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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과 삶을 함께 한 책들, 公益위해 쓰인다니 좋죠”
“학문과 삶을 함께 한 책들, 公益위해 쓰인다니 좋죠”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4.06.09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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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교수 기증도서, 열린 도서관 ‘지혜의 숲’을 가꾼다

이병혁 서울시립대 교수(65세ㆍ도시사회학과)는 오는 8월 정년퇴임 한다. 32년 교수생활을 함께 한 6천여 권의 책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대학 도서관에서도 퇴임 교수의 책을 반기지 않은 지 오래됐다.

이 교수는 우연히 희소식을 접했다. 파주출판도시에서 정년퇴임 교수의 책을 기증 받아 새로운 도서관을 운영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6월 마지막 강의까지 볼 책을 제외하고, 5천 권의 소장 도서를 지난 3월 이곳에 기증했다. “30~40년 연구하면서 모아 둔 나의 분신 같은 책들인데, 정년퇴임 이후에 따로 보관할 장소가 없으니 고민이 많았지요. 전국의 빈약한 중ㆍ고교 도서관에 기증을 하면 어떨까. 별 생각을 다했어요.”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언어사회학을 개척한 인물이다. 그러다 보니 1920년대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이 소장하고 있던 프랑스 책을 비롯해 희귀하고 전문성 높은 책도 많이 소장해왔다. 기증한 책들은 언어사회학 관련 전문학술서는 물론 사회학 이론서, 문화ㆍ환경ㆍ심리 사회학 도서 등 그가 평생 모은 책들이다. “가르치고 살아 오면서 평생 모은 책이에요. 프랑스ㆍ영어 원서가 3분의 2정도 될 겁니다. 마지막 강의가 끝나면 나머지 책들도 보내려고요. 어디 보내기 아까운 책들이죠. 그런데 죽으면 소용이 없잖아요.”

이 교수는“우리 사회가 과거의 것을 보존하고 계승ㆍ발전시켜 가는 데 관심이 적어서 안타깝다”며“출판도시문화재단 같은 곳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책을 모아 일반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자유롭게 이용하게 하는 시도는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오는 19일 개관하는 열린 도서관 ‘지혜의 숲’은 퇴임했거나 퇴임을 앞둔 교수, 연구자, 저술가들이 소장하고 있는 책을 한데 모아 보존ㆍ보호하고 관리해 누구나 볼 수 있는 곳이다. 김언호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은 지혜의 숲을 두고 “큰 학자들이 퇴임하거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이들이 소장했던 책들이 사라질 수 있다. 이분들의 가치 있는 오래된 책을 보존하고 자원화하는 새로운 문화운동”이라고 소개했다(<교수신문>705호, 2013.10.28자 참조).

연구자·학자·저술가 등 30여명이 기증한 도서와 150여 곳의 박물관과 연구소, 40여 곳의 출판사와 온ㆍ오프라인 서점 등에서 기증한 도서 20만 권이 이미 빼곡히 들어서 있다. 지혜의 숲은 100만 권의 도서를 비치할 계획이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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