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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3호 새로나온 책
743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4.07.2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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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 교양의 시간
, 서은주 지음, 305쪽, 20,000원
교양의 정의가 무엇이든 인류가 이룩해온 지식과 지혜의 기록이 책이라고 하다면 교양으로 통하는 근본적인 길은 ‘책읽기’라는 게 저자의 핵심 생각이다. 근대적 독서물로서 구성된 고전 혹은 정전의 중심에는 항상 문학이 있었다. 근대 시기 문학과 교양은 동반관계 속에서 함께 권위를 누렸다. 시공을 초월해 ‘보편성’을 실어 나르기에 유용한 대중적 매체가 바로 문학이었고, 교양을 체득할 수 있는 값싸고 풍부한 자원이 또한 문학이었다. 그러나 식민지와 분단을 거친 한국사회에서 그 ‘보편성’은 선택과 배제를 거쳐 번역된 것이거나 이념적으로 통제된 것이었다. 이 책의 문제의식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 미국 라티노의 역사, 후안 곤잘레스 지음, 이은아·최해성·서은희 옮김, 그린비, 592쪽, 27,000원
이 책의 원제는 ‘Harvest of Empire(제국의 수확)’이다. 즉, 미국이 제국주의적 확장 정책을 펼치면서 얻게 된, 원치 않았던 ‘수확물’인 라티노 이주민의 기원과 역사, 현재와 미래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16세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라티노 공동체의 역사를 다룬 통사의 성격뿐만 아니라 미국의 제국주의적 성격을 부각시킨다는 점에서 작가의 비판적 관점도 두드러진다.그 자신이 푸에르토리코 이민자 1.5세인 이 책의 저자는 뉴욕 <데일리 뉴스>지의 칼럼니스트로, 언론인답게 간결하고 명료한 문체를 사용해 일반 독자가 ‘라티노’의 역사와 현재를 충분히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서술하고 있다.

■ 미국의 고등교육, 소스타인 베블런 지음, 홍훈·박종현 옮김, 길, 340쪽, 25,000원
이 책은 과시적 본능이 지배하던 대학 사회에서 제작 본능과 한가로운 호기심에 부응해 학문에만 전념했던 어느 ‘이방인’이 예순에 이르러 그동안의 경험을 자양분 삼아 적어낸 일종의 참여관찰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기업화나 직업 교육은 물론 학부나 교양 교육의 확대, 시민정신의 고양과 같이 대학의 책무로 간주되는 것들에 대해서도 대단히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하는데, 이는 대학의 본질적 속성과 제도적·관습적 기능을 구분한 위에 대학의 발생과 진화를 역사적으로 해명하려는 베블런 고유의 방법론에서 비롯된 것이다.

■ 스펙터클의 사회, 기 드보르 지음, 유재홍 옮김, 울력, 224쪽, 13,000원
1차 세계대전 직후, 루카치로 대표되는 몇몇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소외 개념을 전면에 부각시킨다. 그동안 이 개념은 계급투쟁이라는 우선순위에 떠밀려 자본주의 발전 과정의 부대 현상으로 취급돼 왔었다. 물론 이 개념을 둘러싼 논쟁은 이론적으로만 머물렀지만, 거기에서 도출된 하나의 결론을 드보르가 계승한다. 그것은 독립적이 된 경제 발전은 그 변이 형태가 어떤 것이든 관계없이 총체적 삶의 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드보르는 이 책에서 마르크스와 루카치의 논증을 바탕으로 풍요가 엄습하는 20세기의 서유럽에서 탄생하고 있는 상품 물신의 새로운 형태인 ‘스펙타클’을 개념화하고 그것에 대한 자각을 요청하고 있다.


■ 신자유주의의 위기: 자본의 반격 그 이후, 제라르 뒤메닐·도니미크 레비 지음, 김덕민 옮김, 후마니타스, 496쪽, 25,000원
저자들은 신자유주의를 1970년대의 구조적 위기의 결과로 출현한 새로운 국면의 자본주의로 파악하고 있다. 2008년 위기가 발생한 직후에 쓰여진 이 책에서 저자들은 각종 데이터를 통해 위기의 원인과 전개 과정을 추적하며, 그에 따른 결과와 단기적 예측을 하고 있다. 저자들이 진단하는 위기의 원인은 ‘고소득 추구’, ‘세계화’, ‘금융화’라는 신자유주의적 양상과, ‘자본축적의 감소’, ‘무역 적자’, ‘부채의 증가’라는 미국 경제의 거시적 궤도가 결합된 것이다. 이들의 논의에는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Le Capital au XXIe siecle)’과 비교해 볼 수 있는 대목도 엿보인다.

■ 위안부를 둘러싼 기억의 정치학: 다시 쓰는 『내셔널리즘과 젠더』, 우에노 지즈코 지음, 이선이 옮김, 현실문화, 326쪽, 18,000원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지금, 일본으로부터 또 한 권의 책이 도착했다. 이 책의 저자 우에노 지즈코는 199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책임지지 않으려는 일본인’, ‘무책임한 페미니스트’, ‘국민기금 찬동자’라는 오명에 견디며, 답하며, 싸워왔고, 이 한 권의 책에 그동안의 논란을 담았다. 이 책은 초판 『내셔널리즘과 젠더』(세이도샤, 1998)를 대폭 개정하고 증보한 『내셔널리즘과 젠더』(이와나미쇼텐, 2012)의 한국어판이다. 1990년대부터 시작되어 일본과 한국 사회를 뜨겁게 만든 논란들 하나하나에 저자가 답한 것이자 『내셔널리즘과 젠더』의 출간이라는 사건과 그 후 논란을 집대성한 것으로서,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현재의 ‘위안부’ 문제의 핵심과 본질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 저항하는 섬, 오끼나와: 미국과 일본에 맞선 70년간의 기록, 개번 매코맥·노리마쯔 사또코 지음, 정영신 옮김, 창비, 544쪽, 28,000원
이 책은 15세기부터 번성하는 해상왕국이었던 류우뀨우(流球)왕국의 역사에서 시작해 2차대전 이후 미국의 군사점령을 겪고 일본에 ‘반환’ 됐지만 여전히 일본과 미국의 전략적 군사기지로 사용되고 있는 현재까지의 오끼나와 역사를 총정리한다. 일본의 어두운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일본 현대사 교양서인 셈이다. 미일동맹의 패권주의적 팽창과 오끼나와 저항운동의 역사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이 책은, 동북아시아의 지역질서를 알고자 하는 이들과 평화운동에 관심이 있는 독자 모두에게 주요한 참고 서적이 될 것이다.

■ 젠더 몸 미술: 여성주의 미술로 몸 바라보기, 정윤희 지음, 알렙, 380쪽, 18,000원
저자는 여성주의 미술을 ‘다르게’, ‘거슬러’, ‘다시’ 읽고 분석한다. 기존의 여성주의 미술 관련 서적과 달리, 이 책에서는 인문학적 관점으로 여성주의 미술을 달리 볼 것을 제안한다. ‘다르게’ 읽는다는 것은 여성주의 미술을 핵심 주제별로 접근한다는 말이다. 여성주의 미술 관련 서적들은 대개 여성 작가들의 작품들을 개괄하거나 여성주의 미술을 그 발전 단계에 따라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이론에 대한 정리나, 계보에 따른 서술을 최대한 지양한다. 그러한 까닭에 저자의 주제별 접근은 선행 연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을 메워주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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