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에 대해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파킨슨병에서의 우울증 원인으로는 두 가지 가설이 있다. 하나는 우울증의 정도와 신체장애의 정도가 비례한다는 것이다. 우울증의 유전적 소인은 없으며 파킨슨병을 가진 모든 환자에서 우울증이 보인다는 주장이다. 다른 하나는 파킨슨병의 운동장애 정도와 우울증의 정도 사이에는 연관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파킨슨병 환자 군과 신체장애의 정도가 비슷한 다른 질환의 환자 군을 비교해볼 때, 파킨슨병 환자 군에서 우울증의 빈도가 높았다는 주장이다.


심리학자들은 우울증을 심리학적 속성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뇌 과학자들은 뇌질환이라고 주장한다. 우울증이 심리학적 속성이라면 인간 전체가 아닌 인간의 뇌와 같은 특정 부분으로 귀속시켜, 결국 인간을 부분들의 집합으로 보았다는 오류가 생긴다. 만약 우울증이 뇌질환이라면 인간 자체의 속성이기 때문에 인간 전체를 고쳐야 한다는 아이러니가 생긴다.


파킨슨병으로 우울증이 유발된 것이라면 우울증은 왜 파킨슨병을 유발하지 않을까. 둘 다 신경전달물질의 이상 때문이라는 공통된 원인이 있지만, 막상 두 병을 겪고 있는 사람이 되지 않는 이상 언제까지나 이론뿐인 가정으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사회 속에서 정상과 비정상적인 인간을 구별하는 기준이 애매하듯 무엇이 그들을 불행한 자로 보고 우리를 행복한 자로 보는지도 아직은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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