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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 국가개조에 필요한 동력 어디서 구할 것인가?
[원로칼럼] 국가개조에 필요한 동력 어디서 구할 것인가?
  • 교수신문
  • 승인 2014.06.1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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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부권 동국대 명예교수·교육정책
왕조시대에는 나라가 온통 썩고 병들어 백성의 삶이 도탄에 빠지면 역성혁명으로 이를 바로 잡았다. 나라를 통째로 뒤집는 데는 항상 엄청난 힘이 필요했다. 역성혁명을 이끈 바탕 힘은 군사력이었다. 왕건이 그랬고, 이성계가 그랬다.

이 땅에 왕조시대가 끝나고 백성이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 시대가 도래한지도 어느 덧 반세기를 넘었다. 민주사회에서는 선거가 곧 역성혁명이다. 우리와 같은 민주사회는 대통령을 바꾸고, 국회의원을 바꾸고, 시장과 도지사를 바꾸면, 혹시 임기 중에 쌓인 적폐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일소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는 우리의 이러한 믿음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국가의 관리감독 시스템이 제대로만 작동했더라면 그런 일이 아예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배가 가라앉는 순간이라도 해경을 비롯한 정부 당사자들이 적극적으로 필요한 조처를 취했더라면 300명에 가까운 아까운 생명들이 그렇게 허무하게 목숨을 잃지는 않았을 것이다. 세월호의 침몰에서 우리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일그러진 국가운영체제의 민낯을 본 것이다.

건강하다고 생각한 국가운영체제가 왜 그 모양이 됐는가? 하나 둘 밝혀지고 있는 바에 의하면 우리의 국가 운영체제 구석구석에 ‘모피아’, ‘관피아’, ‘철피아’, ‘교피아’ 등 갖가지 ‘피아’들이 암세포처럼 똬리를 틀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투표로 대통령, 국회의원, 자치단체장을 바꾸었지만 세상은 전혀 바꿔지지 않았다는 것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피아들의 모태인 관료시스템은 거듭되는 선거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음험한 세를 날로 확장해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이제 피아들의 생각과 행동이 전사회의 상식이 되고 표준이 돼 많은 수의 국민들이 그 피아들의 세계에 들어가지 못해 안달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다.

일반국민들의 상식에까지 파고들어 있는 피아들의 넓고 깊은 세계를 뒤집어엎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일은 단순히 부패와 부조리를 바로잡는 것 이상으로 지금까지 우리사회를 지배해 온 이해관계와 권력관계를 재편성하는 것이고,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상식, 새로운 규범을 확립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예상되는 저항을 감당할 수 있는 엄청난 힘이 필요하다. 대통령과 장관이 그의 지위에만 의존해, 그리고 관료적 명령체제에만 의존해 이 피아들이 발붙일 수 없는 새로운 국가운영체제를 구축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군대를 불러내기에는 우리 국민과 우리사회의 민주주의가 너무나 성숙했다.

그렇다면 국가개조에 필요한 힘을 어디에서 구할 것인가? 그 힘은 일반국민들의 결집된 힘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그 힘을 어떻게 결집시킬 수 있을 것인가? 대통령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이 국민들에게 대우 받고자 하고, 명령하고 군림하려고 한다면, 초기 세월호의 학부모들이 그랬듯이 국민들은 외면할 것이고, 그들이 부르면 오히려 달아날 것이다. 국가개조라는 일념으로, 그리고 간절한 마음으로 국사를 맡을 유능하면서도 공평무사한 인재를 구하고, 국민에게 협조를 호소한다면, 즉 그들이 만인에게 갑이 아니라 을이 된다면 누군들 박수를 치며 그들을 도우지 않겠는가? 그러나 만약 이러한 간절한 노력이 없다면, 국민들은 그들에게서 등을 돌릴 것이고 국가개조는 세월호 국면에서 탈피하기 위한 한갓 정치극이 되고 말 것이다.

박부권 동국대 명예교수·교육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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