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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안보와 여성학자
국방안보와 여성학자
  • 윤지원 평택대ㆍ 외교안보전공
  • 승인 2014.07.07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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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교수 칼럼_ 윤지원 평택대ㆍ 외교안보전공

윤지원 평택대· 외교안보 전공
국방안보 연구는 남성학자들의 전유물처럼 생각하던 적이 있었다. 2000년대 초반 필자가 처음 학계활동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국방안보를 연구하는 여성학자는 그다지 많지 않아서 말 그대로 ‘홍일점’이었다. 남성중심의 사회구조도 문제였지만, 여성과 국방안보 연구는 맞지 않는다는 편견 또한 적지 않게 존재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국방안보를 전공하는 여성학자도 확대되고 있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바람직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한편에서는 여전히 남성편향의 정책적ㆍ문화적 경향은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 여성학자들 또한 이 분야를 기피하는 경향도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여성학자들이 국방안보 연구에 참여할 경우, 남성학자들과는 다른 차원에서 적지 않은 이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여성학자의 관점에서 다양한 안보현장을 방문해 국방안보를 좀 더 객관화해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국방부와 해군 및 해병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2006년 이라크 자이툰 부대에 이어 2012년 아프가니스탄의 오쉬노 부대, 아랍에미리트의 아크부대, 바레인의 청해부대를 방문했다. 40도가 웃도는 머나먼 분쟁지역과 비분쟁지역에서 평화와 재건에 주력하고, 현지인들에게 삶의 희망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는 장병들의 모습은 대견했고 자랑스러웠다.

또 백령도, 연평도, 독도 등 최근 포항 한미해병대 연합상륙작전 견학에 이르기까지 남성학자들과 달리 군복무 경험이 없기 때문에 다양한 안보현장 체험은 군을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 또 신문기고나 방송 등을 통해 장병들의 입장을 대변하도록 애쓰고 있고, 군부대에서의 안보특강 요청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열심히 임하고 있다. 필자의 경험을 ‘외교안보 미디어’ 강의 시간에 적절하게 활용 중인데, 특히 여대생들은 군에 대한 편견을 줄이고 안보의식을 고취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는 강의 후문을 남기곤 한다.

이런 모성애의 관점에서 군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도록 노력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최근 군부대의 총기사건을 포함해 계속 발생하고 있는 크고 작은 사고 때문에 아들을 군에 보낸 어머니들의 마음이 더욱 애가 탄다. 많은 아버지들이 볼 때 예전보다는 병영 문화 개선을 통해 군이 많이 ‘편해’ 졌다고 말하지만, 여성들, 특히 어머니의 입장에서 볼 때 군은 여전히 위험하고 불확실한 조직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이런 시기에는 어머니들의 군과 군대에 대한 이해가 중요할 것이다. 군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충성을 다하며, 국토를 방위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함을 그 사명으로 하는 조직체’인 것이다. 군대는 군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인 집단으로 국가가 부여한 중요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각자가 목숨을 바쳐 적과 싸워야하는데, 목숨을 아끼지 않는 ‘충성심과 용기’는 군인 개개인의 애국심과 사기에서 나오는 것이다.

한국 어머니들처럼 교육열이 강한 이스라엘 어머니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도 배워야 할 점이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남녀 모두 17세부터 입대 준비를 한다. 남성은 3년, 여성은 2년간 현역 의무복무를 한다. 중요한 것은 군 입대를 준비할 때부터 이스라엘 어머니들은 자녀들에게 ‘독립심’을 강조한다. 어차피 가야할 군대라면 적극적으로 자기주도식 서바이벌 정신을 찾으라고 가르친다. 이런 강한 모성애가 군 생활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가고 싶고, 보내고 싶은’ 군대 문화 조성을 위해 우리 어머니들의 군에 대한 신뢰와 긍정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도 군의 현실과 한계점을 직시하면서 새로운 병영문화 조성을 위해 군 정책담당자나 학계에서 여성학자들의 기여와 참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더 나아가 여성학자들의 국방안보 연구를 지원할 수 있는 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윤지원 평택대ㆍ 외교안보전공
‘코리아 리포트’, ‘통일콘서트공감’ 등 라디오와 TV프로그램 진행을 맡았다. 저서로 『글로벌 시대 한국과 국제협력』등이 있다. 이화여대를 나와 영국 글라스고대에서 박사를 했다. 한국정치학회와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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