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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례조항’의 함정 … 私學 ‘모랄 헤저드’ 부를 수도
‘특례조항’의 함정 … 私學 ‘모랄 헤저드’ 부를 수도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4.06.17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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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구조조정의 두 얼굴②_ 교육용 기본재산 수익용 전환은 부실사학에 로또?

“학생 등록금을 바탕으로 학교를 운영해온 사립학교 법인과 경영자에게 로또와 같은 혜택을 주려는 시도다.” 정부와 여당이 발의한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이하 구조개혁법안)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잔여재산을 설립자에게 돌려주는 특례조항만이 아니다. 교육용 기본재산을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 특례조항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사학법인을 해산할 때 잔여재산 처분에 관한 특례조항을 신설하는 것은 여러 차례 시도가 있었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당시 김선동 한나라당 의원이 ‘사립대 구조개선 특별법안’(2011년)을 발의했고, 19대 국회 들어서는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이 ‘사립대 구조개선의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2012년)을 발의했다.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4월 30일 대표 발의한 구조 개혁법안에서 가장 큰 차이는 교육용 기본재산을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는 점이다. 물론 단서는 있다. 법령에서 정한 확보 기준을 초과해야 하고, 교육에 직접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임재홍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교육용 기본재산을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용도 변경하는 것은 특혜”라고 지적한다. “학교법인이 교육용 기본재산을 전액 출연했다면 이러한 용도변경 조항은 합리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교육용 기본재산이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또한 수익용 기본재산의 운영을 통한 수익금이 대학운영경비로 전입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 조항은 무엇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임 교수의 지적이다.

“등록금과 국고보조금을 바탕으로 마련된 교육용 공적 자산이 부실비리 재단 경영자의 사적 자산으로 변경되는 ‘먹튀’를 활성화하게 된다.” 김영록 세한대 교수(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감사)의 지적은 더 직설적이다. 대학을 폐지할 때 교육용에서 수익용으로 변경한 기본재산을 처분할 수 있게 한 조항과 연결하면 문제가 더 심각해지는 탓이다. 처분에는 설립자나 경영자에게 잔여재산의 일부를 돌려주는 것도 포함된다. 김 교수는 “용도 변경된 수익용 기본재산을 처분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여기서 얻는 수익의 용처를 학교 경영의 원조, 즉 교비회계로의 전입이 아니라 사적 자산으로 둔갑시켜주는 특혜다”라고 말했다.

기우로 볼 수만은 없다. 감사원이 2011년 전국 113개 대학을 대상으로 ‘재정 운용 실태’를 감사한 결과를 보면 지금도 이와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당시 감사에서 서울지역 S대 이사장 일가는 교육부 허가와 이사회 의결도 거치지 않고 교육용 시설인 강의실을 수익용으로 용도 변경한 후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금 32억원을 횡령했다.

문제는 정작 다른 데에 있다. “정부·여당이 발의한 구조개혁법안의 통과를 기다리는 대학의 경영자들은 대학을 열심히 운영하기보다는 일부러라도 부실화시켜 유휴 교육시설이 되기를 바라는 유혹에 직면할”수 있다.” 대학 경영을 열심히 해 정원 미달을 최소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경영상황을 고의적으로 더 어렵게 하려 하거나 경영상황 악화를 방치할 우려마저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생각이다.

실제로 전남 S대는 충남에 캠퍼스를 새로 열면서‘돈 되는 ’학과들을 새 캠퍼스로 옮기고 있다. 이 대학은 등록금으로 조성한 교비로 수도권에 건물을 산 사실이 교육부 감사에서 적발된 적도 있다. S대만이 아니다. 경영부실대학 등 교육 관련 지표가 부실한 22개 대학을 대상으로 2011년 실시한 감사에서 감사원은 경북지역 한 대학이 교지·교사 확보율이 기준에 미달하는데도 학생들 교육과 직접 관련이 없는 건물을 교비로 매입한 사실을 적발했다.

김 교수는 “S대학은 충남의 제2캠퍼스로 대학시설과 학생을 계속 이동시키며 교수를 하나하나 내보낸 후 이제는 교육용 유휴 재산이라고 해 용도변경 및 처분의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며 “세월호의 평형수를 빼고 과적하는 것을 눈감아준 대가가 대참사로 이어진 것처럼 교육용 공적 자산을 빼서 대학의 안정성을 해친 후 사적 이익을 추구하도록 도와준다면 우리나라 대학교육은 세월호와 마찬가지로 대참사로 이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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