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07:45 (금)
특별기고 : 캐나다 대학들은 대학의 상업화에 반대한다
특별기고 : 캐나다 대학들은 대학의 상업화에 반대한다
  • 교수신문
  • 승인 2002.10.1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객만족보다 중요한 건 ‘지적 성장’입니다”

제임스 L. 터크/캐다나 교수협의회 이사

대학의 상업화 현상은 북미 전역에 걸쳐 점차 심화되고 있어서, 이제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이다. 화장실 벽에 자리잡은 기업광고, 건물명칭에 공공연히 끼어 들어간 기업이름, 기업과의 연구제휴, 기업 간부들이 대학의 요직을 맡는 것 등은 대학이 상업화돼 가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몇 세대 동안, 힘을 가진 이들은 대학이 그들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의 위치를 공고히 하는 존재로 만들기 위해 대학을 그들의 마차에 묶어두길 원해 왔다. 몇 세기 동안 교회, 시 당국, 그리고 그밖의 권력을 가진 단체들이 이러한 시도를 해 왔다.
그러나 최근 대학에 가장 위협적인 손이 뻗어오고 있다. 공공 기금의 부족으로 운영난에 처한 대학들이 점점 사기업에 손을 벌리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이제 이전 같았으면 단호히 거절했을 기업의 ‘분에 넘친’ 요구들을 수렴하는 것까지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대학을 잠식해 오는 기업
교육기관을 상표화하는 등 마케팅에 이용하는 상업화의 사례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더욱 위험한 것은 기업이 교육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기업이 제공한 상품과 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하도록 할 것이라는 점이다. 대학의 행정 부문 가운데 상당 부분은 이미 사유화돼 가고 있다. 이런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과정에서 학생과 교수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기도 하고, 직원들의 임금을 낮추거나 심지어는 해고하기까지 한다.
기업은 합병을 통해 학문이라는 영역에 좀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팔아 넘기려고 하고 있다. 가장 성공적이었던 사례는, 대학 행정본부, 교수, 학생들을 설득해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교육과정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이다. 그러나 첨단교육장비들이 늘어나면서 교육의 질이 높아졌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확실한 것은 돈에 매인 대학들이 점점 더 많은 컴퓨터 장비들을 사들일수록 기업의 입장에서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의 경제적 가치를 높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동시에 그들은 실험실, 도서관을 위한 기금을 제공하고 새로운 과정들을 지원하면서 교수의 수를 감소시키고 있다.
대학이 상업화됨으로써 일어나는 가장 심각한 폐해는 대학이 기업의 압력을 받게 되면 마치 그 기업에 속해 있는 것처럼 행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벌써 기업의 언어들은 대학의 언어 속으로 슬그머니 잠입해 들어오고 있다. ‘고객’, ‘생산품’ 등의 언어는 ‘학생’을 가리키는 은어가 됐다. ‘서비스 제공자’, ‘교육 매니저’ 등은 ‘교수’를 가리킨다. 성적평가는 ‘질 관리’로 불리고, 교육의 전 과정은 ‘생산’으로 불린다.
이런 현상은 교육과 교수-학생간 관계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몰이해를 보여주고 있다. 교수는 상품을 팔거나 고객을 만족시켜야 하는 소매상 점원이 아니다. 교수의 역할은 학생을 또 다른 새로운 방식의 생각에 도전하도록 하는 것이며,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현재의 상태를 불만족스럽게 느끼도록 자극하는 것이다. 성공의 척도는 ‘고객의 만족’이 아니라 ‘지적 성장’이다. 이는 까다롭고 불안정한 과정으로, 상품을 구매하도록 하기 위해 공손하고 사근사근해져야 하는 소매상의 경우와는 정반대이다.
예전에는 교육에 필요한 자금을 국가에서 지원했으나, 점점 이 부담은 학생들에게로 옮겨가고 있다. 이제 대학 교육은 잘 교육된 대중을 만들어냄으로써 전체 사회에 이익을 주는 ‘공공재산’이 아니라 대학에 다니는 사람들에게만 그 혜택을 주는 ‘사유물’로 재정의된다. 대학들이 텅텅 빈 금고를 채우기 위해 각각 사적 후원자를 찾아 나서게 되면서 대학을 지원하는 것은 더 이상 ‘공적 책임’이 아닌 ‘자선’이 돼 버렸다.

기업이라는 ‘족쇄’에서 벗어나기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그리고 뉴질랜드는 GATS에 열거된 교육을 추구하고 있다. 만약 이들이 성공한다면, 다른 나라들은 점점 증가해 가는 산학연계로부터 공교육제도를 수호하기가 매우 어려워질 것이다.
한가지 희소식은 지금 교수와 학생들이 이 상업화에 반대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캐나다에서는 이미 1천4백명 이상의 학자들이 대학이 더 이상 상업화되는 것에 반대하는 서면에 사인했다. 이 서면은 국무총리에게 보내질 것이다.
몬트리올에 있는 맥길대학의 학생들은 코카콜라사에게 대학과 관련된 독점적 권리를 인정하도록 하는 거래에 사인할지 여부를 투표에 붙였다. 맥길대학의 역사상 가장 많은 학생들이 투표에 참가한 가운데, 반대표가 압승을 거두었다. 이는 대학본부의 충고를 거부한 결과였고, 학생 내부의 기업 지지세력의 압력을 이겨낸 결과였다.
교수와 학생들이 대학교육을 휘두르려는 기업의 시도를 저지하는 데 성공할 수 있다면, 대학은 공적 책임을 수행하는 데에만 몰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