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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系에 적응한 둘은 어떻게 같고 다를가?
水系에 적응한 둘은 어떻게 같고 다를가?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승인 2014.06.30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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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_108. 무자치와 바다뱀

▲ 바다뱀
동물이나 식물이나 다 多種多樣해서 제가 사는 자리가 따로 있다. 뱀은 땅에서만 사는 줄 아는데 굽이굽이 흐르는 강가나 광대무변한 바다에도 깃든다니 신비롭다 하겠다. 민물에 사는 물뱀(water snake)이 무자치인데, 무자수, 떼뱀이라고도 불린다. 옛적에 촌놈필자도 이렇게 더운 날이면 노상 강물에서 살면서 가재·새우(징거미)·물고기를 애써 잡았으니, 명색이 사내랍시고 일종의 사냥을 하고 있었던 것.

그런데 통발이나 족대 없이도 맨손으로도 돌덩이 밑을 두 손으로 감싸 잡는 손더듬이를 한다. 미끄덩하고 물컹한 것이, 앗! 직감적으로 무자치라는 것을 알아챈다. 뱀장어가 그런 곳에 있을 리 만무하니 말이다. 흔치는 않지만 가끔 이런 꺼림칙한 일을 당하니, 길바닥의 뱀도 한 번 잡아보지 못한 여리디 여린 심성의 내가 손으로 서슴없이 물뱀을 움켜쥐었으니….그때 생각만하면 지금도 절로 모골이 송연하다.

그리고 저쪽 강둑으로 건너는 것을 본 적도 있었는데, 다른 땅 뱀들과 달리 머리를 물속에 집어넣고 헤엄을 치더라. 겨울잠을 잘 때와 가을에 새끼 낳을 적만 땅에서 살고, 보통은 물이 고인 저지대의 논·수로·웅덩이·저수지나 강가와 냇가에 지내면서 물고기나 개구리, 소형설치류를 잡아먹는다. 그런데 무지치가 물속에서 내리 머물진 않지만, 여름철 한더위엔 물속에 한참을 지낸다고 한다.

뱀과에 속하는 몸길이 60~90cm의 파충류인 무자치(Elaphe rufodorsata)는 제주도를 제외하고 전국에 서식하는 민물 뱀(freshwater snake)으로 밤낮 가리지 않고 활동하고, 몸은 긴 원통이며, 꼬리는 가늘고 길다. 머리는 목 부분보다 현저하게 크고, 등에는 연한 갈색 또는 황갈색?바탕에 중앙선을 따라 오렌지색 세로줄이 나며, 무독에 공격적이지도 않으면서 누룩뱀(Elaphe dione)을 많이 닮았다. 파충류 중에 물이란 환경에 적응한 것에는 강물에 사는 자라나 남생이, 바다거북이 빼고는 뱀들이 유일하다 하겠다.

그리고 뱀이 꾸물꾸물, 꾸불꾸불 거리며 지그재그로 뱀 운동(蛇行)을 하는데, 덕지덕지 빽빽하게 포개진 배 비늘(腹鱗, belly scale)을 곧추세워 앞으로 기어간다. 그런데 물뱀은 이런 복린이 없을뿐더러 배 비늘이 포개지지 않고, 대신 꺼끌꺼끌한 모(돌기)가 난 모비늘(綾鱗, keeled scale)이 특징이다. 그래서 미끄러운 점액 비늘로 덥힌 물고기도 대번에 휘감는다.

우리나라 뱀은 고작 11종인데(冬節이 모질게 추워 겨울나기가 힘든 탓임), 그중에서 뱀科 8종은 無毒하면서 卵生하니(유독 무자치만 난태생 함) 구렁이·능구렁이·누룩뱀·무자치·유혈목이·대륙유혈목이·실뱀·비바리뱀들이고, 독뱀이면서 난태생하는 살모사科 3종에는 쇠살모사·살모사·까치살모사가 있다. 무자치는 한국 말고도 일본과 대만에도 서식한다고 한다.

무자치는 보통 4~5월에 짝짓기해 9월 초에 강가·논밭·야산의 풀이나 돌담이 있는 곳에 새끼 7~16마리를 낳는데, 물론 어미 뱀은 새끼를 보호하지 않는다. 참고로 알(卵)이 발생해 새끼가 되는 것을 卵生(oviparity), 태반의 영양분을 받아 새끼로 태어나는 것을 胎生(viviparity), 어미에게서 양분을 따로 받지 않고 단순히 알이 몸 안에서 발생, 부화해 새끼로 나는 것이 卵胎生(ovoviviparity)이다. 난생보다는 난태생이 생존에 유리하고, 새끼를 젖으로 먹여 키우는 포유류가 가장 새끼치송을 잘 하는 것임은 말 할 필요가 없다.

무자치도 예전에는 가장 흔한 뱀 가운데 하나였으나, 지금은 농약을 쓰지 않는 논에서나 드물게 보인다고 한다. 참고로 무자치 같은 무독 뱀은 먹잇감을 칭칭 똬리 틀어 죽이지만 독뱀은 통째로 잡아먹는다. 어쩜, 참 뜨악하게도 호주의 건장한 민물 뱀이 독두꺼비(cane toad)에게 개망신을 당한다. 즉, 벼르고 노리던 두꺼비에게 되레 맹한 반편이 뱀이 잡혀 먹히니 생태계(먹이사슬)의 치명적인 역전현상이라 하겠다.

한편 세계적으로 17속 62종이나 되는 바다뱀(Ophisurus macrorhynchus)이 있다. 고래나 물개처럼 본디 땅에 살던 것이 기어코 바다로 들어가 적응한 것으로, 일생을 육지와 가까운 후미진 河口나 淺海에 지낸다. 바다뱀은 몸이 좌우양쪽에 눌려 두께가 얇게 납작(側偏)하며, 전체적인 모양이 뱀장어(eel)를 닮았다. 또 밤낮 활동하고, 꼬리는 노(paddle)를 닮아 헤엄을 잘 치며, 아가미가 없기 때문에 가끔 수면으로 올라와 허파로 공기를 마신다. 그러나 껍질이 두꺼운 다른 파충류와는 달리 살갗이 얇아 피부호흡이 전체호흡의 얼추 25%를 차지하기에 90m까지 잠수해 몇 시간을 바다 밑에서 머물기도 한다.

몸길이는 보통 120~150cm이고, 눈은 작으며, 사람처럼 둥근 눈동자(round pupil)를 가지면서 등 쪽에 콧구멍이 붙었다. 역시 민물뱀 같이 난태생하며 껄끄러운 복린이 없고 우둘투둘한 비늘이 겹쳐지지 않아서 땅에서는 활동이 불가능하다. 또한 이들은 주로 장어무리들을 물어 독니를 집어넣어 단숨에 죽이고, 조개나 새끼오징어 등도 먹는다. 폐가 아주 커서 전신을 다 차지하다시피 한데, 이는 가스교환을 하기 위해이기도하지만 몸을 물에 뜨게 하는 부력과 관련이 있다한다.

아무튼 예사롭지 않은 동물인 물뱀과 바다뱀은 水系란 환경에 적응했기에 여러모로 서로 참 많이 닮았다. 놀랍게도 물에 사는 뱀들도 있더라.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 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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