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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 공동체의 인위적 개입 없이는 사회학 교육 미래 보장할 수 없다”
“학문 공동체의 인위적 개입 없이는 사회학 교육 미래 보장할 수 없다”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4.07.08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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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_ 불안의 시대, 사회학 길을 찾아나선 2014 전기사회학대회

 
대학원생이 있는 연구중심대학이 아닌 대학은 대부분 과중한 업무, 지나친경쟁제도 속에서 장기적 안목에서의 자기 성찰과 미래전망을 세우기에는 시간과 정신력에서 과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사회학 내부의 문제이면서동시에 사회학 정체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지난달 20일부터 이틀간 대전 KAIST 인문사회과학동에서 진행된 2014 전기사회학대회의 주제는 ‘불안의 시대, 사회학 길을 찾다’였다. 이 주제는 두 가지 의미를 함축한다. 하나는 사회학계가 작금의 시간을 ‘불안의 시대’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그렇기 때문에 사회학이 어떤 ‘길’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학문적 책무성이다.


학술대회 이튿날 이재열 서울대 교수(사회학)의 기조발표 「세월호 침몰로 본 한국사회」를 비롯해 이재은 충북대 교수(행정학과)의 「국가위기관리체계의 문제와 관료사회 부패문제」, 차명제 한일장신대 교수(NGO정책대학원)의 「세월호 참사는 한국적 홀로코스트의 전형인가?」, 홍찬숙 서울대 여성연구소 연구원의 「세월호 참사를 통해 관찰되는 한국사회의 구조변동」, 송해룡 성균관대 교수(신문방송학과)의 「한국사회의 사회적 색맹과 위험커뮤니케이션: 세월호 재난에서 본 心不在 社會」, 최윤경 계명대 교수(심리학과)의 「집단 트라우마와 마음의 치유」, 이영희 가톨릭대 교수(사회학과)의 「재난에 대한 사회적 대응: ‘재난관리’에서 ‘재난거버넌스’로」 등이 발표된 ‘세월호 특별집담회’가 이를 방증한다. 사회학계 외에도 인접 학문 분야 연구자들이 머리를 맞댄 것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이영희 교수가 제안한 ‘재난거버넌스 패러다임’은 좀 더 음미돼도 좋을 것 같다. 이 교수는 “재난거버넌스 패러다임은 기본적으로 민주적 결손(democratic deficit)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전문가주의와 엘리트주의에 기반한 재난관리 패러다임에 비해 재난 예방 및 대응에 있어 민주주의의 가치를 증진시킬 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사회구성원들의 시민적 지식(lay knowledge)과 경험을 소중한 사회적 자산으로 존중하고 활용함으로써 재난에 대한 사회적 대응력과 복원력 향상에도 크게 이바지 할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학문이 자신과 긴밀하게 연관된 현실과 시대정신을 깊이 응시하고,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는 것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점에서 전기사회학대회가 ‘세월호 참사’를 사회적 재난의 관점에서 성찰하고자 시도한 것은 기억할 만한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또 하나 눈여겨 볼 대목은 사회학계의 고민과 성찰이 묻어나는 지점인 ‘사회학 교육’이다. ‘플래너리 세션2’로 마련된 ‘사회학 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에는 이은진 경남대 교수(사회학과)의 기조발표 「21세기 사회학과 사회학 교육의 새로운 전망」에 이어 김재우 전북대 교수(사회학과)와 이선미 서울여대 교수(교양학부)의 「2014년도 전국 사회학과 학부생 설문조사 결과 분석」 이 이어졌다. 그러나 학회측은 이 설문조사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은진 경남대 교수의 발표문을 요약했다.


