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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때
대학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때
  • 교수신문
  • 승인 2014.06.1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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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지난 6월 4일 지방선거 결과는 우리 모두가 변화해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던져줬다. 진도 앞바다의 사고 충격이 아직도 이어지는 가운데, ‘기본’부터 다시 세울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교육’이 새로워져야 한다는 분위기는 교육감 선거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그동안의 점수, 경쟁의 단계를 넘어 사람, 생명, 공공적 가치, 공동체를 중시하는 교육을 기대하는 바람이다.


지난 교육감 선거 이후 여러 가지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초·중등교육 정책에서 유아무상교육, 혁신학교, 자사고, 특목고, 역사교과서 등이 주요 이슈로 등장했다. 과거 우리 교육정책은 최고 책임자가 바뀔 때마다 계속 뒤바뀌고, 현장에서는 혼란과 갈등이 반복되곤 했는데, 항상 사교육비 증가 등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큰 부담과 고통으로 이어졌다. 이제는 좋은 정책은 이어가며 안정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초·중등교육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려면, 대학들의 협력이 필수다. 초·중등교육 현장은 사실 대입제도와 긴밀하게 연계돼 있는데, 특목고, 자사고에 대한 문제점들도 여기에서 나온다. 초·중등교육과정에서 꿈, 끼를 이야기해도, 대학입시가 점수 중심의 교육으로 몰아왔다는 점에서 대학의 책임이 크다. 무엇보다도 신입생들이 어떻게 성장해왔느냐가 대학에서의 교육과 연구 환경에 크게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점을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


작년 한국을 방문한 파우스트 하버드대 총장의 대입전형에 대한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학생의 삶을 전반적으로 관찰한다. 호기심이 많은지, 창조적인지, 학교일 외에 어떤 것을 하고 있는지, 음악을 하는지, 운동을 잘하는지 등등 많은 면을 본다. 단순히 시험 점수, 등급이 아니다. 특히 학생들의 성품을 중시한다. 다른 학생들도 그를 보고 배울 수 있어야 한다.”


2008 대입제도부터 제시된 ‘입학사정관제(학생부종합전형)’는 바로 ‘초·중등교육 정상화’와 ‘대입 자율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위해 만들어졌다. 그런데 갈 길이 먼 것 같다. 대학들은 아직 시험점수 중심의 ‘우수’ 학생 유치에 머물러 있고, 대입전형과정에 대한 신뢰도 그리 높지 않다.


다원화되는 시대에 일반고, 특목고, 혁신학교, 자사고, 마이스터고, 특성화고가 추구하는 다양한 가치들은 대학교육 발전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대학들은 고교별 특성이 제대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야 하며, 대학을 위해서라도 대입제도는 초·중등교육의 정상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앞으로 대학서열화, 국·공립대 통합 등에 대한 논란도 커질 것 같다. 대학들은 그동안 학부교육선진화선도대학(ACE) 사업을 통해 독자적 ‘인재상’ 중심의 교육모델을 세워 대학서열화 문제를 풀어가고자 노력했던 것처럼, 국가교육의 기본을 새롭게 세우는 일에도 먼저 나서야 한다.


대입전형과정에서 진정성을 가지고 개인과 고교의 특성을 읽어주며,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는데도 적극 기여해야 한다. 역사 교과서 문제도 대학에서 학문적으로 풀어가게 하는 것이다.
이제 대학들은 초중고교와 동반자로 적극 소통하며, ‘한 사람의 성장과정’이 바르게 이뤄지도록 협력해야 한다. 이는 ‘학력’, ‘수월성’의 의미와 ‘평가’ 개념과 방식을 함께 다시 세우는 일이며, 현장의 혼란과 갈등을 줄이는 일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대학의 선제적 리더십이 필요한 때다.

 

 

 

 

 

 

 

민경찬 논설위원/연세대·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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