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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교수 인터뷰-송병선 울산대 교수(중남미문학)
신임교수 인터뷰-송병선 울산대 교수(중남미문학)
  • 박나영 기자
  • 승인 2002.10.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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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를 업고 온 이유

“사람들은 내 책을 구입하지만 읽지는 않는다. 그런데 왜 내 책을 살까. 한참이 지난 후에야, 나는 내 책이 선물로만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았다”라고 탄식한 이는 보르헤스였던가. 국내 학계에 보르헤스하면 곧장 떠오르는 ‘연구통’이 있다면, 그는 단연코 ‘송병선’ 교수(44)다. 콜롬비아대 전임교수라는 ‘편한’ 자리를 마다하고 서울로 돌아온 것은 1993년 가을이었다. 보르헤스라는 낯선 ‘기호’를 들고 그는 국내 출판사 곳곳을 뒤지고 다니면서 ‘강사 생활’로 전국을 누비기 시작했다. 그렇게 9년을 보냈다.

미래가 보장돼 있고 연봉도 높은 남미 콜롬비아대에서의 전임교수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오기로 결심했을 때, 주변에서는 걱정의 눈빛을 보였다. 그러나 송 교수는 확고했다. “학자에게 경제적 여건보다 중요한 것은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학자의 모습을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학부에서 국문학을 공부하면서 학문에 눈뜬 내력 탓인지 이제는 국문학과 라틴 아메리카 문학을 함께 끌어안으면서 ‘세계 문학’을 다지겠다는 열망이 남다르다.

“제가 한국에서 돌아왔을 때 라틴 아메리카의 문학은 ‘제 3세계’ 문학이라는 이유로 소외돼 있는 상태였습니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이들의 문학을 제대로 알리는 일이었습니다”라고 회상하는 송 교수는 강사 생활 동안에도 번역 작업을 통해 국내에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위상을 소개하고, 수용하기 위해 애썼다. 흘린 땀의 결실인지, 이제는 라틴 아메리카 문학 관련 저서를 출판하기 위해 출판사들을 돌아다니며 ‘구걸’할 일도 없어졌고, 라틴 문학 소통층도 제법 형성되기 시작했다.

긴 시간을 에돌아 이제 ‘교수’라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편안하다’는 느낌이다. 생계비를 벌기 위해 잡일에 신경 쓸 필요도 없고, 자기만의 공간에서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다. 송 교수는 “지금까지 라틴 아메리카 문학을 국내에 소개하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부터는 우리가 무엇을 섭취할 수 있을지, 왜 섭취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리는 작업에 힘을 쏟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나영 기자 imnar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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