전국적으로 사회학과가 감소 현상을 보이고 있다. 즉 39개에서 2개가 폐과해 37개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감소의 징후는 이미 학부제 도입에서 드러난 바 있다. 현재 학부생의 숫자도 이미 학교의 사회학 단위당 소수로 줄어들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사회학과의 이름으로 유지되는 사회학 교육단위에서도 사회복지의 영역이 넓어지고, 이에 대한 갈등과 영역다툼의 열세가 드러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대중적으로나 사회적인 현상으로서는 사회의 귀환과 번성이라는 양상을 보여줄 만큼 대중적 수요나 정책적 수요, 타학문에서의 기초학문으로서의 사회학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 학부 교육의 열세와 사회적 수요의 확대라는 이 모순적 상황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현재 사회학의 위기를 보는 시각은 크게 새로운 사회현상의 등장, 이에 대한 해석이나 시각 제공의 실패, 포괄적 의미의 사회학적 대안지시의 실패로 여기는 부류와 이와 반대로 사회학적 시각은 견고한데, 교육이나 대중적 확산의 실패로 여기는 부류로 나눠지는 것 같다. 사회학계의 분위기는 아마도 후자가 반 이상이 되는 것 같다. 따라서 후자의 입장에 따르면, 대중적 사회학으로의 세련화나 포장, 화장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들 말한다. 아니면 사회학 학문공동체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의 실패로 규정한다.


현재의 상황에서 사회학 교육이 인위적 학문공동체의 개입 없이 미래가 보장될 수 있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사회학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수·강사의 자질이나 사회적 인센티브 조건을 살펴보면 매우 부정적인 상황이라는 점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개개 교수들이 대학에서 처한 상황은 개인들의 연구 부담, 졸업생 취업 부담, 사회적 수요 대응으로 매우 과중한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대학원생이 있는 연구중심대학이 아닌 대학은 대부분 과중한 업무, 지나친 경쟁제도 속에서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자기 성찰과 미래전망을 세우기에는 시간과 정신력에서 과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사회학 내부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사회학 정체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여기에 대학원 진학생의 감소, 전임이 아닌 교수진의 증가, 강사의 처우 불안정이 겹치면서 학문 공동체는 내부적인 분열과 잠재적인 적대감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우리와 비슷한 업무 부담에 치이고 있는 일본의 경우에는 융합적인 학부 운영체 속에서 사회학이 존속하거나, 아니면 사회학 응용적 학부 교육분야를 설정해 직업학문적 성격을 가속화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의 사회학 교수들은 3~4학년의 세미나 제도를 통해 사실상 도제 시스템을 운영하고, 교수는 제자들의 취업까지 책임지는 제도로 가고 있다. 이 역시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일단 일본 사회학회는 매년(정확치는 않지만, 3년마다?) 대학에서의 사회학 교육에 대한 학회 차원의 평가를 시행하고 있고, 언론에서도 학문 분야별 소개 잡지를 발간하는데 사회학 분야도 중요한 분야로 다루고 있어, 사회학의 대중화는 상당한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의 경우에는 사회학회 차원에서 교육과정, 핵심적 교육후 역량, 교육후 진로 등에 대한 소개 자료를 자세하고 수준과 규모에 맞게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인 상황을 보면, 특이하게 미국의 사회학 졸업자들이 적합한 직업을 구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비슷한 규모와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대학의 사회학 졸업자를 보면, 우리의 경우와 조금 나은 취업을 보여준다는 정도이지, 완전히 차별적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미국의 사회학이 기초학문적 성격을 지니고 있고, 직업 학문영역이 대학 내의 특수대학원 형태로 존재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다지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대중성을 강화하기 위해 공공사회학을 강조하고, 대중에 어필하는 사회학 서적의 저자에게 상을 수여하는 등의 노력을 많이 하고는 있지만, 그것이 취업 기회를 증대시키는 정도까지 나아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중국은 오히려 이제 정책학문적 성격이 싹트기 시작해 국가가 본격적으로 활용하는 시기로 보인다. 매년 열리는 학술대회 규모나 발표 논문 수, 발표 논문의 질적 수준을 보면, 매년 향상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국가의 수요에 따른 것이 대부분이고, 사회조사의 형태가 대부분이라서, 아직은 시민사회나 시장 수요의 대응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이는 러시아나 베트남과 같이 국가 사회주의 체제에서 시장자본주의 체제로 전환하고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국가의 시장체제로의 적응에서 사회학적 수요가 늘고 있다.


미래의 사회학적 수요의 증가를 예상하는 것은 사회적 갈등의 증대, 사회적 공동체의 와해, 시장 영역에서의 사회공학적 수요의 증가(시장의 세분화, 투자의 손실 위험이 사회적 요인에 의한 것이 늘어난점), 문화적 상징적 영역의 중요성, 가상공간의 분석, 국가의 사회정책적 수요, 인구학적 변화, 인공지능적 기기의 보편화에 따른 인간 사회의 변화, 자연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는 사회체제 등의 요인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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