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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하는 대학교육의 기본
다시 생각하는 대학교육의 기본
  • 민혜리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연구교수
  • 승인 2014.08.1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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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교수 칼럼

민혜리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연구교수
올봄부터 최근까지 전국 대학에 회오리가 몰아쳤다. 대학 특성화(CK) 사업과 학부교육 선도대학(ACE) 사업 선정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대학 특성화 사업은 2008년부터 시작됐던 대학 교육역량강화사업의 뒤를 잇는 사업이고, 학부교육 선도대학 사업은 이른바 ‘잘 가르치는 대학’ 선정 사업이다. 이 두 사업 모두 대학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연간 3천억 원 이상의 재정투자가 이뤄진 대표적인 정부예산 지원 사업으로, 그간 연구에 비해 다소 그 중요성을 평가받지 못했던 대학 학부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대학에서 ‘교수(Teaching)와 학습(Learning)’이라는 단어를 모든 대학 구성원이 기억하도록 만든 사업이다. 이미 이 사업들은 선정결과가 모두 발표돼, 많은 예산지원을 받게 될 대학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또 한 번의 계기를 부여받아 어떤 교육적 도전을 할지 고민 중일 것이고, 선정에서 탈락한 대학은 지금 같은 생존경쟁 가운데서 정부 재정사업의 도움 없이 어떻게 대학의 질을 높여 나갈지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14년 봄부터 모든 대학을 정신없게 했던 대학 특성화 사업과 에이스 사업의 선정결과를 기다리면서 그간 이뤄졌던 교육부와 각 대학의 교육에 대한 열정적인 투자가 과연 대학교육에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를 생각해보던 즈음에 의미 있게 다가온 연구물과 기사가 있었다. 이를 계기로 우리가 그간의 막대한 투자에 들떠 잊어버리고 있던, 아니 모두 잘 되고 있다고 믿고 있던 대학교육의 기본이 오히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됐다.

한 가지 계기는 대학교육의 초점을 교육에서 학습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물이다. 한국교육개발원에서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대학생 학습과정 실태 조사를 진행해 대학생의 학습을 분석해 왔다. 이 연구에 따르면 현재 전반적으로 학생들이 학습활동에 소극적이고, 교수-학생의 상호작용이 미흡해 적극적 수업참여를 유도하기 어려우며, 전공 관련 지식 배양은 잘되고 있으나 가치관, 윤리의식, 공동체 의식과 같은 역량은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다.

그간의 대학교육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과연 학생의 학습과정과 경험을 심화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간 지식은 학생의 학습활동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학생의 학습과정과 학습경험이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주장이 의미 있게 제기됐는데, 대학교육의 변화와 개선을 위해서는 학생의 학습에 더 초점을 맞추고 학생의 자기주도적인 학습활동과 경험을 확대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며, 이 부분에서 아직도 우리 대학들이 할 일이 많다는 문제제기가 될 것이다.

다른 계기는 수업에서 가장 기본적인 교실 환경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학생들 의견이다. 지난 4월 서울대 대학원생 총협의회는 학교건물 안전문제가 심각하다며, 학교 측에 정밀진단을 요구한바 있다(중앙일보 2014. 4.28). 학생들이 파악한 바로 여러 개 건물 벽에 금이 가거나 노후화 돼 건물안전에 위해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각 대학에서 100명 이상 수업을 듣는 이른바 ‘콩나물시루’ 강의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기사(중앙일보 2013. 4.28)가 눈에 띄었다. 기사에서 지적한 ‘콩나물시루’ 강의는 서울대, 연세대 등 수도권의 대규모 대학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나, 위와 같은 엄청난 재정지원이 이뤄지고 대학들이 교육 질 향상과 대학의 경쟁력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에서 노후 건물과 ‘콩나물시루’ 교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이 묘한 대비를 이뤄 변화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대학에서 공부하는 교실의 기본적 시설을 돌아보는 일, 학생들의 학습에 초점을 맞춰 어떤 학습성과를 내도록 할 것인지 연구하고 지원하는 일, 이 모든 것은 대학교육의 기본 중에 기본에 해당하는 것이다. 대학교육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진행되고, 스마트캠퍼스니 유비쿼터스 캠퍼스를 외치고 창의융합을 위한 혁신적 교육을 추진하는 사이에 교육의 기본인 교실과 학습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이런 거대한 투자에 휩쓸려버린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됐다. 가장 기본적 교육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교실환경 정비, 교수와 학생의 상호작용이 활발해질 수 있도록 시설과 인력을 지원하는 것이 교육경쟁력 강화의 튼튼한 기반이 될 것이란 생각으로 대학교육의 기본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민혜리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연구교수
이화여대 교육학과에서 박사를 했다. 2002년부터 7월부터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에서 교수법 강의와 수업 컨설팅, 대학교육 관련 연구 등을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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