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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 경험 있는 아이들에게 찾아오는 위험들
마취 경험 있는 아이들에게 찾아오는 위험들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4.06.1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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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 63. 마취와 기억력

▲ 정상적 인지 발달을 위해서는 주요 신경회로소자의 시의적절한 형성이 필요하다. 시냅스가 가장 격렬하게 형성되는 기간을 신경연접형성(synaptogenesis)이라고 하며, 이 시기에 뇌 발달은 정점을 찍는다. 그런데 전신 마취는 신경연접형성을 위한 적절한 균형을 바꾸면서 진행되기 때문에 뉴런 신호에 항상성을 방해한다. 그 결과 발달하고 있는 시냅스의 형태학적, 기능적 장애를 유발한다. 신경연접형성의 마취 유도 손상은 나이와 강하게 연관된다. 젊은 시기에 뉴런들은 감소하는 시냅스 밀도와 상응한다. 그러나 후기 발달에서는 지나치게 상승 조절하는 시냅스 형성과 상응한다. 방해된 신경연접형성과 행동발달 간에 직접적인 인과 관계는 없지만, 몇몇 동물 연구에서 임상-관련 전신 마취에 단일 노출된 설치류와 영장류(인간은 제외)의 인지 발달이 영구히 손상됐음을 확인했다. 이는 매우 어린 아이들이 행동발달, 특히 인지능력에 마취-유도 손상을 겪게 될 것이라는 제안에 힘을 줬다. 관련 내용은 네이처 참조.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영화 「프리즈너스」(드니 뵐뇌브 감독, 2013)는 인간 죄악의 심연을 들여다본 수작이다. 피해자와 가해자, 이 둘도 아닌 경계선의 사람들 모두 악을 품고 있다. 영화 속에서 용의자로 지목되는 알렉스는 어릴 적 유괴돼 기억력과 인지 능력이 저하한다. 지속적으로 마약 같은 환각제를 투여한 탓이다.
최근 이와 유사한 경우를 보여주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과학기술 전문뉴스 <The Verge>는 지난 9일 「아이들의 마취가 위험하다는 놀라운 연구결과(Surprising new study reveals dangers of anesthesia in kids)」를 알렸다. 첫 번째 생일을 맞이하기 전에 마취 경험이 있는 아이는 나중에 생활하는 도중 단기 기억 상실과 같은 문제들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 골자다. 이러한 문제들은 아이들이 독해와 학교 수업, 삶의 세세한 기억들을 상기하는 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의학에서 마취가 출현하기 전, 수술 절차는 매우 끔찍했다. 그래서 마취가 과연 의학기술을 발전시켰는지에 대해서 논쟁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취가 완벽하다고 보는 외과의사들은 일부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들은 약물에 잘 반응하지 않는다. 또한 수술을 하는 동안 환자들이 깨어나도 자신의 상황을 의사에게 알릴 수 없다.

완벽한 마취는 가능할까
샌프란시스코의 캘리포니아대 마취학과 교수이자 이번 연구를 이끌고 있는 그렉 스트라트만(Greg Stratmann)은 “몇 년 전까지 만 해도 아이들을 마취하는 것이 완전히 안전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몇몇 과학자들은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마취로 인해 아이들에게 발달 장애와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같은 증상의 발생 위험이 ‘증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스트라트만 교수는 “아이들을 마취하는 것이 위험하지 않다”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뜻이다.


네이처에서 발행하는 <신경정신약물학(Neuropsycopharmacology)> 저널은 이번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저널은 뇌와 신경과학 및 발달행동학 등에 초점을 맞춘다. 스트라트만 교수와 그의 연구팀은 한 살이 되기 전 마취 경험이 있는 아이들 28명(6살부터 11살까지)의 기억능력을 조사했다. 실험은 각각의 아이를 마취 경험이 없는 같은 나이, 性과 짝지어 비교했다. 그들의 인식능력을 알아보기 위해 두 집단의 아이들에게 컴퓨터 화면을 통해 다양한 테두리 색상과 위치를 가진 80점의 그림을 보여줬다. 5분 뒤 아이들에게 테두리 색상과 위치가 바뀐 160점의 그림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전에 봤던 그림을 선택하도록 지시했다. 만약 아이들이 그림을 기억할 수 있다면 색상과 기존에 있던 위치를 상기하고 대답할 것이다.


