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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운명을 결정하는 鑑定의 진정한 의미
작품의 운명을 결정하는 鑑定의 진정한 의미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4.07.03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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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어떻게 僞作을 가려낼까

 
최병식 경희대 교수는 미술평론, 미술관·박물관 경영, 미술품 감정 분야에서 오래 연구해온 전문가다. 일찍이 「한국 미술품 감정 중장기 진흥 방안」 책임연구자를 지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최근 『미술품감정학: 진위·가격 감정과 위작의 세계』(동문선, 437쪽, 48,000원)를 펴냈다. 20여 년 전 한국화랑협회 미술품감정위원회에서 감정가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그의 눈과 머리, 가슴을 가득 채웠던 문제의식을 집약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이 감정가로 첫발을 디딘 이후 마주친 세계를 이렇게 말한다. “한국의 기라성 같은 대가들의 작품들이 진위 시비에 몸살을 앓을 때 어떤 해답도 명확히 제시하기 어려웠다. 미술계는 난타전이 일쑤였고, ‘鑑定’ 아닌 ‘感情’으로 치달아 ‘미제’로 남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 책은 미술품감정학으로서 학문과 상식에서 공통적으로 알아야 할 핵심적인 개념과 요소들을 중심으로 했다. 미술품 감정의 개념과 시스템에서부터 용어, 감정기구, 미술품 감정의 실제, 위작 수법과 주요 사건 등을 다양한 도판을 활용해 쉽게 정리해냈다.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만났을 때, 그것이 진품인지 위작인지 일반인들이 알아채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최 교수의 『미술품감정학』을 활용한다면, 비록 비전문가라 할지라도 몇 가지 사항을 체크하고 오래 내공을 쌓아간다면, 속수무책 위작에 낭패 당하는 일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 교수가 말하는 ‘유형별 위작 수법 및 감정’을 따라가 본다
.    사진 동문선

진본의 모사 위작을 제작하려는 작가의 진본 한 점을 놓고 그대로 모사하는 방법이다. 복제 위조(Direct Copy Forgery)라고도 하며, 위작을 제작하는 데 가장 초보적이고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실제 작품을 보고 할 수 없는 경우는 인쇄품만 보고 모사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상당한 수준의 묘사력을 지니고 있지만, 연대가 오래될수록 화면 연출이나 재료의 준비·기법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종이나 캔버스·물감·액자 등이 당시의 것으로 보여야 하기 때문에 화학적인 반응을 일으키거나 커피·음료 등을 이용하고, 땅속에 파묻거나 물속에 담가두는 등 다양한 수업을 구사한다. 그 가운데 종이나 은박지·레이션 박스 등은 아예 당시의 재료를 구해 진본과 동일한 재료를 사용하기도 하며, 한국화의 경우 1960~70년대에는 유산지를 활용한 밑그림 수법을 많이 사용했다. 유산지는 기름을 먹인 습자지와 같은 것으로, 진본 위에 올려놓고 투명하게 비치는 아래의 그림을 같은 크기로 옮김 다음 다시 위작으로 옮기는 수업이었다. 이후 기자재의 발달로 위작 수업이 다양하게 진화했다. 슬라이드를 촬영한 후 이를 그대로 스크린에 비추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했고, 최근 들어 서는 빔 프로젝트를 사용하면서 훨씬 정교한 모작을 제작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분명한 모델이 있는 경우 이 수법의 공통점은 모델이 된 대상 작품이 있으며, 그 중 상당 작품이 도록에 실린 근거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해당 작가의 카탈로그·화집 등을 총망라해 의뢰된 작품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고, 이에 앞서 카탈로그 레존네(Catalogue Raisonn´e, 한 작가의 전체 작품에 대한 논문이자 화집. 프랑스어로 ‘믿을만한 도록’이란 뜻)와 대조하는 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감정가들은 전문 분야의 작품들을 머릿속에 입력하고 있어야 한다. 순간적으로 감각에 의해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편 감정 당시에는 동일한 모델 작품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감정 이후에 발견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이때에는 본래의 의뢰작과 감정 후에 발견된 작품을 동시에 비교하지 못해 어떤 작품이 진작인지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 이러한 경우에는 소장자들의 동의를 얻어 두 점에 대한 재감정을 실시해 보는 것이 가장 좋다. 

