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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투자도 사서 활용도 '우물 안 개구리'
도서관 투자도 사서 활용도 '우물 안 개구리'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4.06.30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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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도서관 현주소(상)

학생정원 감축 등 대학구조조정과 ‘반값 등록금’으로 대학은 더 어려운 재정여건에 놓였다. 대학마다 긴축예산 편성은 기본이다. 그런데 대학의 학술연구, 교수학습서비스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 대학도서관이 지난 10년 동안 정체를 거듭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자료구입비가 줄어들고, 서비스를 담당하는 직원과 사서도 줄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에 나온 ‘2013 대학도서관 통계분석 자료집’을 통해 대학도서관의 현주소를 살폈다.

전국의 대학도서관장들이 ‘대학도서관진흥법’ 제정을 위한 단체행동에 나서게 된 것은 교육ㆍ연구 기반시설인 대학도서관이 흔들리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특히 세계대학과의 글로벌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이런 문제인식은 더 커졌다.

올해 3월에 나온 ‘2013 대학도서관 통계분석 자료집’을 보면, 대학도서관의 최근 현황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미국의 ARL(Association of Research Libraries, 북미연구도서관협회) 소속 대학도서관과 우리나라 대학도서관 현황을 비교해 보면, 선진국 대학도서관과의 수준 격차가 아직도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출처 : 2013 대학도서관 통계분석 자료집, 교육부ㆍ한국교육학술정보원. ARL은 Association Research Libraries의 약자로 북미연구도서관협회를 말한다

대학도서관이 대학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자료구입비’에서부터 격차를 실감할 수 있다. 우리나라 대학도서관의 대학 총예산 대비 자료구입비는 2013년 기준으로 평균 1%. ARL 소속 대학도서관은 평균 5%를 차지한다. 국내 대학 가운데 자료구입비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서울시립대. 28억7천만 원의 자료구입비를 쓰는데, 대학 총예산에서 3.6%를 차지한다. 가톨릭대(1.9%), 부산대(1.7%), 명지대(1.6%), 포항공대(1.6%) 순이다.

자료구입비 금액으로만 보면, 연세대가 93억5천만 원(예산 대비 0.9%)으로 가장 많고, 서울대가 81억7천만 원(1.2%), 고려대가 73억8천만 원(1.1%)을 자료구입비로 쓰고 있다.

대학도서관 소장도서는 어떨까. ARL 114개 대학도서관 중 1위는 하버드대로 1천680만 책으로 압도적이다. ARL 평균이 481만 책이다. 국내에선 서울대가 462만 책으로 1위인데 ARL 평균보다도 적고, ARL 35위인 플로리다대(457만책)와 비슷한 수준이다. 국내 상위 20위권 대학의 평균 소장도서는 212만 책인데 ARL 최하위인 캐나다 겔프대(191만책)의 수준이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2013 대학도서관 통계분석 자료집에서 “우리나라 대학도서관의 지속적인 장서 확충이 필요하다”라고 분석했다.

대학도서관의 ‘이용자교육’ 현황도 개선이 절실해 보인다. 이용자교육은 도서관 이용을 활성화할 수 있는 사서들의 지적인 활동이자 사서를 전문적으로 인정하게 만들 수 있는 주요 지표다. 국내에서 이용자교육 횟수가 1위인 연세대 도서관은 459회를 기록했는데, ARL 평균인 1천9회에 한참 못 미치고, ARL 100위인 휴스턴대(459회)와 같은 수준을 보였다.

교수들이 주로 이용하는 ‘전자저널’ 구독 현황을 보자. 국내에선 계명대가 14만 종의 전자저널을 구독하며 1위를 기록했다. ARL 1위인 루이지애나 주립대가 15만8천 종의 전자저널을 구독하고 있는데, 계명대는 ARL 2위인 뉴욕대(10만8천종) 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국 상위 20위권 대학도서관의 평균은 6만2천 종을 구독하고 있는데, 이는 ARL 44위인 위스콘신대(6만2천종)와 같은 수준이다. ARL 평균은 5만6천 종을 구독하고 있다.

재학생의 도서 대출 현황을 보면, 국내 1위인 서울대가 재학생 1인당 대출도서수가 50책이다. ARL 1위인 예일대는 재학생 1인당 대출도서수가 53책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국내 상위 20위권 대학의 평균은 17책으로 ARL 30위인 버밍엄 영대와 같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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