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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 교육철학자로 살아온 35년
[원로칼럼] 교육철학자로 살아온 35년
  • 강승규 우석대 명예교수·교육철학
  • 승인 2014.07.1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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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우석대 명예교수·교육철학
35년 전 교수로서 삶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꿈은 대단했다. 첫째는 민족과 국가를 위해서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일에 지성인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잊지 않았다. 둘째는 내가 몸담고 있는 대학의 학생들이 실력을 갖춰 사회의 큰 일꾼이 되도록 키워야 한다는 사명이었다. 셋째는 그러기 위해서 내가 누구 못지않게 일등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목표였다. 정년 후 돌아보면 많이 부족한 삶이었다. 아직도 진행형이지만, 이에 관해서 짤막하게 써본다.

첫째,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으나 처음의 포부에 비하면 매우 미미하다. 그러나 이에 관해서 관심을 끄지 않고 있다는 것만으로 다행스런 일이라고 위로하고 산다. 좋은 사회란 소외된 사람 없이 모두가 자신의 일에 보람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다. 증오와 대결에서 평화와 사랑의 관계로 바꿔야 한다. 우리에게 가장 큰 불행은 지역 간 계층 간의 편향된 안목, 그리고 분단과 양극화다. 이를 극복해 평화와 화합의 삶이 일상화된 성숙한 사회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되도록 지성인의 한 사람으로서 역할을 지속하고 싶다.

둘째, 젊은 교수 시절 나는 학생들 사이에 엄격하고 학점이 짠 사람으로 소문나 있었다. 비포장길에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추운 겨울방학에도 학생들을 연구실로 모이게 해 스터디를 했는데, 학생들 가운데 몇 명이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또 좋은 직장에 자리를 잡았다. 지금도 교류가 있으나, 이들에게 만족스러운 뒷바라지를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우리 사회의 큰 적폐인 학벌주의로 인해 학생들이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내세우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수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한 인간으로서 ‘사람 가치’를 스스럼없이 표현할 수 있고 또 그것을 소중하게 여기고 활기찬 삶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커가도록 돕는 일이 나에게 가장 큰 과제로 다가왔다.

교육철학자로서 나에게는 능력에 앞서 ‘사람의 가치’를 소중하게 존중하는 삶보다 더 중요한 게 없었다. 정년을 앞두고 10여년 넘게 한 ‘자존감 강의’는 학생들에게 삶을 새롭게 전환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특히 대학 신입생들에게 이 강연은 생의 전환점을 만들어 준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큰 보람이었다. 지금은 교사 연수와 학부모 교육에서 이에 관한 강연을 하고 있는데, 나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만이 남을 진심으로 존중하는 상생의 삶을 만들어 갈 수 있다. 그러나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 학교와 사회는 아직 이것과 크게 멀다. 능력에 앞서 ‘사람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일은 나에게 늘 숙제다.

셋째, 나의 실력을 쌓는 일은, 정년 때까지 매년 논문 한 편 이상을 학술지에 싣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으나 지나 놓고 보니 많이 부족한 실력이고 자랑할 것이 없어 보인다. 교수로서 출발 당시에는 세상을 크게 뒤흔들어 놓을 뭔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꿈이 있었는데….

한 가지 덧붙이자면, 대학의 현안 과제인 구조조정에 관한 것인데, 대학의 백화점식 학과 편제는 아예 큰 잘못이었다. 우선 규모가 큰 대학은 학부를 대폭 감축해 대학원 중심으로 전환하고, 부실대학은 국가가 흡수해야 한다. 그리고 나머지 대학은 시간이 걸리겠으나 살아 남기 위한 개편을 자율적으로 강구하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는, 어려운 일이겠으나, 교수들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학문 연마와 실용이 조화를 이룬 새로운 안목으로 학생들의 진로와 학부모의 처지를 고민하고 배려한 개편이 과감하게 추진돼야 한다.

강승규 우석대 명예교수·교육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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