유사한 여러 작품 감정 의뢰작의 모델이 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진작이 발견됐거나 이미 존재하고 있는 유사한 작품이 있을 시는 필수적으로 상호 비교가 필요하다. 진위 감정의 시각에서 보면 위작의 원본이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유사한 작품이 존재한다는 자체가 무조건 위작이라는 판정은 위험하다. 작가들은 얼마든지 동일한 소재·구도·색상을 사용한 작품을 반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대나 중세 회화에서도 그 사례는 많이 있으며, 특히 작가가 심취한 소재에 대해서는 몇 년, 몇 십 년 후에도 반복된 작업을 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루브르박물관 소장 레오나르도 다빈치 작 「모나리자」 역시 여러 차례 진위 논란이 있었다. 2012년 2월에 프라도미술관은 「모나리자」와 매우 흡사한 작품의 배경을 지워내는 작업을 종료하면서 다빈치 작품은 아니지만 동시대 제자의 모작임을 새롭게 밝혀냈다. 2012년 9월에 「아일워스 모나리자(Isleworth Mona Lisa)」는 루브르 작품보다 10년 전에 그려진 진작이라는 주장이 제기됨으로써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이 작품에 대해서는 진위 양론이 팽팽한 상황이다.


비슷한 작품 중에는 이처럼 작가 외에도 倣作으로 학생·후학들이 원작을 모델로 거의 유사하게 제작하는 사례가 있다. 특히 한중일 동북아시아의 전통 회화에서는 선대의 작품들을 숭상하는 풍조가 짙게 깔려 있어 방작을 대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도 박수근 역시 진위 문제가 됐던 「빨래터」가 연대를 달리해 4점이나 제작됐다. 한국화에서는 방작에 그치지 않고 스승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제자들의 작품이 서로 구분이 불가능한 사례도 있다. 변관식·이상범·김기창 등 한국화에서도 이와 같은 사례는 많이 나타난다. 근대 유럽에서도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 등 유사한 작품들이 많아, 새로운 작품들이 발견되는 과정에서 감정가들을 긴장시켜왔다. 고흐의 「해바라기」 시리즈는 총 7점이 있는데, 그는 1888년 8월부터 시작해 1989년 1월까지 반복적으로 그렸다. 처음 두 점은 비교적 단순한 정물로서 고흐의 전형적인 화풍이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으나, 세 번째 작품부터는 12~15 송이로 구도나 터치·색상 등이 매우 흡사한 작품들을 제작해 고흐의 상징적인 시리즈가 됐다. 이외에도 고흐의 작품 중에는 「가졔 박사의 초상화(Portrait of Dr. Gachet)」 역시 개인 소장과 파리 오르세미술관 소장본이 매우 흡사하다.


뭉크의 「절규」는 오슬로 내셔럴 갤러리, 뭉크미술관 소장품 등 비슷한 구도, 색체로 제작된 4점의 버전이 있다. 보드에 템페라·크레용·파스텔 등을 사용해 제작했으며, 판화도 제작한 바 있다. 이 4점은 다리 위에서 소리치고 있는 인물의 모습과 노을·터치 등이 매우 흡사해 시리즈로 이어지는 유사한 작품들을 연속적으로 제작한 좋은 사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거의 동일한 작품이 발견됐거나 존재한다는 사실은 여전히 일부분 위작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해바라기」 중 네 번째 버전의 모사작인 세이지 도고기념 솜보 일본미술관 소장 작품에 대한 위작 논란이 있었으며, 오르세 미술관 소장 「가셰 박사의 초상화」는 가셰 박사 자신이 그린 위작이라는 논란이 제기됐다. 한편 유사한 작품들의 비교 시 발생되는 어려움이 있다. 즉 의뢰작은 진본이지만 비교 대상이 되는 모델은 불특정 다수이고, 비교작이 거의가 전시나 경매 카탈로그·화집 등 인쇄품으로 대조할 수밖에 없어 감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나 인쇄 상태에 따라 형태·색채·명암 등의 비교가 어렵기 때문에 최근에는 카탈로그 레존네 등을 제작하면서 고화질의 디지털 자료를 여러 각도에서 수십 장 촬영해 DB화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보다 많은 기록 정보를 유지하고 있을 시는 유사 작품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두 작품의 영상을 겹쳐서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도 있고, 출처 정보를 추적해 유통 경로를 파악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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