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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강의를 만드는 아홉 가지 비법
좋은 강의를 만드는 아홉 가지 비법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4.07.15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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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 『대학교수 13인의 명강의』 한국교육개발원 편|학지사|415쪽|16,000원

도대체 ‘名講義’란 어떤 것일까. 대학 강단에서 진행되는 강의는 태생적으로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좋은 강의의 기준이나, 어떻게 하면 좋은 강의가 되는지 그 방법론도 교수들마다 다르다. 한국교육개발원(원장 백순근)이 최근 펴낸 『대학교수 13명의 명강의』는, 교육이 그 어느때보다 강조되고 있는 지금, 강의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는 교수들이라면 솔깃할 책이 틀림없다. 이 책의 탄생 배경도 흥미롭다. 한국교육개발원과 SBS문화재단,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미래 인재 양성에 있어서 대학교육, 특히 대학 강의가 갖는 중요성과 비전에 주목해 ‘명강의’를 발굴, 확산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해 2012년부터 10년간 대학의 명강의 100개를 발굴하는 장기 프로젝트를 추진해 선정된 강의는 다큐로 제작 방송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2011년과 2012년에 ‘명강의’를 펼친 13명의 교수들을 선정·발표해 그 결과를 묶어낸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백순근 한국교육개발원 원장은 “‘명강의’ 사례를 발굴하기 위해 SBS 문화재단의 후원으로 한국교육개발원이 수행한 ‘명강의 모델 개발 및 사례 발굴 연구’는 기존에 수행됐던 국내외 교수-학습 관련 이론 및 연구의 분석과 전문가의 의견수렴 등을 통해 선정 영역과 지표를 설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각적이고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쳐 교수님들의 좋은 강의가 선정됐다”라고 밝혔다. 백 원장은 또 “좋은 강의란 무엇인가 혹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에 소개되는 교수님들과 그들의 강의는 저마다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학자로서의 전문성과 열정을 가지고 학생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더 좋은 강의, 더 나은 교육을 지향하고 있고 또 하고 있다는 면에서 ‘명강의’라는 타이틀에 부합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들이 꼽은 13명의 명강의 교수들은 누굴까. 생각의 힘을 키우는 강의(박승찬 가톨릭대 교수의 ‘중세철학사’), 인문학과 과학을 아우르는 통섭의 강의(김희준 서울대 교수의 ‘자연과학의 세계’), 여성학의 마이클 샌델 강의(정지영 이화여대 교수의 ‘여성학’), 기자처럼 확인하고 분석하는 경영학 강의(표민찬 서울시립대 교수의 ‘국제비교경영’), 13개의 서로 다른 전공이 참여한 다학제 간 협동 프로젝트 강의(조정원 제주대 교수의 ‘에듀워터’), 한 학기간의 가상 연애와 결혼생활 강의(장재숙 동국대 교수의 ‘결혼과 가족’), 엄마가 딸에게 추천하는 인생 강의(이명학 성균관대 교수의 ‘한자와 한문의 세계’), 학생과 共鳴하는 강의(권순복 부산대 교수의 ‘일반음성학’), 인문학적 체험의 식물학 강의(최성화 서울대 교수의 ‘식물과 생활’), 주의집중 전략이 가득한 강의(김찬주 이화여대 교수의 ‘현대물리학과 인간사고의 변혁’), 사례를 활용해 참여하고 소통하는 강의(김철중 홍익대 교수의 ‘재무관리’), 액션러닝으로 배우는 조직행동론 강의(고수일 전북대 교수의 ‘조직행동론’), 집단 지성이 모이는 온라인 강의(이우성 성균관대 교수의 ‘생명의 과학’) 등이다.


100대 강의로 선정된 13명의 교수들의 강의는 각자 교과목의 특성, 교수자의 특성 및 교육에 대한 가치관 등에 따라 다른 방법과 전략을 활용하고 있지만, 이들의 강의를 들여다보면 좋은 강의가 가져야 하는 중요한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13명의 교수들의 강의를 소개하는 글 속에는 강의의 특징을 잘 표현한 소제목들이 있다. 그 소제목들을 유사한 것끼리 분류해 정리하면 좋은 강의가 가져야 할 아홉 가지 중요한 특징이 도출된다. 즉, 철저히 준비된 강의, 학생의 질문 역량을 키워 주는 강의, 학생의 사고 역량을 키워 주는 강의, 다양한 상호작용이 이뤄지는 강의, 다양한 자료를 활용하는 강의, 온라인 공간을 지혜롭게 활용하는 강의, 성장을 돕는 팀 과제가 있는 강의, 학습을 돕는 평가가 이뤄지는 강의, 참스승을 만나는 강의다.


어떤 내용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강의를 준비하는 교수들의 공통된 고민이고 질문이다. 한여러 대학의 강의계획서를 살펴본 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진이 내린 결론은 ‘강의계획서가 너무나 성의 없이 작성됐다’는 것. 좋은 강의는 대부분 교수자의 오랜 고민과 계획의 흔적이 담긴 성의 있는 강의 계획서를 가지고 있다는 게 이들의 결론이다.


좋은 강의의 두 번째 요소인 학생의 질문 역량을 키워 주는 강의는 많은 이들이 공감할만한 부분이다. 과거 강의실 풍경은, 권위 있는 교수님이 나지막한 소리로 강독하거나, 칠판 귀퉁이에 빼곡하게 알아보기 힘들게 판서하는 게 많았다. 학생의 질문 역량을 키워준다는 것은 염두에 두지 않았던 광경이다.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이 누구나 질문할 수 있고, 좋은 질문을 할 수 있고, 다른 학생의 질문에 또 다른 학생이 답변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질문을 해도 허용하는 분위기를 형성하고(정지영 교수), 오늘 강의에서 다룰 내용(사례)을 미리 공부해 질문을 준비해 오게 하고(김철중 교수), 그리고 학생이 주도적으로 토론을 이끌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박승찬 교수)이 중요하다는 게 명강의 교수들의 대답이었다.


다양한 상호작용이 이뤄지는 강의는 조금 설명이 필요하다. 질문과 답변이 많은 게 아니냐고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호작용은 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교수와 학생, 학생과 학생, 학생과 교육 내용 간의 상호작용을 떠올릴 수 있다. 역동적인 강의는 이러한 상호작용이 활발하게 전개될 때 가능하다는 게 교수들의 답이다. 학생의 의견에 충분히 교감해 주고(박승찬 교수), 철학적 질문에 대해 과학적인 내용으로 답변하고(김희준 교수), 학습 내용을 시로 표현해 시에 대해 교수와 학생들이 의견을 이야기하고(권순복 교수), 개방적이고 중립적인 질문으로 학생들의 의견을 이끌어 내는(고수일 교수) 강의는 다양한 색깔의 상호작용이 이뤄지는 강의라 할 수 있다.


좋은 강의를 구성하는 ‘다양한 자료 활용’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자칫 자료에 치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접근하기 쉽고 익숙한 소재(김희준, 이명학 교수), 다양한 사례(표민찬 교수), 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자료(권순복 교수),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는 자료(최성화, 김찬주 교수), 심화 학습이 이뤄질 수 있는 자료(김희준 교수), 그리고 감동을 주는 자료(이명학 교수)를 활용한다면 학생의 이해를 돕고 다양한 활동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학교수 13인의 명강의』는 첫 단계로 13인의 명강의를 소개했지만, 이후 100개 명강의로 확대된다면 이 과정에서 대학교육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성장과 감동, 그리고 지식의 전이와 실천이 만들어가는 ‘명강의’가 어떻게 이어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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