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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표절'표현은 語不成說…검증시효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아
'자기표절'표현은 語不成說…검증시효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아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4.08.25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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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 연구윤리 메뉴얼 발간 의미

동춘 서강대 교수가 한국연구재단 정책연구과제로 발간한 『인문사회 분야 연구윤리 매뉴얼』은 인문사회 분야의 특수성을 고려한 연구윤리를 수립하고 하는 데 일차적 목적이 있다. 인문사회는 이공계와 학문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류 교수는 “문사철로 대변되는 인문학 분야의 연구 방법은 고전을 해석하거나 기존의 연구들과 대결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다. 또 자신의 독창적인 생각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우선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기존의 연구 성과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상당하다”며 “이공계의 기준에서는 자칫 표절로 간주될 수도 있지만 인문사회 분야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표절로 간주되기 어려운 연구 사례가 확인된다”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중복게재를 보자. 매뉴얼 역시 연구비 중복 수혜, 연구결과의 중복 계산 등 부당한 목적을 위해 이전에 출판된 자신의 아이디어, 연구 내용, 연구 결과 등을 그 사실을 밝히지 않고 내용 전체 혹은 일부를 이중 출판하는 것은 ‘부당한 중복게재’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인문사회 분야의 경우 순수 학문적 연구뿐 아니라 이를 널리 배포해 대중화하는 작업 역시 중요한 과제다. 그래서 매뉴얼은 소중한 연구 성과를 더욱 광범위하게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최초의 출처를 명백히 밝히는 경우 다양한 형태로 출판될 필요가 있다며 중복게재를 ‘정당한 중복게재’와 ‘부적절한 중복게재’, ‘권장할 만한 중복게재’고 구분했다.

정당한 중복게재란 연구자가 이전에 출판된 자신의 아이디어, 연구 내용, 연구 결과물에 대한 사용권을 갖고 있는 출판사나 기관의 허락을 받고 중복게재 사실을 밝힌 경우 매뉴얼은 ‘정당한 중복게재’라고 봤다.

중복게재 사실을 밝히지 않았지만 연구비 중복 수혜, 연구 결과의 중복 계산 등 부당한 목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단순 실수 등의 이유로 중복게재를 한 경우는 ‘부적절한 중복게재’다. 그러나 연구자가 사전이 인지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표절이 성립하듯 연구자는 부적절한 중복게재가 이뤄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매뉴얼은 밝혔다.

부적절한 또는 권장할만한 중복게재

권장할 만한 중복게재도 있다. 연구자가 이전에 출판된 자신의 아이디어, 연구내용, 연구결과물에 대한 사용권을 갖고 있는 출판사나 기관의 허락을 받고 중복게재 사실을 밝혔으며, 더 나아가 중복게재가 교육, 사회봉사, 연구 결과의 국제화, 사회적 확산 등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닐 경우다. 장려해야 할 중복게재는 학문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므로 적극 권장해야 한다고 매뉴얼은 제안했다.

우리 글로 발표한 논문을 외국어로 번역해 국내외에 발표하는 것뿐만 아니라 외국어로 발표된 논문을 우리 글로 번역해 국내 학술지에 싣는 것 역시 권장했다. 번역출판에 대한 해석은 이공계와 뚜렷하게 대비된다. 이공계는 ‘한글로 출간한 논문을 영어로 번역해 국제학술지에 발표하거나 영어로 발표한 논문을 한글로 번역해 국내 학술지에 발표하는 경우 하나의 연구 성과를 중복해서 발표하는 중복출판행위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사학위 논문 중 일부를 보완해 전문 학술지에 싣거나 단행본으로 출간하는 것 역시 권장할 만한 중복게재에 해당한다. 다만 이때 논문 지도교수와 심사교수를 주석에서 밝힐 것을 매뉴얼은 권고했다. 학술대회 발표집이나 정책연구 보고서 등에 발표한 논문은 중복게재와 무관하다. 류 교수는 “이공 계열은 학술대회 발표도 중요하게 생각해 중복게재로 보지만 인문 계열은 학술대회 발표에 큰 가치를 두지 않는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학술저서의 내용에 본인이 이미 출간한 논문을 포함할 경우에는 소속 기관에서는 별도의 평가 기준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인문사회 안에서도 연구윤리 인식 차 뚜렷

하지만 인문사회 안에서도 세부 학문분야에 따라 특수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관행적으로 이공 계열과 인문사회 계열로 크게 나누지만 같은 인문사회 계열이라 해도 연구방법 자체가 다양하고 경우에 따라 이질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 차이는 인문사회 연구자 1천3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매뉴얼에서는 권장할 만한 중복게재라고 제안한 번역 출판에 대해 전체의 52.6%가 연구윤리에 저촉된다고 응답했다. 특히 사회과학과 어학 분야 연구자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5점 척도로 계산했을 때 전체 평균은 3.40점이었는데 사회과학 연구자들은 3.54점, 어학 분야 연구자들은 3.56점이 나왔다. 반면 역사(2.83점), 철학·종교(2.97점) 분야 연구자들은 연구윤리에 저촉된다는 지적에 부정적이었다. 법학(3.01점) 분야도 응답이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박사학위 논문 중 일부를 수정해 학술지에 싣는 것에 대해서는 사회과학 분야 연구자들이 특히 긍정적이었다.

이른바 ‘자기표절’에 대해서는 법학이나 문학, 역사, 사회과학 분야 연구자들이 특히 부정적이었다. 응답자 1천390명 가운데 50.4%인 700명이 ‘자기표절이라는 표현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자기표절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매뉴얼 또한 자기표절이란 용어를 없앴다. 부당한 중복게재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법학은 67.1%가 ‘어불성설’이라고 답했다. 문학(52.3%), 역사(57.1%), 사회과학(52.5%) 연구자들도 어불성설이라는 응답이 평균보다 높았다. 반면 철학·종교(42.6%), 어학(43.2%), 예술(39.4%)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부정적 응답이 덜한 편이었다.
 
연구윤리에 검증시효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52.7%가 시효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시효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연구자 비율(47.3%)도 만만치 않다. 학문분야별로 보면 응답 차이가 뚜렷하다. 법학은 시효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64.4%에 달했다. 기타 분야도 65.0%가 시효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반면 역사(41.3%)나 철학·종교(44.3%) 분야는 다른  분야에 비해 시효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눈에 띄게 낮았다.

류 교수는 “인문학 분야만 하더라도 전통적 문헌 연구뿐 아니라 소설이나 시와 같은 창작 활동, 문학 작품이나 음악에 대한 비평 등 학문 활동이 세분되고 있다. 그 결과 시나 소설 같은 창작활동의 경우 매우 적은 분량의 인용조차 표절로 간주되거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러나 고전 작품에 대한 문헌 연구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해당 작품을 인용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연구에서 제시하고 있는 다양한 규정들은 하나의 참고사항일 뿐이며 연구윤리에 대한 부정행위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은 해당 분야에서 학문적 권위를 공인받고 있는 학문 공동체 내에서 자율적으로 판정돼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류 교수는 “개별 분과 학문 공동체 내에서 이뤄진 판정은 그 자체로 우선 존중돼야 할 것”이라면서도 “이런 판정이 과연 공정한 것인가에 대해 인접해 있는 유관 학문 공동체들이 더욱 광범위하면서도 건강한 사회적 담론을 펼쳐나감으로써 인문사회 분야 연구윤리의 학문적 권위를 민주적으로 정착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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