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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대 사회학과 폐지 논란, 교육부는 책임없나?
청주대 사회학과 폐지 논란, 교육부는 책임없나?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4.06.17 14:2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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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 준수’ 지침 만들고선 형식적 절차만 따지며 어물쩍 넘어가
고등교육법·시행령엔 구성원 참여 보장…“위반 대학 제재해야”

청주대 사회학과 폐지 결정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면서 교육부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교육부가 학과 통폐합 때 사전공고 등의 절차를 거치도록 대학에 공문을 보내놓고도 이를 제대로 지키는지 점검조차 하지 않고, 일방적 구조조정으로 문제가 발생해도 형식적 절차만 따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13일 전국교수노동조합(위원장 유병제 대구대, 이하 교수노조)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3월 ‘2015학년도 학생정원 조정계획(안)’을 대학에 보내면서 학과 통폐합 때 법령과 학칙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내용을 신설했다. ‘학생정원 조정 시 대학 유의사항’ 항목을 통해 “학과 통폐합 및 모집단위를 조정하고 자 할 경우에는 변경하고자 하는 내용을 대학 구성원들이 충분히 알 수 있도록 하고, 법령 및 학칙에 따른 사전공고, 심의 및 공포 등의 절차를 준수”하라고 밝힌 것이다.

이 항목이 새로 포함된 데는 교수노조가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교수노조는 그간 여러 차례 교육부에 공문을 보내 대학에서 학과 통폐합과 모집단위 정원을 조정할 때는 적법한 절차를 지키도록 하는 지침을 만들라고 요구했다. 고등교육법과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학칙을 개정할 때는 ‘제정안 또는 개정안의 사전공고·심의 및 공포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도 대학에서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에 공문까지 보낸 교육부이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어 보인다. 조상 청주대 교수회장은 “사회학과 폐지 결정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자 교육부는 사전공지의 의무 빼고는 다 지켰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교육부 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는데도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고 지적했다. 조 회장은 “학과 폐지 심의위원회, 교무회의, 대학평의원회가 3일 만에 사회학과 폐지를 결정했고, 학과 폐지 위원회 참석자는 폐과를 논의하는 자리라는 것을 충분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참석했다”며 “내용상 위원회가 실효적으로 열렸는지는 제대로 따져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에서 학과에 보낸 공문을 통해 3번 연속 최하위 등급을 받으면 폐과된다는 것을 구성원들이 이미 알고 있었고, 대학평의원회 등 대표성을 갖춘 기구의 의견을 듣는 절차는 다 지킨 것으로 안다”며 “체계는 갖춰져 있는데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소극적 태도를 보이면서 대학도 구성원 의견을 수렴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노력보다 형식적 절차를 갖추는 데만 급급하고 있다. 조 회장은 “사전공지 등 절차를 안 지켰다고 교육부에 민원을 제기하자 바로 학교에서 홈페이지 규정집에 학칙 개정안을 올렸다”며 “폐과 결정 전에 올려야 하는데 결정하고 나서, 그것도 구성원들이 거의 볼 수 없는 곳에 올렸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고등교육법과 시행령의 취지에 따르면 구성원이 사전에 내용을 알 수 있게 해야 하는 데 교육부가 사전공지 의무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대학 사정도 비슷하다. 학교 측의 일방적 학과 통폐합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박순준 동의대 교수협의회장은 “교무위원회 통과 전날 급하게 대학평의원회에 심의를 의뢰하거나 심지어 의결이 끝나고 난 뒤에 대학평의원회에 심의를 의뢰하는 대학도 있다”며 “교육부 지침에 따라 구성원 의견수렴을 거쳤다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꼼수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는 법원 판례와도 맞지 않다. 고등교육법과 시행령에 관한 법원 판결은 학과 폐지 결정 과정에서 구성원이 사전에 그 내용을 알 수 있게 해야 하고, 당사자들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먼저 서울행정법원이 지난 2008년 내린 판결을 보자. 폐과에 따른 교수 면직의 정당성을 다툰 소송에서 서울행법원은 “고등교육법 시행령(4조)에서 정한 사전공고나 공포 절차는 이해관계인들 중 일부에 대해서만 이뤄지거나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학칙 개정으로 인해 직접적·간접적 또는 현실적·잠재적으로 권리의무관계에 영향을 받게 될 모든 구성원에 대해 일반적으로 접근이 가능한 적절한 방법으로 이뤄질 것을 요한다”고 판결했다.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은 더 구체적이다. 충청지역 A대학 시각디자인과 학생들이 대학 구조조정으로 학과가 없어지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서울고등법원은 ‘교수들과만 구조조정위원 협의를 한 채 대학 구조조정 규정을 제정했고, 학생들의 의견 제출 기회를 따로 마련하지 않은 점’, ‘교수들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이지 않은 사실’ 등에 비춰볼 때 “대학 구조조정 규정의 제정과 이에 따른 폐과 조치의 과정이 적정한 절차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결했다. 또 “폐과(폐지) 조치의 불가피성이나 폐과 결정의 공정성, 합리성 등 실체적 내용의 정당성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관련 당사자들의 의견을 적절한 방법으로 수렴하는 등 절차적인 정당성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사건 모두 학교 측이 항소를 하지 않아 최종 확정된 판결이다.

홍성학 교수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고등교육법과 시행령, 법원 판례를 보면 대학 구조조정 때 학내 구성원 참여를 보장해야 하고, 학과 폐지 기준도 학칙에서 정해야 한다”며 “교육부가 2015학년도 정원조정 계획에서 ‘학생정원 조정 시 유의사항’을 배포했는데도 특성화 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여러 대학에서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일방적으로 진행해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부위원장은 “일방적 학과 구조조정에 따른 분쟁을 막기 위해서는 ‘학생정원 조정 시 유의사항’의 내용을 제대로 지켜왔는지를 교육부가 현장실사 등의 방법으로 조사해 위반한 학교에 대해 제재조치를 하고, 학내 구조조정을 다시 이행할 것을 주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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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재 2014-06-17 22:23:19
교육부가 도대체 교육이란 말을 쓸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해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