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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를 읽어내는 차이와 쟁점들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를 읽어내는 차이와 쟁점들
  • 교수신문
  • 승인 2014.08.1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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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진단_ 뒤메닐·레비와 토마 피케티의 신자유주의 위기 진단


신자유주의 위기를 자본주의 역사동역학 관점에서 이해하는 ‘전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CNRS) 주임연구원’ 제라르 뒤메닐과 도미니크 레비의 책 『신자유주의 위기: 자본의 반격 그 이후』(김덕민 옮김, 후마니타스, 496쪽, 25,000원)이 최근 번역, 소개됐다. 두 사람은 오래전부터 마르크스주의 경제학, 신자유주의 비판을 함께 해온 서구 경제학자들이다. 이들이 던지는 주제는 간결하다. “2008년의 위기인 미국과 유럽의 ‘신자유주의 위기’는 19세기 후반 이후 발생한, 자본주의 역사의 네 번째 구조적 위기다. 구조적 위기가 약 40년을 주기로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그런 위기들은 약 10년 동안 지속될까?” 저자들은 이에 대한 해답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고백하면서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고 말한다. “이번 위기는 구조적 위기이며, 몇 달 또는 몇 년 만에 빠져나올 수 있으리라 예상하기 힘들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라고 지적한다. 이들의 신자유주의 위기 분석과 함께 참고할 수 있는 경제학자로 최근 국내 학계에 인지도를 확장하고 있는 토마 피케티가 있다. 과연 이들의 접근은 어떻게 다를까.

자본주의 역사동역학
프랑스의 경제학자 제라르 뒤메닐과 도미니크 레비(이하 뒤메닐·레비)는 오랜 기간 동안 자본주의의 역사동역학을 연구해 온 인물들이다. 그들은 특히 미국경제와 관련된 방대한 자료를 통해 자본주의적 경제의 근본적 추세들을 연구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근 30~40년 동안의 과정을 신자유주의적 추세라고 규정짓고 이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발표해 왔다. 이들은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추세를 상위계층 소득 및 권력의 복권을 위한 새로운 관리 및 노동 규율 부과로서 정의해왔고, 이러한 상위계층의 시도는 지난 기간 동안 꽤 성공적이어서 상당한 정도의 불평등의 확대로 이어졌다.


토마 피케티 역시 프랑스의 경제학자로서 자본주의 역사동역학과 관련된 새로운 저서를 내놓았으며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약 300년 동안의 자산 관련 소득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의 이러한 작업은 세 가지 주요한 역사적 관찰과 그를 통한 두 가지 근본 법칙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세 가지 주요 관찰은 국민소득 대비 자산규모의 추세, 자산분배와 소득 분배 상의 불평등의 확대와 관련돼 있으며, 이러한 관찰을 통해 그는 두 가지 근본법칙을 제시했다. 하나는 성장률보다 자산수익률이 크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국민소득 대비 자산의 비율(β)이 저축률(s) 및 국민소득 성장률(g)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다. 이 관계는 저축률과는 정관계를 국민소득 성장률과는 반비례관계를 갖는다. 이 두 연구자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양차대전 이후 감소했던 상위계층의 소득이 신자유주의(피케티의 용어로는 ‘보수주의 혁명’) 기간 동안 급격하게 늘어났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유로 뒤메닐·레비의 작업에도 피케티의 상위 계층 소득의 변천과 관련된 데이터가 꾸준히 이용돼 왔다.

자본과 자산·거시경제적 추세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연구자들의 작업 사이에는 여러 가지 차이와 쟁점들이 존재한다. 이는 사실상 근본적인 분석틀 사이의 차이이고, 따라서 정책(또는 정치)적 지향 사이의 차이로 표현된다. 여기서는 크게 세 가지 지점만을 추려 보도록 한다. 첫째는 뒤메닐·레비의 자본과 피케티의 자산(patrimoine) 사이의 개념적 차이와 그로 인해 구현되는 거시경제적 궤도(또는 피케티적 근본 법칙) 상의 차이이며, 둘째는 자산의 세습(heritage)으로 20세기 나타났던 사회질서를 구분하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한 논의가 될 것이며, 마지막으로 셋째는 이들 사이의 분석틀 차이가 가지고 있는 서로 다른 정치적 지향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