스트라트만 교수는 “색상 정보에 대해 마취 경험이 있었던 아이들이 없었던 아이들보다 20% 덜 정확하게 대답했다”라고 보고했다. 두 그룹의 아이들은 친근성, IQ, 그리고 아동청소년 문제행동 평가척도 점수에서는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공간 인식 테스트에서는 마취 경험이 있는 아이들의 점수가 21% 낮았다.


또한 과학자들은 쥐가 냄새를 기억하는 능력에 마취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실험했다. 인간의 경우와 같이, 한 그룹의 쥐들에는 마취를 했고 다른 그룹에는 하지 않았다. 실험을 확실히 하기 위해 앞으로 진행될 수술에서 나올 수 있는 변수들도 확인했다. 마취한 그룹의 쥐 절반에는 ‘꼬리 고정하기’를 시행했다. 어린 아이들이 마취를 했다는 것은 어떤 조직의 손상 때문일 것이고, 이에 따라 동일한 실험 조건을 갖추기 위함이다. 스트라트만 교수는 이 과정을 수술 시 조직 부상의 심각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직 부상에 관계없이 마취의 전반적인 효과는 유아들에서 기록된 것과 유사했다. 스트라트만 교수는 “마취 경험이 있는 쥐는 그렇지 않은 쥐에 비해 기억력이 낮았다”라고 결론 내렸다.


기억력 감퇴 효과는 인간보다 쥐 실험에서 더 강하게 작용했다. 태어난 지 7일 된 쥐 33마리에 무작위로 마취 또는 가짜 마취를 수행했다. 마취가 쥐의 냄새 기억 능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기 위해 10개월 동안 냄새 인식 테스트를 했다. 실험 그룹 중에서 마취 경험이 있는 쥐의 절반이 냄새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제된 17마리 중에선 2마리만이 냄새 기억에 문제가 발생했다. 쥐와 인간 실험을 결합해보면, 유아기 시절의 전신 마취는 그들이 자란 후에 기억을 악화시킬 수 있다. 그리고 쥐의 경우 이 효과는 근본적인 질병이나 조직 부상과는 무관했다.

손상된 기억력 되돌릴 수 있어
컬럼비아대 마취과 의사인 칼렙 잉그(Caleb Ing) 박사는 이번 실험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The Verge>에 보낸 이메일에서 “이번 실험결과는 어렸을 때 수술과 마취에 노출된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인지 결손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의 기반이다”라고 밝혔다. 물론 스트라트만 교수 연구팀이 가족의 소득과 나이 등 다른 변수들도 고려하긴 했지만, 실험에서 측정되지 않은 다른 요소가 결과값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마취가 필요한 수술을 취소하려는 부모가 있다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더욱이, 연구팀은 전신 마취를 겪은 아이들과 국소 마취를 겪은 아이들의 기억 능력도 비교해보기로 했다. 이를 통해 정말 이러한 수술 절차가 기억력 감소에 영향을 끼치는지, 과연 그건 언제쯤이고 언제 중단되는지 밝혀보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연구는 아직 불완전하다. 소아과 수술에 대해 획기적인 혁신이 이뤄지려면 그 생체 매커니즘을 밝혀내야 한다. 스트라트만 교수는 “만약 아이에게 수술 절차가 필요하다면 마취도 필요하다”면서 “이는 절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아과 의사들은 때때로 아이들이 MRI 촬영과 같은 비수술 때도 움직이지 못하도록 마취한다. 전신 마취가 필요한 경우 의사들은 그 위험성과 실효성에 사이에서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스트라트만 교수는 부모들이 걱정할 부분에 대해, 기억력 감소는 되돌릴 수 있다고 덧붙인다. 수 년 전 시행한 쥐 실험에서 운동이나 사회적 상호 작용, 더 나아가 살아가는 환경을 좀 더 복잡하게 증가시키면 마취의 인지 효과가 역전되는 것을 확인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활방식의 변화는 인간에게 유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마취로 유발된 인지적 문제들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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