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6:20 (금)
대학의 진짜 위기
대학의 진짜 위기
  • 박재묵 논설위원/충남대·사회학
  • 승인 2014.06.24 17: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정론]

▲ 박재묵 논설위원/충남대·사회학
대학 안팎에서 대학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도 대학입학 학령인구의 지속적 감소로 인해 머지않아 경쟁력이 뒤처진 많은 대학들이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하게 될 것이고, 따라서 이들 대학 중 상당수가 정원을 축소하거나 심지어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가장 드라마틱한 예측은 2013년에 63만 명이었던 학령인구가 2023년까지 23만명이 감소해 40여만명이 될 것이고, 따라서 2023년에는 대학입학정원이 학령인구보다 16만명이나 많게 된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학구조개혁 작업은 바로 이러한 예측에 기반을 두고 있다.

물론 이러한 예측과 그에 기반을 둔 구조조정 정책이 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교육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예측에서는 과거 대학들이 어떤 연유에서든 정원을 꾸준히 줄여 왔고, 앞으로도 줄여갈 것이라는 점이 고려되지 않아 대학 입학정원의 과다 문제가 과장돼 있다고 한다. 지난 10년간 대학들은 연평균 1.73%씩 입학정원을 줄여왔고, 이 추세를 미래에 적용할 경우 고졸자를 초과하는 대학 입학정원의 규모는 크게 줄어들게 되고, 2040년에 이르게 되면 다시 역전이 돼 고졸자가 입학 정원보다 4만8천명이나 더 많아지게 된다고 한다.

교육학자들의 새로운 예측을 따르더라도 대학은 이제 더 이상 성장산업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문제가 크게 완화되는 2040년 이후가 되더라도 대학 정원을 초과하는 고졸자의 수는 과거처럼 큰 규모가 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향후 20년 동안에는 대학들이 과거에 누렸던 기회 대신에 위기와 싸울 수밖에 없게 됐다.    대학이 정원 충원 문제는 대학 경영상의 문제다. 경영체로서의 대학이 맞이하고 있는 이러한 경영 위기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고 또 대학을 대신해서 대책을 만들어주기까지 한다. 어떤 점에서 보면 당사자인 대학 경영자나 교수들이 정원 충원 문제를 더 걱정해야 할 일인데 정부와 언론이 더 나서고 있다. 대학 위기 담론을 만들어내는 주체도 바로 이들 기관들이다.

반면에 현재 대학이 겪고 있는 또 다른 위기, 즉 대학의 정체성 위기의 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사회제도로서의 대학이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총장도 교수도 별로 고민하는 것 같지 않다. 총장이나 교수가 잊어버리고 있는 동안 기업의 요구, 언론 등 평가기관의 요구, 교육 당국의 요구가 대학이 추구해야 할 바를 정의해 주었고, 그 결과 대학은 현재 심각한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대학의 모습에 실망한 학생들이 대자보를 붙이거나 성명서를 낭독하고 스스로 대학을 떠나기도 하지만, 대학 당국이나 교수들은 좀처럼 호응을 보이지 않는다. 평가기관이 제시하는 지표를 맞추기 위해 허둥대는 모습, 짜깁기 식의 목표를 향해 갈지자 걸음으로 걷는 모습, 이런 것이 우리 대학의 모습이어서는 곤란하다. 

때 마침 한국대학학회가 창립됐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다. 대학 구조조정의 문제를 넘어서서 보다 근본적인 대학의 문제에 대해서도 깊은 연구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박재묵 논설위원/충남대·사회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