피케티의 논의에서 ‘자산’은 기존의 역사적 동역학을 연구하는 다른 연구자들보다 훨씬 넓은 범위를 지칭하고 있다. 그의 자산에는 토지, 주택, 기타자산, 외국자본 등이 포함돼 있다 결국 피케티가 제시하고 있는 1700년부터 시작하는 국민소득 대비 자산의 관계는 이러한 다양한 자산들의 역사적 궤도를 포함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지표를 통해 그가 제시하고 근본법칙이 구현되는가가 첫 번째 문제라 할 수 있다. 물론 통계적 데이터를 통해 이러한 과정을 보려고 애를 쓰고 있지만, 상당한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림 1]은 미국경제와 관련된 피케티의 모델(β=s/g), 뒤메닐·레비 모델, 그리고 피케티의 데이터를 보여주고 있다. 피케티의 모델은 자신이 자본주의 두 번째 근본법칙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인데, 미국경제의 저축률과 국민소득 성장률 데이터를 구현하면, 피케티의 모델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갖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오히려 뒤메닐·레비 모델은 이를 훨씬 잘 구현하고 있다. 이는 자본 정의 상의 차이(즉 자산과 자본)로부터 오는 것으로 뒤메닐·레비는 고정자본스톡, 다시 말해 생산에 사용되는 자본(피케티의 정의에 따르면 기타자본)에 해당하는 부분을 통해 재현하고 있다. 게다가 피케티는 이들 사이의 관계를 외생적으로 규정(저축률이 일정하며, 성장률은 인구성장률에 따른다)함으로써 관계들을 올바로 설명하는 데 실패한다. 특히나 미국경제에서 1970년대부터 나타나는 저축률의 급격한 하락을 고려할 때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피케티의 모델은 경험적으로 지지되기 어렵다. 다시 말해 미국의 경우 피케티가 폭넓게 정의하고 있는 자산 중에서 생산적 자본, 다시 말해 기타 자본 이외의 토지, 주택, 순 해외 자본 등의 변화는 대체로 일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임금소득의 변천
피케티가 그의 책에서 임금소득불평등에 대해 하나의 장을 할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사회적 질서의 변화 및 불평등의 원천은 세습에 의한 자산 승계에 있다. 1950년대와 60년대 불평등이 감소했던 것도 1929년 대공황과 더불어 나타난 자산세습의 감소효과(가치절하 및 조세효과)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형태의 정책은 1980년대까지 꾸준히 이어졌다. 지면 관계 상 그 모든 측면을 서술하기는 불가능하지만, 세습에 의해 역사적 동역학을 구분하는 건 두 가치 측면에서 부적절할 것이다. 우선 자산이라는 개념 자체가 각 구성요소의 변천을 살펴볼 때 너무 혼란스럽다는 점이며, 둘째 소득불평등의 확대를 단순히 ‘세습’으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피케티는 미국에서 일어난 자산의 확대를 통해 이것이 불평등을 확대시킨 주원인이라고 평가하지만, 그러한 평가는 일면적이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의 경우 그의 데이터 상으로도 국민소득 대비 자산의 확대가 확실히 관찰되지만, 불평등의 정도가 미국만큼 확대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평등의 모든 메커니즘을 (세습된) 자산의 확대로서 이야기하기는 힘들다. 오히려 80년대 이후 확대된 불평등은 뒤메닐·레비의 연구에 의하면, 바로 (미국경제의 국제경제 내의 독특한 지위와 그로부터 기인하는 거시경제궤도와 함께 나타난) 금융의 성장 덕분이다. 그들은 금융을 자본 소유자의 소유권이 체현돼 있고, 그것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기관 및 제도로서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금융헤게모니에 의해 새롭게 구성된 사회질서가 바로 1950년대·60년대 사회민주주의적 타협 또는 케인스주의적 타협 이후 억압됐던 상위계층 소득이 1980년대 이후 회복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자본소득의 확대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피케티도 다루고 있는 것처럼 상위관리직 계층의 이른바 ‘고임금’의 확대가 불평등확대에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고임금은 상위관리직과 자본소유자를 포괄하는 상위계층 소득 증가의 주된 원천이다. 우리는 이러한 고임금의 갑작스러운 증가를 쉽게 관찰할 수 있으며, 이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신자유주의적 타협’ 또는 ‘상위 관리직-소유자의 인터페이스’ 자체를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사회민주주의적 타협과는 다른 민중계급을 배제하는 상위 계층의 고소득을 위한 금융헤게모니 하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사회질서이다.

정책적 결론
피케티의 이러한 광범위한 자산(또는 세습자산)의 변천에 대한 연구와 그를 통해 발생하는 불평등에 대한 연구는 ‘자본주의적 소유에 대한 비판’이며 이는 어떤 의미에서 한편에서는 마르크스주의적 의미(이른바 ‘자본주의적 소유의 기생성’)를 갖는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는 케인스주의적 의미(금리생활자 비판)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능력주의적’ 시각으로부터 발생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본주의적 소유에 대한 피케티의 비판은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을 가지고 있는 듯이 보이기도 하지만, 또한 그것은 케인스주의의 ‘금리생활자의 안락사’를 떠올리게 하며, 이는 뒤메닐·레비의 연구에 따르면 이는 또 다른 계급 요소인 ‘관리주의적’(cadriste) 시각이라 볼 수 있다.


피케티가 물론 최상위관리직(supermanager)에 대한 비판을 수행하고 있지만, 이 또한 능력주의적 시각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이러한 현대자본주의에서 관리주의적 과정을 자연스럽게 평가하거나 ‘민주주의’와 동일시(피케티는 자신의 저서 곳곳에서 ‘민주주의’와 ‘능력주의’를 동일시하고 있다)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뒤메닐·레비의 입장이다. 왜냐하면,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재 우리의 불평등은 단순히 자산불평등이라는 메커니즘에서 오는 불평등으로만 소급되지 않으며, 자본소유자와 상위관리지들 사이의 신자유주의적 타협을 통한 고임금 형성 또한 주된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사회 전반에 걸친 구상과 실행이라는 의미로 정당화되는 임금계서제를 정당화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자본주의적 소유의 기생성에 대한 비판뿐만 아니라 현대 세계 전반에 걸친 이른바 ‘관리주의적’ 경향에 대한 연구를 뒤메닐·레비는 촉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경제의 현 상황에서 피케티가 제안하는 자본주의적 소유에 대한 일정한 제한 또는 그보다 나아간 완전한 억압은 오히려 일부 실행 가능해 보인다. 그렇지 않다면 미국경제의 국제적 지위는 급격히 쇠퇴할 것이고, 2008년 위기를 발생시킨 원인들이 전혀 해소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우리가 그 이후에 맞이할 사회질서가 과연 이전에 타협으로부터 배제된 사회적 계층에 유리한 사회가 될 수 있을까.

김덕민 파리 제1대학 소르본경제연구소 박사과정
고려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파리 제1대학 박사과정에 있다. 뒤메닐의 ‘관리주의적 접근’을 통해 한국 경제를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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