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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 : 정년퇴임하면서 신임교수 된 노현모 교수(인제대)
화제의 인물 : 정년퇴임하면서 신임교수 된 노현모 교수(인제대)
  • 박나영 기자
  • 승인 2002.10.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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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12 10:49:13

노교수의 이마에 새겨진 주름이 아름다운 것은 그 속에 스민 연구와 교육에 대한 열정 때문일 것이다.

나이가 들고 입지가 굳어질수록 연구보다는 ‘다른’ 곳에 관심을 쏟는 교수들이 늘 있게 마련이지만, 학문에 대한 애정을 떨치지 못해 정년퇴임하자마자 다른 대학에 ‘신임교수’로 임용돼 연구인생을 이어나가려는 노현모 인제대 교수(65·사진)는 색다른 향기를 감출 수 없다.

미 세인트루이스대 분자바이러스 연구원, 미 국립 암 연구소 등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다 1980년 서울대 자연대학으로 옮겨온 이후 어느덧 22년 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노 교수는 변함없이 ‘연구’라는 한 우물만을 파온 셈이다.

석영재 서울대 교수(분자생물학)는 이런 노 교수를 두고 ‘시류를 좇지 않는 외곬수 학자’라고 표현한다.

노 교수에게 강의를 들은 적도 있다는 석 교수는 “선생님은 말 그대로 ‘좋은 학자’이십니다.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는 그 진행 속도가 느린 것 같지만, 어느 한계점을 넘어서면 다른 누구도 할 수 없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해낼 수 있었던 분이죠”라고 회상했다.

정성 들인 노력이 성과로 이어졌다. 노현모 교수는 ‘유해산소제거 효소’ 연구로 지난 9월 17일 학술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노 교수는 “어찌어찌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나보다 훌륭한 연구를 하고 있는 교수들이 많은데, 너무 당황스럽다”며 겸양의 기색을 비쳤지만, ‘생명과학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손꼽힌다’는 것이 학계의 평가다.

실제로 노 교수는 “떠날 때는 말없이 가야 한다”며 그동안 어느 매체와도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고, “떠나는 사람이 남는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면 안된다”며 정년퇴임식은 물론이고 같은 과 동료 교수들과의 조촐한 식사조차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석 인제대 교무처장(임상병리학과)은 “퇴임과 동시에 신임 교수에 지원한 것은 ‘정년’을 끝이나 시작이 아닌 ‘중간지점’으로 여기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연구에 대한 집념이 누구보다도 강해 학계에서는 ‘스타’ 교수인 노 교수님을 인제대에 모시게 된 것이 자랑스럽다”라고 덧붙인다.

노 교수는 인제대 인당분자생물학연구소에서 연구를 진행하며, 내년부터는 생명공학부와 대학원에서 1주일에 1~2시간 강의도 맡을 예정이다.

박나영 기자 imnar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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